우리가 하루 동안 걷는 걸음은 얼마나 될까.
어딘가로 이동할 때 당연히 걷는데도 그 걸음의 소중함은 모를 때가 많다. 공기 중의 산소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걷기가 불편한 사람들은 어떨까. 어쩌면 그들에게 걷기란 아픔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융합기술연구소 AI로봇연구부분 안범모 수석연구원과 팀원들이 이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나섰다.
보행 보조 로봇 ‘ASSIST(Air transmitted Secure, Self-regulating Impairment Supporting Tool)’를 개발해낸 것.
그와 팀원들이 보행 장애를 지닌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해 마련한 선물은 무엇인지 함께 풀어보자.
안범모 수석연구원(가운데)과 팀원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걷기는 가장 기본적인 사람의 이동수단이다. 그런데 걷기가 불편하면 일상이 어떻게 바뀔까. 정상 보행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 그 상황을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걷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에 걷는 모습을 한 번 떠올려보자. 먼저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발 앞꿈치 순으로 땅에 닿은 다음 다시 발뒤꿈치를 들어 올린다. 이때 발끝도 같은 높이로 들어 올리는데, 족하수 질환이 있는 고령자나 장애인의 경우는 발끝이 아래로 처진 상태로 들어 올려 진다. 그래서 걸을 때마다 발끝이 작은 턱에도 쉽게 걸려 보행이 어렵다.
족하수 환자들이 정상 보행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보행 보조 로봇이다. 보행 보조 로봇은 근력이 부족하거나 장애로 인해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이 정상 보행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로봇이다. 그런데 이미 상용화된 제품들은 부피가 크거나 미관상의 이유로 착용을 기피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안범모 수석연구원과 팀원들은 무게와 디자인 등을 개선한 보행 보조 로봇 ‘ASSIST’를 개발했다.
안범모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안범모 수석연구원이 개발한 보행 보조 로봇 ‘ASSIST’는 보행 보조 동력을 전달하는 보행 보조로봇과 소형 공압펌프, 제어기 및 배터리가 있는 공압백팩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용자가 보행 보조 로봇을 착용한 후 걸으면 로봇 바닥의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보행 특성을 획득하여 보행 시 부족한 힘을 보조해준다. 즉 개인의 보행 특성에 맞게 처진 발을 들어 올려주어 사용자가 정상에 가깝게 걸을 수 있게 돕는 것.
보행 보조 로봇을 만들 때 안 수석연구원이 동력공급원으로 선택한 것은 공압 구동기이다. 공압 구동기는 웨어러블 로봇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람과 로봇의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기존의 모터와 비교했을 때 동일 무게 대비 힘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착용형 로봇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역구동성을 밸브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하버드대학에서도 저희와 같은 보행 보조 로봇을 개발했는데 모터로 작동시키는 거라서 저희와 구동방식이 다릅니다. 시스템의 무게, 최대토크, 구동범위 등을 고려했을 때 저희 팀이 개발한 보행 보조 로봇의 성능이 더욱 우수하다고 자신합니다.”
원리를 설명중인 안범모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보행 보조 로봇이 만들어지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다. 먼저 보행 보조로봇에 동력을 전달하는 공압백팩의 큰 부피와 무게 때문에 사용자들은 이동에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연구팀은 보행 보조로봇에 부착되어 있던 큰 컨트롤러를 보조기가 아닌 구동부로 옮겨 설치했다. 대신 로봇에는 블루투스 모듈이 부착된 소형 컨트롤러를 플라스틱 케이스에 동봉하여 보조기 측면에 부착했다. 또 피스톤과 압력 밸브, 압력 센서 등의 부피를 줄여 의복 속에 숨길 수 있게 했다. 이로써 부피도 줄이고, 무게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발목과 정강이 고정부에 보아(BOA) 시스템으로 사용자가 조력자의 도움 없이도 편리하게 신고 벗을 수 있도록 했다.
공압 동력을 제공해주는 공압백팩 역시 많은 변화를 거쳤다. 안범모 수석연구원은 먼저 스스로 착용이 가능하도록 조끼 형태로 제작했다. 그런데 부품의 고정은 어렵고 착용감은 떨어지고, 사람마다 사이즈가 달라야 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에 안 수석연구원은 조끼 형태에서 가방 형태로 바꿔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외관상 일반 가방과 다르지 않고 어깨끈 조절을 통해 신체 사이즈와 상관없이 편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백팩 내부에 있는 모터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줄이기 위해 쿨링 시스템을 추가해서 안정성을 확보했다.
무게 0.6kg으로 구현한 보행 보조 로봇.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무게 1.9kg의 휴대형 공압백팩.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보행 보조 로봇 착용 뒷모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보행 보조 로봇 착용 앞모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공압백팩과 공압백팩에 구성된 소형 공압펌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디자인 최적화를 통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됐으나, 아직 큰 과제가 남아 있다. 바로 구동기 안 공압 펌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그것이다. 안범모 수석연구원은 “공압 펌프 소음이 문제라고 말하면 얼마나 크길래 그러냐고 묻는다”며 “실제 공압 펌프의 소음은 반경 2~3m의 거리에서도 충분히 들릴 정도로 크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소형 공압 펌프의 개발에 성공하여 소음의 크기를 일부 줄였다는 것.
소음이라는 단점만 극복하면 안범모 수석연구원이 개발한 보행 보조 로봇 ASSIST는 세상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공산품 인증까지 마친 상태라 언제든 상용화가 가능하다.
“구동기의 소음 문제뿐만 아니라 실제 사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발목 보조기 밑창의 세척이나 교체도 가능하도록 개선할 생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이 발달할수록 노인 인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고령자를 위한 헬스케어 산업도 점차 커지는 추세인데요. 저희 로봇 연구팀이 헬스케어 산업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구에 매진하여 로봇으로 편리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안범모 수석연구원. 그가 대한민국의 헬스케어 산업을 이끌 날이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