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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프리뷰
占쏙옙占쏙옙占쏙옙 미세한 것의 모호한 침공 |
占쏙옙占쏙옙占� 중국과 달의 뒷면 |
占쏙옙占쏙옙占쏙옙 돼지의 해, 인간의 해 |
대부분의 우리들에게 중국 기술의 이미지는 스마트폰이나 값싼 전자제품을 주문 생산하는 세계의 공장 정도다. 미국이나 일본의 유명 상표 제품에 메이드 인 차이나가 붙어 있는 것도 꽤 오랫동안 일상으로 경험해 온 일이다. 그런 중국이 실은 작년을 기점으로 37개의 위성 발사로 미국과 러시아를 제치고 한해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켓을 발사하는 나라가 되어 있다던가, 2013년 12월에 이미 무인우주선 창어 3호를 달 표면에 안착시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게다가 달 착륙은 1976년 당시 구 소련의 루나 24호 이후 근 40년 만의 일이었다. 달 표면 탐사는 그 옛날 아폴로의 환호 이후 오랫동안 인류에게 잊힌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이제 중국이 다시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움직임은 올 1월 3일, 창어 4호를 달의 뒷면에 착륙시키면서 절정에 달하고 있다. 달은 공전궤도와 자전궤도가 일치하기 때문에 달의 뒷면은 지구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직 우주공간에 나가서 달의 뒤쪽으로 진출해야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인 의미는 물론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 그래서 영국의 밴드 핑크 플로이드는 1973년 <The Dark Side of the Moon> 앨범을 통해 달의 뒷면이 가진 이미지들을 인간과 사회에 투영했는데, 이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 100위 안에 장장 15년간이나 랭크된 불멸의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물론 실제 달의 뒷면은 어둡지는 않고 앞면과 마찬가지로 햇빛을 받아 빛난다. 다만 우리가 그 면을 볼 일이 없을 뿐이다.
달의 뒷면에 착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술적 어려움이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통신이다. 달의 몸통에 가려 지구와 무선통신이 되지 않기 때문에 착륙의 과정을 확인하거나 조정할 방법이 없다. 물론 착륙한 뒤에도 그런 상황은 마찬가지라서 달의 뒷면에 내리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통신 중계 역할을 해 줄 무엇인가를 먼저 우주에 보내야 한다. 그래서 중국은 작년 5월 ‘오작교’라는 뜻의 췌자오 위성을 발사해 두었다. 이 위성은 지구에서 38만 킬로미터 떨어진 달보다 수만 킬로미터나 더 먼 거리까지 나가 달 뒷면을 보며 지구를 돌고 있다. 그래야 착륙선에서 오는 전파를 받아 다시 지구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 중국은 이미 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켓을 발사하는 나라이고, 그런 기술과 경험들이 모이고 쌓여 지금껏 어느 나라도 시도하지 않았던 달 뒷면 착륙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런데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중국이 그것에 성공했다는 사실 이상으로, 이 프로젝트 자체가 ‘왜’ 계획되고 실행됐느냐는 점이다. 사실 미국이나 러시아가 기술이 없어서 달 뒷면에 착륙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들이 원했다면 이미 오래 전에 가능했다. 그런데도 전인미답의 지역으로 남겨 두었던 것은, 굳이 많은 비용들 들여 달의 뒷면에 내릴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달 궤도를 돌고 있는 여러 궤도선들에 의해 달의 앞뒷면은 꽤나 구체적으로 확인되었고 이미 ‘구글 문’ 같은 서비스들을 통해 일반에게도 공개가 된 상태다. 그리고 아폴로의 유인 착륙선 여섯 번을 비롯해 많은 탐사선이 달의 앞면에 내렸고, 그 과정에서 달의 기본적인 특성도 파악이 되어 있다. 달의 뒷면은 지표면의 조성 등 여러 특성이 앞면과 꽤 다르지만, 이미 달 착륙의 상징성이 시든 상태에서 대기도 없고 특별한 경제성도 없는 활동을 계속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바로 그 허를 찌른 셈이다. 이미 ‘정복’된 달의 앞면에 다시 착륙하는 것보다 뒷면에 내리는 것이 훨씬 더 큰 관심을 끌어내고 또 의미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 못했다기보다는 하지 않았던 것이지만, 여하튼 달과 관련되어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활동이고 실제로 과학계와 언론은 물론 일반인들조차 그 의미를 수용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중국은 달의 뒷면에 사람도 보낼 수 있는 경험과 데이터를 갖게 된 셈이다. 여기에 성공하는 경우 달의 앞면에 내린 최초의 사람은 미국인, 뒷면은 중국인이라는 구도도 만들어진다. 지금으로서는 40년 뒤처진 것이지만 백년쯤 후에 볼 때는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참으로 중국스러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런 일은 아이디어나 비전만 갖고는 실현할 수 없다. 중국 우주탐사를 도맡고 있는 중국국가항천국(CNSA)에는 우주개발에 종사하는 인원만 27만 명에 달한다. 예산은 5억 달러, 즉 5천억 원 정도라고 발표되고 있지만 중국의 기관들이 으레 그렇듯 실제로는 그 몇 배에 달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연구원은 총 인원이 1천 명 수준이다. 아무리 인구가 많은 중국이라고 하지만 격차가 너무 크다.
2020년대에는 일본, 인도, 이스라엘 등 세계 각국이 달 착륙에 나설 예정이다. 달이 중요한 이유는 그 옛날 아폴로 때와는 다르다. 이제 달은 기술적, 지리적(?) 의미에서 화성은 물론 더 먼 우주로 나가기 위한 전초기지이다. 따라서 달과 관련한 기술과 지분을 얼른 보유하지 않으면 그 과정에서 도태될 것이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최근 한국 국가우주위원회가 미국 주도로 만들어지는 달궤도 우주정거장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는 점과, 내년 미국의 스페이스X 로켓에 실어 달 궤도선을 보내고 2030년에는 한국형 발사체로 무인 달 착륙에 나서는 등의 계획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가속화되고 있는 우주 탐사의 경쟁에 우리가 한참 뒤쳐져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중국의 달 뒷면 착륙처럼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우주탐사를 효율적으로 가속화하려면 보다 많은 예산을 독자적으로 집행하는 ‘우주청’의 설립이 절실하다. 우주는 이제 냉전 경쟁의 상징이나 SF의 소재가 아닌 다가오는 현실이다. 그 현실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기민하고도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필자소개----------------------------------------------------------------------------------------
파토 (원종우)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20대 중반에 인디레이블 운동을 주창, 록 뮤지션으로 데뷔하고 음악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이후 영국에서 기타로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딴지일보』에 합류하여 음악, 문화, 역사, 과학 등을 주제로 글을 썼다. 팟캐스트 방송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로 5년 동안 5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벙커원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공개 토크쇼 〈과학같은 소리하네〉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과학자, 작가, 예술가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과학 전시, 강연, 공연을 기획·연출하면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