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占쏙옙占쏙옙占쏙옙 백두산의 힘 |
占쏙옙占쏙옙占� 우주 망원경, NASA 그리고 기초과학 |
占쏙옙占쏙옙占쏙옙 미세한 것의 모호한 침공 |
우주를 연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탐사’이고 다른 하나는 ‘탐색’이다. 탐사는 우주선이 직접 가는 것인데, 유인 탐사와 무인 탐사로 나뉜다. 유인 탐사가 이뤄진 곳은 아직도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이 유일하지만 무인 탐사의 경우 미국과 유럽,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등이 이미 달과 화성, 소행성에서부터 머나먼 명왕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역에 탐사선을 보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했다. 이렇게 기계든 사람이든 직접 가서 보면 여러 가지로 유리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위험하고, 무엇보다도 물리적·기술적 한계 때문에 태양계 바깥에는 갈 수 없다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반면 탐색은 기본적으로 망원경을 사용한 관측과 연구다. 우리에게 익숙한 광학 망원경은 물론 적외선이나 X선, 감마선을 보는 망원경, 거대한 접시형 안테나처럼 생긴 전파망원경 할 것 없이 관측기구를 통해 멀리서 들여다보며 연구하는 것은 모두 탐색이다. 망원경으로는 수십억 광년 이상 떨어진 먼 곳도 볼 수 있기 때문에 탐사보다 디테일은 떨어지더라도 훨씬 폭넓은 연구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본격적인 탐사의 역사는 아직 없지만 탐색은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있는데 지난 몇 년간 세계 유일의 24시간 천체관측 시스템인 KMTNet으로 외계행성 탐색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고, 반사경 구경이 자그마치 25미터인 국제 거대 망원경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최첨단 기술이 동원되는 것은 우주에 떠서 더 먼 우주를 들여다보는 소위 ‘우주 망원경’일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이미 우주에 여러 대의 망원경을 띄운 경험을 갖고 있고, 그 중 유명한 것이 영화 <그래비티>에도 등장한 바 있는 나사(NASA)의 허블과 외계행성 수천 개를 발견한 케플러 망원경이다. 이 우주 망원경들은 일단 로켓에 실어 보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우주 공간에서 잘 작동해야 하며, 정밀한 관측에 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 요구되어 우리는 아직 넘볼 수 없는 영역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천문연구원이 우리 기술로 나사의 중형 우주 망원경 미션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미션은 ‘SPHEREx(스피어엑스)’라고 명명된, 발사 비용을 제외한 예산만 2,800억 원 규모의 중형 적외선 우주 망원경 미션이다. 2023년 발사되어 지구 궤도에서 일반적인 빛으로는 보이지 않는 우주의 모습을 적외선으로 관측하게 되는데, 우리가 맡은 부분은 관측 관련 영역으로 망원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참여한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와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는 발사체 개발을 담당하고 항공회사인 볼 에어로스페이스가 본체 제작을 맡는 가운데 한국천문연구원은 이미 보유한 적외선 및 분광 기술을 통해 우주거대구조를 3차원으로 측정하고 우주 속의 얼음 분자를 파악해서 우주 초기 흔적을 포함한 지도를 작성하게 된다.
이 미션은 과학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가 우주 탐색과 탐사의 실질적 중심이자 상징인 나사로부터 국제 수준의 관측 및 분석 기술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이 사실은 또한 우리의 기초과학 관련 기술 수준이 생각보다 높다는 점과, ‘당장 팔 수 있는 기술’만을 개발하는 데 무게를 싣던 관행에서 탈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런 만큼 이런 일은 최대한 크게 떠들고 자랑해서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은 아직 전반적으로 열악하다. 물론 2019년 R&D예산은 20조 원이 넘어 결코 적지 않고, 새 정부에서 자유공모형 기초연구에 호의를 보이는 점은 과거에 비해 고무적이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경제 발전’ 관련 기술의 R&D가 20% 정도인데 비해 우리는 아직도 50%에 아깝다. 미국의 경우 기초연구 예산이 전체 R&D의 절반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렇듯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 나사의 미션에 참여하게 된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우리 스스로 그런 미션을 설계하고 시행해야 할 날이 온다. 그 날을 준비하려면 이런 기회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고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동시에, 소위 ‘기초과학이 밥 먹여주느냐’는 오래 굳어진 관념의 전환도 절실하다. 그래야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고 그런 호응과 지지가 결국은 입법부의 예산 책정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의 의의와 의미를 세련되게 포장해서 국민에게 널리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기왕에 참여한 나사 미션인 만큼 이런 변화의 주춧돌이 되도록 앞으로 전개될 과정과 성과가 보다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그래서 우리의 기초과학적 성과에 국민들이 더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들이 알고 사랑하지 않으면 제대로 되는 일은 없는 법이다.
필자소개----------------------------------------------------------------------------------------
파토 (원종우)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20대 중반에 인디레이블 운동을 주창, 록 뮤지션으로 데뷔하고 음악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이후 영국에서 기타로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딴지일보』에 합류하여 음악, 문화, 역사, 과학 등을 주제로 글을 썼다. 팟캐스트 방송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로 5년 동안 5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벙커원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공개 토크쇼 〈과학같은 소리하네〉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과학자, 작가, 예술가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과학 전시, 강연, 공연을 기획·연출하면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