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기술연구소 금형성형연구부문 김종수 수석연구원
주식회사 싸이텍 오두환 대표이사
한 사람 한 사람, 각자 보유한 기술을 한데 모으면 그 시너지 효과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혹은 지금보다 더욱 발전된 기술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과 주식회사 싸이텍(이하 싸이텍), 국민대학교(이하 국민대)가 함께 연구한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몇 년 전, 스마트폰 측면이 메탈이 아닌 디스플레이로 된 일명 ‘엣지(edge)폰’이 출시되었다. 엣지폰 사용자들은 “핸드폰에 알림이 울릴 때 메인화면을 켜지 않고 측면 디스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어 편하다” 혹은 “측면 디스플레이에 자주 이용하는 어플을 고정해두면 바로 실행할 수 있다” 등 이용 시 편리함을 엣지폰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이 엣지폰은 기술 측면에서도 스마트폰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디스플레이가 곡면으로 휘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엣지폰처럼 디스플레이를 곡면으로 변형시켜 스마트폰의 측면을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경우 측면에 있던 메탈과 금속 버튼을 없앨 수 있어 원가절감과 방수방진 기능을 더욱 고도화시킬 수 있다. 또한 주 디스플레이 이외에 독립적으로 사용 가능한 팝업 형태의 기능을 부여할 수 있어 스마트 기기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진다.
이렇게 디스플레이를 곡면으로 변형시키기 위해선 ‘금형성형’ 기술이 요구되는데, 그 기술을 연구 중인 인물이 바로 생기원 김종수 수석연구원이다. 디스플레이 금형성형을 위한 금형 가공, 금형 온도제어 등의 기술을 연구 중이던 김종수 수석연구원은 자신과 함께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할 기업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유리를 성형하는 공정기계와 공정프로그램을 보유한 ‘싸이텍’을 만났다. 여기에 레이저를 이용한 국부 가열 기술을 보유한 ‘국민대’도 함께했다. 그렇게 생기원×싸이텍×국민대의 고유기술을 융복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풀 커브드 글라스 성형 기술’ 개발이 시작되었다.
(왼쪽부터)싸이텍 오두환 대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종수 수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회의중인 연구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종수 수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유로운 곡선의 형태를 띤 디스플레이는 아직 시장 점유율 중 소수에 불과했다. GMP 방식으로 제조되었던 기존의 글라스와는 아예 다른 공정과정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GMP 방식은 글라스 전면에 열을 가하기 때문에 글라스 전체에 접촉압력에 의한 열흔이 발생한다. 또 글라스 전·후면을 연마하는 후공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GMP 방식으로 곡선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면 생산성이 낮은 것은 물론, 열에 의한 스트레스 발생으로 구조적으로 취약해져 글라스가 쉽게 파괴된다.
김종수 수석연구원은 “기존 공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와 근적외선 광을 이용한 광 기반 가열 기술을 개발하여 디스플레이에 접목시켰습니다. 또한 비접촉 간접 가압 방식으로 제작해 투명한 글라스 제조가 가능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자유롭게 원하는 디자인으로 제작이 가능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여기에 레이저 기술과 금형 기술을 구동시킬 수 있는 싸이텍의 공정 및 제어 기술을 결합해 공정에 최적화된 자동화 기계까지 개발했다. 약 2년에 걸친 협업을 통해 곡률 각도가 90도를 넘어가는 형태의 ‘자유 곡면 성형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
오두환 대표이사는 “글라스 성형 공정 기술은 비접촉 간접 가압 디스플레이 성형의 신시장 개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른 부가가치와 매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장 선도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부드러운 곡면은 물론 각진 모서리의 디스플레이 제작도 가능하다. 즉 수요 기업이 원하는 디자인에 맞춰 디스플레이를 제조할 수 있다.
정밀 서버제어 모션시스템, 레이저 연동 제어, 온도 제어, 진공 성형, 공정 자동화가 가능한 기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싸이텍 오두환 대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번 협업의 목표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제조. 현재 완성 단계에 다다른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상용화에 한 발 가까워졌다. 그러나 이들의 협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종수 수석연구원은 “최근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라며 “운전석부터 보조석까지 이어지는 약 130cm에 달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풀 커브드 글라스’ 개발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오두환 대표이사는 “해당 기술은 자동차 디스플레이부터 VR 기기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의 활용도가 높다”며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서는 작은 한 방울이지만 함께 모이면 바다를 이룬다.’라는 말이 있다. 각자의 고유기술을 한데 모아 세상에 현존하지 않았던 기술을 개발해나간 이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제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