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청정 미래를 위해 탄소중립이 본격화되면서 일상생활에서 ‘친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어 졌다.
이제 기업에서 신규 제품을 만들 때도 환경을 적극 고려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친환경융합소재연구부문 백자연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바이오매스 유래 물질(FDCA)로부터 아디프산을 고수율(98%)로 얻는
신촉매 및 공정기술’을 개발하여 청정공정, 청정미래에 한발 다가섰다.
생기원 청정기술연구소 친환경융합소재연구부문 백자연 선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스타킹 같은 의류 제작에 사용되는 나일론, 현 시대에 필수품인 마스크를 제작할 때 필요한 폴리우레탄, 합성수지·합성고무를 만들 때 필요한 가소제 등은 우리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들이다. 이들을 제작할 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아디프산(Adipic Acid, AA)’이다. 낯선 이름이지만 아디프산은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품을 만들 때 필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동안 아디프산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문제가 야기됐다. 아디프산은 주로 원유 정제과정에서 얻어지는 벤젠으로부터 화학공정을 통해 생산하는데, 이때 부산물로 ‘아산화질소(Nitrous Oxide, N2O)’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가 일으키는 온실 효과보다 약 298배 정도 높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의 약 10%가 아디프산 생산 공정에서 나온다고 하니, 그 양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최근에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를 실생활에서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 빨대는 종이 빨대로, PE비닐은 생분해성 비닐로, 차량 엔진은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변경하는 등 대부분의 산업군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이 ‘친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아디프산 역시 친환경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전 세계에서 그 방법을 연구하는 중이다.
2019년 생기원의 백자연 선임연구원 연구팀에서도 바이오매스 유래 물질 화합물을 이용해 아디프산을 생산하는 연구에 뛰어들었고, 2022년 그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로 ‘목질계 바이오매스 유래 물질(FDCA)로부터 아디프산을 고수율(98%)로 얻는 신촉매 및 공정기술’을 개발해낸 것이다. 마침내 환경에 치명적임에도 사용을 중지하거나 대체할 수 없었던 아디프산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아디프산 제조 공정을 연구 중인 백자연 선임연구원과 연구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기원 청정기술연구소 친환경융합소재연구부문 백자연 선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백자연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2017년 김용진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바이오매스 유래 FDCA 제조용 신촉매 상용화기술’과 연속성이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김용진 박사 연구팀이 바이오매스에서 FDCA를 생산했다면, 이다음 단계의 연구를 백자연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밟아나갔기 때문.
“FDCA는 6개의 탄소로 이루어졌으며 양쪽에 카르복실기(Carboxyl group)가 붙어있는 구조를 띄고 있는데요. 아디프산의 구조와 매우 비슷하죠. 이러한 특징 덕분에 ‘FDCA에서 시작하면 친환경적으로 높은 수율의 아디프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FDCA’와 FDCA로부터 생산한 ‘아디프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FDCA에서 아디프산을 고수율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2단계 반응 과정을 거쳐야 한다. 1단계에서는 수소화 반응을 통하여 선택적으로 THFDCA(2,5-tetrahydrofuran dicarboxylic acid)와 HAA(2-hydroxyapidic acid)를 생산한다. 이후 2단계에서 ‘이온성 액체’를 촉매로 환원 반응을 한 번 더 진행해 아디프산을 생성하는 것이다.
“2단계 결과로 얻어진 이온성 액체에는 아디프산이 섞여 있는 상태여서 둘을 분리해주는 과정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아디프산이 잘 녹는 유기산 용매를 넣어주면 밀도가 높은 이온성 액체는 아래층으로, 아디프산이 용해된 유기산 용매는 위층으로 분리됩니다. 이때 위층만 따라내면 유기산 용매가 쉽게 증발되어 고순도 아디프산 파우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열과는 켐서스켐(ChemSusChem)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내외에서 바이오매스 유래 물질로부터 아디프산을 얻기 위한 노력은 200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석유 유래로부터 얻는 아디프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디프산 생산 과정에 필요한 촉매의 비싼 가격 및 독성, 분리 및 부식성 등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생기원 백자연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FDCA로부터 아디프산을 얻는 신촉매 및 공정기술’은 독성, 분리, 부식성 등 문제를 개선하면서도 촉매의 경제성도 더 높다고 평가된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5월 20일 청정·촉매화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켐서스켐(ChemSusChem)’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켐서스켐의 서스(Sus)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약자예요. 아디프산을 생산하는 출발점은 바이오매스로부터 유래된 FDCA죠. 게다가 2차 반응 과정에서 사용한 촉매인 이온성 액체는 비점이 높아 휘발성이 거의 없고 용해도가 높아 청정용매로 알려져 있는데요. 분리도 잘 되어 재사용이 가능해요. 이러한 점들이 우수한 재사용성을 보였고 켐서스켐의 표지로 선정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 지금은 연구실 단위에서 진행되는 기초 연구 단계로 g단위의 아디프산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kg단위, t단위의 아디프산을 얻기 위한 후속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한다. 백자연 선임연구원는 바이오매스 유래 물질로부터 친환경적인 아디프산을 대용량으로 얻기 위해 새로운 과제를 진행 중임을 밝혔다.
“저희가 연구하고 있는 것들은 아직 실생활에서 체감하기는 어려운 단계입니다 이제는 상업적인 스케일로 연구 범위를 넓혀, 바이오매스 유래 물질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등 실생활에 진짜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지속가능한 청정 미래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연구해가는 생기원 백자연 선임연구원 연구팀. 청정화학 분야를 선도해 나갈 그들의 미래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