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등장만 했다 하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존재 ‘로봇’.
과거에는 단순한 이동, 운반, 조립 등에만 로봇이 사용되었다면 현재는 다르다.
폭발물 처리를 돕거나 사람이 들어가기엔 위험한 장소에 투입시켜 상황을 살피고 수리를 하는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경남, 박재한 수석연구원 역시 사람이 하기 어려웠던 수중 작업을 대신하는 ‘지능형 해양로봇’을 개발했다.
그들의 연구개발 스토리를 지금 소개한다.
지능형 해양로봇 개발에 참여한 연구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Markets and Markets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해양시장에서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로 ‘해저 ROV 시장’을 꼽았다. 또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Visiongain Reports는 ‘ROV 없는 해양산업은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럼 ROV는 무엇일까. ROV(Remotely Operated Vehicle)란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하여 사람이 작업하기 힘든 수중 구조물의 설치 및 수리와 해저 자원 탐사 등이 가능한 로봇이다. 하경남 센터장은 ROV를 활용했을 때의 장점에 대해 ‘안전성’과 ‘정확성’을 꼽았다.
“기존에 수중 구조물을 점검하거나 수리할 때는 전문 다이버가 카메라를 들고 직접 물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오는 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수중에서 촬영이 진행되다 보니 2~3시간은 기본적으로 소요되며, 카메라 조작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인명사고의 위험도 존재하죠. 그러나 ROV를 활용한다면 보다 안전하면서도 확실한 수리 및 조사가 가능합니다.”
이에 작업자는 육지에서 로봇을 조작만 하고, 2~3시간가량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 올 해양로봇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안산에 위치한 AI·로봇연구부문 박재한 수석연구원을 알게 되었다.
박재한 수석연구원은 “이전 연구에서 가상현실을 이용한 원격제어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또 다른 곳에 적용할 순 없을까’ 고민하던 중 마침 해양로봇센터에서 수중로봇 원격 제어 기술을 개발할 연구자를 찾는다는 소식에 공동연구를 제안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부산 해양로봇센터와 안산 융합기술연구소 간 거리 401km, 이동거리 약 5시간을 극복한 공동연구가 시작되었다.
하경남, 박재한 수석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지능형 해양로봇’.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해양로봇센터 하경남 센터장과 융합기술연구소 박재한 수석연구원이 공동으로 개발한 ‘지능형 해양로봇’에는 다양한 기술들이 숨어있다. 그중에서도 이들은 수중 작업 과정의 편의성 향상에 집중했다. 그렇다면 수중 작업 해양로봇이 꼭 갖추어야 할 요소들은 무엇일까. 하경남, 박재한 수석연구원은 사람과 비슷하게 움직이기 위해선 ‘팔’이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박재한 수석연구원은 “해양로봇이 양팔 작업을 하기 위해선 ‘팔’이 필수적이죠. 이에 하경남 센터장님이 사람의 팔과 비슷한 구조의 로봇 팔을 제작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해양로봇이 지상에 있는 원격 조종자 명령을 받아서 움직이도록 XR1)을 기반으로 한 매니퓰레이터 제어 기술을 확보했습니다”라며 개발한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1)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두 기술을 망라하는 확장현실을 XR이라고 한다.
해양로봇센터 하경남 센터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 수석연구원이 언급한 매니퓰레이터 제어 기술이란, 지상에 있는 조종자가 로봇의 팔을 움직여 수중 작업하는 것을 말한다. 로봇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입체 정보를 조종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조종자는 물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화면을 보며 수중 작업이 가능하다. 특히 팔의 움직임과 카메라를 통해 보는 시야가 좋아서 굉장히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다. 또한 로봇 스스로 주변의 환경을 인식해 장애물을 피하고, 구조물에 부딪히지 않는 경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3차원 매핑 및 수중 구조물 인식 기술’을 확보했다.
3차원 매핑 및 수중 구조물 인식 기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XR을 이용해 해양로봇을 원격으로 해양로봇을 조정하는 모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하경남 센터장은 “박재한 수석연구원님의 기술이 수심 300m 바다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방수는 물론 물의 압력도 버텨야 하고, 무겁지 않아야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따라서 로봇 본체의 필수 조건들은 모두 충족하면서도 물속에서 흔들림 없이 자세를 유지하는 해양로봇 플랫폼을 최종적으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 센터장은 그렇게 200kg이하로 가볍지만, 수심 300m에서도 끄떡없는 로봇의 Body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박 수석연구원은 로봇의 Brain 즉 시스템 개발을 담당해 ‘지능형 해양로봇’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로봇청소기는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굉장한 첨단기술이 탑재됐다며 각광받았다. 그러나 2023년의 해가 밝은 지금, 로봇청소기는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이 되었다. 이렇듯 지능형 해양로봇도 지속적인 연구개발 끝에 상용화까지 성공한다면 우리 산업에서 흔히 사용하지만 빠질 수 없는 기술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하경남, 박재한 수석연구원의 바람이기도 하다.
융합기술연구소 박재한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우리 산업에서 로봇을 흔하게 사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조작이 쉬워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활용도도 높고 대중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입니다. 개발에 성공하면 또 하경남 수석연구원님을 찾아야죠. 훌륭한 몸통이 필요하니까요.”
해양로봇센터 하경남 센터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은 그야말로 기술 융·복합의 결정체하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로봇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기술이 접목될 수 밖에 없죠. 해양로봇센터와 융합기술연구소의 공동연구는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훌륭한 두뇌까지 갖춘 ‘지능형 해양로봇이’ 부산 바다의 슈퍼맨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물속은 잦은 환경 변화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각 연구자마다 자신 있는 분야의 기술을 100% 적용해 ‘지능형 해양로봇’이 탄생했다. 이들에게 변수는 없었다. 성공적인 결과만 있었을 뿐이다. 조만간 광안대교를 점검·수리하는 로봇을 본다면 두 명의 연구자를 떠올려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