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占쏙옙占쏙옙占쏙옙 우주 망원경, NASA 그리고 기초과학 |
占쏙옙占쏙옙占� 미세한 것의 모호한 침공 |
占쏙옙占쏙옙占쏙옙 중국과 달의 뒷면 |
3월 초입부터 지독한 미세먼지로 전 국민이 고통을 받았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하고 차량 2부제 실시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각했다. 눈에 보이는 큰 적이라면 어떻게든 힘을 집중해 싸울 수 있지만 미세먼지나 바이러스같이 작고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21세기 과학기술조차 속수무책이 되곤 한다. 이렇듯 인간의 경험 바깥 미시 세계에 존재하는 작디작은 것들이 모이면 자칫 큰 불안과 공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작은 것들 중 하나로 요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 미세플라스틱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인데, 대략 지름 0.2 밀리미터 이하의 것들이니 머리카락 두께나 그보다 작은 정도이다. 말이 ‘조각’이지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인 것이다. 그런데 이 미세플라스틱이 지금 지구 전체에 퍼져 있다. 바다와 강은 물론 천일염에도 들어있고 남극의 오지, 북극해, 심지어 심해어류의 내장 속에도 있다. 수돗물, 생수, 맥주에도 들어있으며 굴이나 바지락 등 조개에서도 나온다. 물론 공기 중에도 떠다니기 때문에 우리가 미세먼지라고 부르는 것의 일부는 실은 미세플라스틱이다.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이 조각들은 대체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바로 우리 인간들이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에서 쪼개져 나온다. 공교롭게도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을 제대로 버리면 만들어지지 않고, 자외선이 강한 해안 근처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것들이 물과 모래 등에 쓸려서 작은 조각으로 분리돼야 생겨난다. 그래서 미세플라스틱은 하나같이 불법 투기의 결과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럼 이 작디작은 플라스틱 가루들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6년 여름, 스웨덴 웁살라 대학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의 움직임이 둔해져 천적에게 쉽게 잡아먹힌다는 연구 결과가 실린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게재했다. 이 연구는 학계는 물론 언론을 통해 일반에 공개돼 화제가 됐는데, 말로만 듣던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증명한 첫 연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실험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사실이 지적되었고, 이어 실험 수행 여부 자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어진 대학 윤리위의 자체 조사 결과 논문은 실제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고 만다. 미세플라스틱의 잠재적 위험성을 일깨우려는 마음이 급한 나머지, 혹은 공적을 세우려는 공명심에 눈이 멀어 객관적인 실험과 증거를 통한 증명이라는 과학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이 사태는 결과적으로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미궁 속으로 밀어 넣었다. 자칫 ‘실험은 거짓이었으며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은 증명된 바 없다’라는 점만이 관련 팩트로 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학계의 입장은 현재 둘로 나뉘어져 있다. 섭취해도 몸 안에서 상호작용하지 않고 그냥 배출된다고도 하고, 혈관을 막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도 한다. 크기와 성분 등 미세플라스틱의 다양성을 감안하면 두 가지 주장 모두 타당성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인체에 유해함이 확인되지 않은’ 미세플라스틱이지만 그것이 곧 ‘안전하다’라는 의미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건국대 연구팀이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유리물벼룩의 경우 소화기관과 생식기관, 알주머니에 미세플라스틱이 침투하고 알의 83%가 부화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다른 생물들이나 인간에게도 해로울 개연성이 있다고 보이지만, 어디에 어떻게 유해하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해서 어떤 조치나 대비를 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더 큰 문제는 해악이 확인된다고 해도 이미 지구 전체에 퍼져 있는 미세플라스틱을 없앨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큰 조각들이라면 어떻게든 회수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플라스틱이 물속에, 얼음 속에, 공기 중에, 소금 속에 섞여 있는 것은 찾아 없앨 방도가 없다. 그런 가운데 인류는 매년 3억 3천만 톤의 플라스틱을 만들어 쓰고 있으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운동이 국제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은 향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속히 규명하고, 플라스틱 생산량과 버려지는 양의 ‘증가의 기울기’를 줄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일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유해성이 낱낱이 규명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 후가 될지도 모르고, 한편 과학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개인과 사회, 기업을 상대로 값싸고 간편한 플라스틱 사용을 절제하도록 설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또는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이 문제에 비교적 빨리 대처해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양도 적고 규제도 꽤 강한 편이다. 차제에 관련 연구에도 박차를 가해 이 문제에 대한 과학적, 사회적 신뢰를 쌓아 국제적인 발언권을 획득해 나가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결국 사람이 건강해야 문명도 건강해지는 법이니까.
필자소개----------------------------------------------------------------------------------------
파토 (원종우)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20대 중반에 인디레이블 운동을 주창, 록 뮤지션으로 데뷔하고 음악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이후 영국에서 기타로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딴지일보』에 합류하여 음악, 문화, 역사, 과학 등을 주제로 글을 썼다. 팟캐스트 방송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로 5년 동안 5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벙커원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공개 토크쇼 〈과학같은 소리하네〉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과학자, 작가, 예술가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과학 전시, 강연, 공연을 기획·연출하면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