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구좌읍을 대표하는 ‘구좌마을 친구들’ 캐릭터를 제작한 플랜A컴퍼니.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캐릭터를 상품화하는 데 한계점에 봉착했다.
하지만 이때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양영진 선임연구원을 만나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캐릭터 상품 개발에 성공했다.
생기원×플랜A컴퍼니의 협업스토리가 지금 바로 시작된다.
(왼쪽부터)생기원 양영진 선임연구원, 플랜A컴퍼니 박근현 본부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신비의 섬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엔 귀여운 ‘구좌마을 친구들’이 살고 있다. 구좌마을 친구들은 구좌읍을 알리기 위해 제주 스타트업기업인 플랜A컴퍼니가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과 마을 콘텐츠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 캐릭터들은 구좌읍의 대표 특산물인 당근, 감자, 돌고래, 해녀를 모티브로 삼았다. 처음 캐릭터는 2D로 개발되었는데 상품화에 한계를 느꼈다는 게 박근현 본부장의 설명이다.
“초창기 저희가 제작할 수 있었던 기념품은 2D 캐릭터를 활용한 스티커나 배지 등이었습니다. 캐릭터가 3D로 표현된다면 상품화할 수 있는 제품군이 더욱 많아지고, 활용처도 다양해져 관광객들에게 더욱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3D 제작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주도에는 제품 개발, 시제품 제작, 제품 양산 같은 제조업 인프라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인프라가 적다보니 내륙의 기업과 거래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제작과 납품의 유통 과정이 길고 양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당연히 생산 단가도 높아지게 된다. 간단한 캐릭터 상품 개발로 보이더라도 제주도 내에서라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닌 것이다. 난관에 부딪힌 그때 플랜A컴퍼니는 생기원 양영진 선임연구원과 인연이 닿았고 본격 사업화를 논의하게 되었다.
(왼쪽) 생기원 양영진 선임연구원과 플랜A컴퍼니 박근현 본부장이 캐릭터 개발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양영진 선임연구원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저는 늘 제주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플랜A컴퍼니가 생기원 제주본부 디지털 제조 Try-out 센터의 문을 두드리며, 사업 아이템 구체화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서로의 니즈가 맞았다고 할 수 있죠”라고 설명했다.
제주 디지털 제조 Try-out 센터는 제주도 내 기업들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과정을 돕고 있다. 최첨단 양산 장비를 구축하고 있고, 생기원 내 연구원들이 제품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 상용화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플랜A컴퍼니와 같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작은 규모의 스타트기업에게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구좌마을 친구들(왼쪽부터) 돌피, 포테팜, 캐럿츠, 해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우선 양영진 선임연구원과 박근현 본부장은 캐릭터 별로 가장 적합한 상품 매칭에 나섰다. 그렇게 캐릭터별로 특징을 살려서 돌고래 캐릭터(돌피)-연필꽂이, 감자 캐릭터(포테팜)-미니화분, 당근 캐릭터(캐럿츠)-저금통, 해녀 캐릭터(해리)-방향제 케이스의 시제품 제작 계획을 세웠다. 그 후 활용 방안에 맞게 2D 캐릭터를 데이터화하여 3D로 설계했다. 단순해 보이는 이 과정도 4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거친 끝에 첫 번째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박근현 본부장은 “드디어 우리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 숨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첫 번째 시제품은 제품화하기에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먼저 캐릭터를 3D 프린터를 이용해 적층 제작했는데 입체감이 아쉬웠던 것. 이후 눈과 입, 붉은 볼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각각의 금형을 따로 제작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박근현 본부장은 “사실 조립을 하면 사람의 손을 더 거쳐야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단가가 걱정되는 부분이었지만, 완성도 높은 제품을 위해 조립형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라고 과정을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색상 구현의 문제였다. 예를 들어 당근 캐릭터는 주황색 채도를 조금 더 올려 싱싱한 느낌을 더하고, 감자 캐릭터는 땅에서 갓 캐온 것 같은 색감으로 조정한 것이다. 이렇게 여러 번의 색상 조정 끝에 판매해도 손색없는 캐릭터 상품이 탄생했다.
구좌마을 친구들 박스포장 외벽에 적힌 협업 문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양영진 선임연구원은 더 나아가 일반 플라스틱이 아닌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상품화를 플랜A컴퍼니에 추가로 제안했다. 청정 제주에 사람들이 쓰고 버린 폐플라스틱이 섬에 쌓여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것. 플랜A컴퍼니와 많은 논의 끝에 구좌마을 친구들 제품에 적용하는 것까지 이뤄냈다. 박근현 본부장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하자는 생기원의 제안은 제주도민으로서 자원 선순환의 일환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동참하게 됐습니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제품화된 캐릭터 상품은 도내 학생들 대상 교보재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육이를 심어보는 체험을 진행하면 포테팜 캐틱터를 활용한 미니화분을 활용하는 식이다. 개별 상품별로 개발 스토리가 학생들에게는 재밌는 강연 주제가 되어 호응도 좋다. 또한 구좌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기념품으로 나눠주기도 한다. 생기원에서도 기관차원의 기념품으로 4종 캐릭터를 전부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생기원 양영진 선임연구원은 “캐릭터 상품 개발이라는 작업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은 아닐 수 있지만, 제주라는 지역의 특성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준과 단계에 맞춘 적재적소의 지원이 기업의 실질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원 소감을 밝혔다.
플랜에이컴퍼니 박근현 본부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 밖에도 양 선임연구원은 농업, 어업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추가적으로 연구 중이다. 폐플라스틱을 농업용 모판, 어업용 그물, 패션 모자 등으로 리사이클링하는 작업을 다른 도내 기업들과도 적극 협업하고 있다. 아울러 플랜A컴퍼니와의 협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추후 제품의 단가 조절과 박스포장, 생산비용 절감과 같이 판매량과 직결되는 부분까지 함께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수한 기술력과 장비를 지닌 생기원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캐릭터를 보유한 플랜A컴퍼니는 함께함으로써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양영진 선임연구원과 박근현 본부장은 앞으로도 꾸준한 동행을 통해 제주도 내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활동들을 지속해나갈 것이라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