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산업에서는 작은 부품 하나라도 소홀히 제작할 수 없다.
특히 자동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엔진 부품의 경우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국내 1위 자동차 피스톤 제조기업 ‘동양피스톤㈜’ 연구진들은 2019년 자동차 부품 전시회에서
독일의 스포츠카 제조사가 출품한 피스톤 신제품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기존 공정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3D프린팅 기술이 접목됐을 거라는 직감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동차 내연기관 엔진에서 위아래로 바쁘게 움직이는 부품이 있다. 바로 ‘피스톤’이다. 피스톤은 엔진 실린더 내부를 왕복하며 연료를 에너지로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때 피스톤에는 폭발로 인한 높은 온도에 강한 압력까지 더해진다. 그래서 이를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한 금형 틀에 스테인리스 소재를 활용해 제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동양피스톤㈜ 재료개발팀 선주현 팀장은 3D프린팅 적용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을 가졌고, 그가 찾아간 생기원 3D프린팅제조혁신사업단에서는 그의 생각에 확신을 주었다.
“3D프린팅 기술로 피스톤을 제조할 수 있다면, 엔진의 폭발적인 힘을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기존 절삭가공 방식으로 제작하는 금형보다 더욱 가볍게 만들 수도 있죠. 이 때문에 생기원 3D프린팅제조혁신사업단을 찾아가 공동연구를 제안했습니다”라고 선 팀장이 말했다.
때마침 3D프린팅을 이용한 자동차 부품생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하철우, 연시모 선임연구원은 동양피스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렇게 3D프린팅 기반 금형 제조기술을 보유한 생기원과 피스톤 제조·양산·평가까지 모두 가능한 동양피스톤㈜이 공동 연구에 나섰다.
동양피스톤㈜ 양산 라인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선주현 팀장과 연시모, 하철우 선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기원과 동양피스톤㈜은 전례 없는 3D 피스톤 금형 제작을 위해 크게 ‘3차원 냉각채널 설계’와 ‘이종소재 적층 기술’ 확보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3차원 냉각채널 설계로 피스톤 금형의 냉각효율 최대화
피스톤 부품을 제작할 때, 액체 상태의 금형을 형틀에 부어 굳히는 주조공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주조공정의 사이클 타임은 주조품 품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이때 냉각 시간이 전체 사이클 타임의 약 60%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주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금형의 냉각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
3차원 냉각채널 설계로 피스톤 금형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동양피스톤㈜ 선주현 팀장, 생기원 연시모 선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하철우 선임연구원은 “기존 금형에는 위로 한 줄이 곧게 뻗어있는 직선형의 냉각채널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할 경우 냉각채널이 주조품에 최대한 근접하도록 설계, 제작할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즉 냉각수가 흐르는 통로를 주조품 형상에 맞게 3차원으로 제작함으로써 냉각수 유동거리를 늘려 급속 냉각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실제 냉각시간을 비교한 결과, 기존 직선형 냉각채널을 갖는 금형의 경우 76초가 걸렸던 반면, 공동 연구로 개발된 3차원 등각냉각채널을 갖는 3D 금형은 42초로 약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주조품 전체에 걸쳐 균일하게 냉각되어 3D 금형으로 생산되는 피스톤의 기계적 물성이 개선되는 성과도 보였다.
이종소재 적층 기술 확보로 비용절감
동양피스톤㈜ 선주현 팀장은 이종소재 적층 기술 확보는 기업의 입장에서 꼭 필요했던 기술이었다고 강조한다.
“3D프린팅 공정은 기존 절삭가공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형태의 제품 제작이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피스톤 상부의 복잡한 금형은 3D프린팅 기술로 제작하는 것이 유리하죠. 하지만 하부 금형은 단순한 형상을 가지기 때문에 전통 기계가공 기술이 비용 측면에서 낫습니다. 3D 프린팅 공정 기술과 전통 기계가공 기술의 장점을 모두 얻고자, 전통적 기계가공 기술로 제작되는 하부 금형 위에 3D 프린팅으로 상부 금형을 제작하는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공동 연구팀은 수많은 실험 끝에 하부 금형을 금속 적층가공 기판으로 활용하여 그 위에 상부 금형을 바로 적층하는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하철우 선임연구원은 제작된 3D 상부 금형은 고온·고압 환경에서 신뢰성이 상승하며, 추가 공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전체 금형 제작시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개발된 자동차 피스톤 3D 금형.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렇게 개발된 피스톤은 동양피스톤㈜ 주조 양산 라인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입을 모아 “3D 금형 기술은 자동차 피스톤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조 분야에 적용하여 주조품의 품질 향상과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얘기한다.
특히 연시모 선임연구원은 “3년간 함께한 동양피스톤㈜과의 연구 덕분에 3D프린팅을 활용한 설계 공정, 디자인 효율성, 양산성과 신뢰성까지 고민하고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며 “흥미로운 연구 아이템을 제안해준 동양피스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동양피스톤㈜ 선주현 팀장도 “생기원과 함께한 덕분에 개발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성공적인 연구결과까지 도출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가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집중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피스톤이 사용되지 않는 친환경 자동차에 활용할 수 있는 新 부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때 생기원과 함께한 3D프린팅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자 합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생기원은 연구역량 향상을, 동양피스톤㈜은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잡은 상부상조한 3년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3D프린팅 자동차 피스톤이 탄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