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자율주행 자동차, 전기자동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화된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성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백커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최근 전자 부품 전문기업에서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한라캐스트가 개발한 차량용 디스플레이 다이캐스팅 백커버가 주목받고 있다.
더 정밀하게 더 평탄하게 백커버를 생산하기 위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과 협업한 개발 이야기를 들어보자.
생기원 윤영옥 수석연구원, 오종두 대표이사와 팀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를 떠다니기 위해서는 물 아래에서 짧은 다리로 수백 번의 발길질을 해야 한다. 세상에는 백조 다리처럼 눈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중 하나가 자동차 디스플레이 백커버이다.
디스플레이 백커버는 말 그대로 디스플레이의 뒷면을 감싸주는 부품으로 운전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백커버의 성능에 따라 자동차의 수명을 늘리고, 고장 확률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라캐스트 오종두 대표는 “자동차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전장부품의 숫자 또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아직 해외 의존율이 높은 백커버를 우리의 기술력으로 생산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생기원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생기원 윤영옥 수석연구원은 “고가의 자동차일수록 더 크고 길어진 일체형 디스플레이 수요가 증가하는데, 이때 발열 및 강도 등 요구 물성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금속과 주조기술이 필요하다”며 “전자 부품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라캐스트가 백커버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분리형 차량용 디스플레이 다이캐스팅 백커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윤영옥 수석연구원과 오종두 대표이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윤영옥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최근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계기판과 함께 AVN(Audio Video Navigation,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이 합쳐진 멀티미디어 장치)을 통합한 일체형으로 제작되면서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이다. 따라서 백커버는 차량과 클러스터(운전자쪽 시야를 보여주는 화면), AVN을 차량에 고정시키는 기능 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다. 윤영옥 수석연구원은 “백커버는 열관리를 통해 클러스터와 AVN의 성능을 유지시키고, NVH(Noise, vibration, and harshness, 자동차 부품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저감을 통한 승차감 향상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친환경 미래차 시장의 중요한 부품”이라고 강조했다.
개발된 분리형 차량용 디스플레이 다이캐스팅 백커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피스톤 부품을 제작할 때, 액체 상태의 금형을 형틀에 부어 굳히는 주조공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주조공정의 사이클 타임은 주조품 품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이때 냉각 시간이 전체 사이클 타임의 약 60%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주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금형의 냉각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서는 백커버의 평탄도와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커버는 주로 액체 상태의 용융금속을 금형에 고속, 고압으로 주입하는 다이캐스팅 공정을 활용한다. 다른 공정에 비해 정밀한 제품을 얻을 수 있지만, 금속 특성상 응고 과정에서 수축으로 인해 정밀도가 떨어지거나 뒤틀림 현상으로 인해 평탄도가 낮아질 수 있다.
오종두 대표는 “디스플레이가 대형화되어 백커버의 크기도 커지고 있다”며 “제품의 면적이 커질수록 약간의 뒤틀림에도 치수 오차가 커지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생기원에서는 합금 설계를 통해 강도를 향상시키고 고열전도도 특성을 만족하는 합금 기술을 제공했다. 또한 탄소 배출 저감 및 가격 경쟁력 향상을 위한 소재 재활용 기술, 재활용 소재의 부족한 특성을 기존 소재와 유사한 수준까지 향상할 수 있는 소재(용탕) 청정화 기술 등을 제공하여 ㈜한라캐스트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백커버 생산에 성공했다.
생기원 윤영옥 수석연구원과 오종두 대표이사 회의 모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오종두 대표이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현재는 백커버의 평탄도 및 정밀도의 특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2개의 분리형으로 먼저 제조했다. 이렇게 개발된 분리형 백커버는 지난해 말 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올해는 매출 약 75억 원, 신규 채용 약 15명을 목표로 달릴 예정이다.
윤영옥 수석연구원은 “㈜한라캐스트와의 연구 덕분에 다이캐스팅용 알루미늄 합금을 활용한 백커버 제조 방법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연구하게 됐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신합금을 적용한 백커버를 실용화해준 ㈜한라캐스트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한라캐스트 오종두 대표도 “중소기업에서는 기술 개발을 위한 인프라나 비용적인 부분이 한계가 있다. 생기원의 전문 인력과 고급 정보 제공 덕분에 성공적으로 분리형 백커버를 개발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분리형에서 더 나아가 일체형 백커버 개발에 생기원과 함께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생기원에서 품은 이상을 기업이 현실로 구현해주는 생기원과 기업의 협업은 앞으로도 국내 자동차 전장부품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