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占쏙옙占쏙옙占쏙옙 중국과 달의 뒷면 |
占쏙옙占쏙옙占� 돼지의 해, 인간의 해 |
占쏙옙占쏙옙占쏙옙 도구가 친구가 되다 - 반려 로봇의 미래 |
해가 바뀌면 늘 띠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에는 돼지다. 그것도 황금돼지라고 한다. 올해가 기해년이고 기(己)는 땅, 그리고 황색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지만, 실은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일 뿐 원래의 명리학 개념은 아니다. 이렇게 같은 띠는 12년마다 돌아오고 천간과 지간이 붙어 만들어진 해, 예컨대 병자년, 임진년, 기해년처럼 특정한 해는 60년마다 돌아온다. 이 60년을 가리켜 1갑자라고 하고 예전에는 사람의 수명으로 봤다. 그래서 환갑은 이 한 갑자를 넘기면 맞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과학과는 무관하다. 이때쯤이면 여기저기서 등장할, 돼지고기가 어떤 영양소가 많아서 어디에 좋다느니 하는 이야기들도 약간은 과학이지만 이 지면에서는 반복하지 말자. 그럼 진짜 과학과 유관한 이야기는 뭘까? 그것은 돼지와 인간의 관계다. 사실 인간을 넘어, 돼지는 잡식성 포유류의 중심적인 동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핏 보기에도 돼지는 인간을 닮았다. 얼굴이 아니라 피부의 구조나 색이 무척 비슷하다. 그래서 실제 인간이 할 수 없는 총기에서부터 화장품에 이르는 각종 실험에서 돼지의 몸은 아주 흔하게 쓰여 왔다. 그리고 내부 장기조차도 인간과 흡사한데, 2012년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 의해 인간과 개와 돼지가 장기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들이 아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인류와 유전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은 침팬지이지만 특정한 영역에서는 돼지가 오히려 앞서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간을 위해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동물이 바로 돼지다.
돼지를 연구하면 인간을 알 수 있다. 돼지 유전자 지도를 통해 인간의 비만, 당뇨,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과 동일한 유전변이를 112개나 발견했을 정도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간 건강과 관련된 돼지의 가장 큰 역할은, 삼겹살이나 목살이 아니라, 바로 인슐린이다. 당뇨병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인슐린을 과거에는 대부분 소나 돼지에서 추출했다. 호르몬은 종별 특성이 거의 없는 화학물질이라 다른 종에서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유전자 재조합으로 인슐린을 합성해 쓰고 있지만, 돼지를 통해 이 부분에 있어서 근본적인 도약이 곧 이루어질 것 같다.
잘 알려져 있듯이 당뇨병은 완치가 불가능하고 주기적으로 인슐린을 주입하며 평생 관리하는 질환이다. 그런데 돼지의 췌장 속 인슐린 세포인 췌도를 아예 인간에게 이식하면 당뇨병 완치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2011년 서울대 박성회 교수팀은 당뇨병을 앓는 원숭이 두 마리에게 돼지의 췌도를 이식했는데, 이 원숭이들은 혈당 조절이 매우 원활했고 1년 이상 건강하게 생존하기도 했다. 인간에게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이대로 기술을 발전시키면 이제 당뇨병 정복이 멀지 않았다고 봐도 지나친 낙관은 아닐 것이다.
가장 극적인 상황은 2017년에 있었다. 인간의 줄기세포를 돼지의 배아에 주입해 인간과 돼지의 잡종 배아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연구의 목적은 인간의 머리와 돼지의 몸을 가진 혼혈 생물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돼지의 장기를 최대한 인간에 가깝게 만들어서 이식하기 위해서다. 돼지의 수정란에 인간의 배아줄기 세포를 주입하고 돼지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그 과정에서 수정된 돼지 몸 안에 인간의 항체와 유전자가 생겨난다. 그래서 이식 대상인 환자의 유전자를 이 기술에 응용하면 장기이식 후 가장 큰 문제인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되어 위험과 불편을 크게 덜 수 있다.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 윤리적인 의문에도 불구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다는 의학적 지상명제라는 관점에서는 대단한 과학기술적 성과인 것은 분명하다.
예전에는 돼지라면 그저 돼지꿈이나 맛있는 고기밖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실로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동물로 그 존재 의미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먹을 때 먹고 이식할 때 하더라도 개 이상으로 똑똑하고 원래는 깨끗한 동물인 돼지에게 조금 더 좋은 서식 환경을 제공하고 가능한 한 잘 해주자, 라는 생각이 소위 ‘황금돼지’해의 벽두에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필자소개---------------------------------------------------------------------------------------------------------
파토 (원종우)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20대 중반에 인디레이블 운동을 주창, 록 뮤지션으로 데뷔하고 음악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이후 영국에서 기타로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딴지일보』에 합류하여 음악, 문화, 역사, 과학 등을 주제로 글을 썼다. 팟캐스트 방송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로 5년 동안 5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벙커원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공개 토크쇼 〈과학같은 소리하네〉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과학자, 작가, 예술가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과학 전시, 강연, 공연을 기획·연출하면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