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청정기술연구소 디지털헬스케어연구부문 정훈 수석연구원,
㈜한화 레이저개발2팀 이용수 팀장, 한양대학교 나노광전자학 김지원 교수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정훈 수석연구원과 ㈜한화 이용수 팀장, 한양대학교 나노광전자학 김지원 교수도 그렇다.
산·학·연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중 목표로 했던 레이저 광 출력 2.5kW를 훌쩍 넘는 3.0kW 광섬유 레이저를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
대한민국 기술자립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한 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광섬유 레이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의 평화와 안보, 국민의 행복을 위해선 튼튼한 국방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는 대다수 국가들이 많은 예산을 들여 국방기술을 연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국방기술이라고 하여 총이나 대포 등의 무기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멀리 쏘아 올리는 미사일, 무인 비행기, 대공방어, 원거리 폭발물 처리 등의 목적을 위한 기술도 국방기술에 해당하는데, 그 바탕에는 ‘광섬유 레이저’ 기술이 있다.
국방기술의 핵심인 ‘광섬유 레이저’는 ‘광섬유’와 ‘레이저’가 합쳐진 기술이다. 먼저 광섬유는 머리카락 두께의 얇은 유리 섬유를 말하는데, 빛의 전반사를 이용해서 멀리까지 빛을 전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레이저는 빛을 증폭시켜 방출되는 장치를 뜻한다.
현재 광섬유 레이저는 국방기술뿐만 아니라 산업 다방면에서 활용된다. 생기원 정훈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등 첨단 제조 산업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국내 제조현장에서는 레이저 광학 분야 첨단기술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광섬유 레이저를 사용하는 산업은 이뿐만 아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금속분말 기반의 3D 프린팅 분야와 정밀 광학기술 기반의 의료기기 등 응용분야까지 점점 넓어지는 추세이다.
㈜한화 이용수 팀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앞서 언급한 산업들의 강국으로 꼽히는 대한민국. 하지만 우리가 넘지 못하고 있는 벽이 하나 있었다. 바로 광섬유 레이저 기술의 핵심인 ‘레이저 가공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그동안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전량 수입하여 사용해 왔다. 또한 레이저 가공기는 소부장 100대 핵심 전략품목임과 동시에 규제대상 전략물자 1,100개 중 대일 의존도가 높아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된 품목이기도 하다.
㈜한화의 이용수 팀장은 “레이저 가공기의 성능은 레이저 광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레이저 광원기술 개발이 필요해졌다”며 “이에 2019년,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 광원기술 개발’을 위해 생기원 정훈 수석연구원 팀과 한양대학교 김지원 교수 팀을 지원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최근 이들이 3kW의 출력을 가진 단일채널 단일모드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 광원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레이저 가공 시스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광섬유 레이저의 출력이 높을 땐 활용 범위가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때 광섬유 레이저의 출력을 높이려면 여러 개의 광섬유 선을 한 개로 뭉치는 ‘빔(Beam) 결합’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출력을 높일 경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열 문제와 비선형 현상이 대표적이다. 열 문제는 여러 개의 레이저를 합쳐 사용하다 보니 발생되는 것이며, 비선형 현상은 입력에 대한 응답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상업적으로 단일 광섬유에서 얻을 수 있는 광출력은 약 2kW로 제한되어 있었다. 이에 ㈜한화와 생기원, 한양대학교는 레이저 출력제한을 조금 더 높여보고자 2.5kW를 목표로 연구했다. 그러던 중 목표로 했던 2.5kW보다 높은 3.0kW 레이저 출력을 얻을 수 있었다.
3kW로 출력되는 모습.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기원 정훈 수석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레이저 시스템 설계 분석, 비선형 현상을 저감시키기 위한 분석, 품질 좋은 빔 출력을 얻기 위한 분석, 광섬유에서 발생한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시키는 구조설계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목표로 잡은 2.5kW를 상회하는 3.0kW 레이저 출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개발한 우수한 빔 질의 3.0kW 단일 광섬유 레이저는 국내 최초로 얻은 결과였다. 3.0kW 광섬유 레이저를 산업에 적용한다면 절단, 용접 등의 가공 공정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어 단위 시간당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 또한 기존에 사용해왔던 고체·기체 레이저의 경우 레이저를 발진시키기 위해선 미러, 렌즈 등의 광학계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면 단일 광섬유 안에서만 레이저가 출력되어 다른 광학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광섬유 안에서만 광원이 나오면 외부 환경에 대한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의 이용수 팀장은 “빔 결합 전, 레이저 한 개당 kW 수치가 높으면 빔 결합 시 기존보다 적은 수의 빔을 결합해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며 “이로써 기존에 발생하던 문제를 개선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방 분야에 3.0kW 광섬유 레이저를 사용하면 고정식이 아닌 기동식 레이저 무기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생기원 정훈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화와 생기원, 한양대학교의 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 개발한 레이저를 빔 결함 용도에 맞게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 고출력 레이저를 상용화하기까지 장시간 레이저 발진 테스트, 시스템 안정화 기술 연구, 부피 저감기술 연구 등 많은 과정들이 남았다. 모든 과정을 고려했을 때 현재 기술은 상용화까지 약 70% 정도 진행되었다는 게 생기원 정훈 수석연구원의 의견이다.
“생기원에서는 논문 작성 위주의 연구가 아닌 산업에 적용이 가능한 레이저 개발 등 실용화 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3kW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는 바로 산업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화의 이용수 팀장은 “엔지니어링과 레이저 활용 테스트, 제품 개발까지 여러 과정들을 거친 후 정부과제를 수주하는 것이 목표”라며 “국가의 국방기술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이들이 얻은 최대 레이저 출력은 3kW지만 이를 10kW 수준까지 올리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광섬유 레이저 제작 시 핵심 부품인 특수 광섬유, 레이저 다이오드, 신호광·펌프광 컴바이너 등의 국산화를 위해 국내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말처럼 생기원×㈜한화×한양대학교의 광섬유 레이저 기술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는 그날까지 함께, 멀리 나아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