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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프리뷰
占쏙옙占쏙옙占쏙옙 돼지의 해, 인간의 해 |
占쏙옙占쏙옙占� 도구가 친구가 되다 - 반려 로봇의 미래 |
占쏙옙占쏙옙占쏙옙 꿈꾸지 못하는 자, 일류가 될 수 없다 |
프랭크는 혼자 사는 노년의 남성이다. 경제적으로 그리 어렵진 않지만 집은 항상 지저분하고 먹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삶의 재미도 없이 홀로 늙어가며 심술만 늘어가는 독거노인이다. 그런데 어느날 정체불명의 큰 상자가 배달된다. 상자를 열어보니 그 속에는 아들이 보낸 큼지막한 로봇이 들어 있었다.
프랭크는 로봇을 본체만체할 뿐 아니라 도리어 화를 낸다. 자식들이 직접 와서 돌봐주기를 바랐는데 생명 없는 기계를 보낸 것이 괘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자신과 함께 있고 모든 것을 챙겨주며 말상대가 되어줄 뿐 아니라 괴팍한 언행에 불평도 하지 않는 로봇에 점점 우정을 느끼게 된다. 나중에는 혼자 사는 아버지가 안쓰러워 함께 지내려 찾아온 딸보다 로봇을 더 가깝게 느낄 정도가 된다.
물론 이것은 실제가 아니라 2012년에 개봉된 <로봇과 프랭크>라는 영화의 줄거리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이야기는 먼 미래를 과장되게 그려낸 일종의 SF로 취급됐을 뿐이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이 일취월장하고 반려 로봇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금 더 이상 이 상황은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속의 시간적 배경도 불과 2,30년 후의 미래로 그려져 있으니, 어쩌면 프랭크의 삶은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겪게 될 노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과거 인류가 로봇을 만든 이유는 그저 일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자동차나 반도체 공장처럼 정밀함이 요구되는 산업현장에서 로봇이 활약해 온 것은 이미 수십 년이 넘는다. 물론 이것들은 우리가 SF에서 보아온 로봇들이나 프랭크의 로봇과는 다른, 그저 반복되는 작업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도구일 뿐이다. 인간의 일상생활은 매우 복잡하고 변덕스럽기 때문에 이렇게 ‘고지식한’ 일꾼 로봇이 끼어들 틈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사람들의 주변에 존재하며 함께 생활하는 로봇을 계속 꿈꿔 왔다. 그래서 20여 년 전 혼다가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아시모를 선보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던 것이다. 이후 로봇 기술은 아시모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2018년 현재 미국 보스턴 다이나믹스사의 이족보행 로봇인 아틀라스는 인간과 똑같이 걷고 뛰고 한 다리로 점프해 중심을 잡으며 심지어 텀블링을 할 정도의 신체적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오히려 뛰어난 움직임을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알파고와 왓슨에서 보듯 이런 로봇들과 연계될 인공지능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능적인 면 외의 다른 측면이 있다. 20년 전 아시모의 실제적인 기능이라고는 단지 아장아장 걷는 것 하나뿐이었다. 그럼에도 그토록 주목을 받은 것은 기능 외에 또 다른 핵심적인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귀엽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해서 만약 아시모가 금속으로 된 뼈대에 파이프와 전선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해골 같은 형태였다면 그만큼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감정 속에 바로 반려로봇의 자리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유는 바로 그들과 감정을 나누기 위해서다.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는 사랑스럽고 어느 정도 교감이 가능하다는 점 외에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거리를 만들어내고, 이런 부분을 감당하기 힘든 노인이나 장애인은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조차 소외된 상태에 놓인다.
단순히 애정을 주거나 대화하기 위한 아기 물개 형태의 ‘파로’나 어린이 모습을 한 ‘페퍼’ 등 초보적인 반려로봇이 이미 일본에서 노인층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상용화되어 있다. 이들이 앞으로 프랭크의 로봇처럼 집안일을 돌보는 등 실제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인간의 친구로 느껴질 정도로 지능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물론 그 로봇이 보이는 우정이나 애정은 진짜가 아니며, 주인의 언행에 반응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점이 큰 문제가 될까? 나의 경우라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하고 귀찮아하는 때가 온다면 주저 없이 반려로봇을 택할 것이다. 그 때라면 항상 내 주변에서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로봇의 내면에 대한 철학적 의문에 얽매일 만큼 내 생활이 편안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로봇이 그만큼 잘 만들어지기를 바랄 뿐.
필자소개---------------------------------------------------------------------------------------------------------
파토 (원종우)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20대 중반에 인디레이블 운동을 주창, 록 뮤지션으로 데뷔하고 음악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이후 영국에서 기타로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딴지일보』에 합류하여 음악, 문화, 역사, 과학 등을 주제로 글을 썼다. 팟캐스트 방송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로 5년 동안 5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벙커원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공개 토크쇼 〈과학같은 소리하네〉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과학자, 작가, 예술가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과학 전시, 강연, 공연을 기획·연출하면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