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에너지 고갈과 환경 문제에 대한 중요성이 꾸준히 언급되는 요즘, 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중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 발전’은 건물 옥상이나 베란다 난간에 부착하여 사용하는 등 일상 가까이 다가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서남본부 정채환 본부장은 고출력 슁글드 기술을 적용하여 태양광 발전을 효율은 더욱 높이고,
심미성까지 갖춘 건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 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s)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의 태양광 패널은 셀과 셀을 금속 리본(Metal Ribbon)으로 직렬 연결하여 만들었다. 그래서 해가 지거나 구름에 가려 그늘지게 되면 태양광 패널에 저장되는 에너지가 적어 효율이 크게 떨어졌으며, 일관된 디자인으로 생산되었기 때문에 미관상 좋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도심에 설치했을 때 눈부심이 심하다는 단점도 있었다.
생기원 정채환 본부장은 태양광 패널이 PV(PhotoVoltaic: 광발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우선 태양광 발전 성능은 우수하면서 주변 환경과도 잘 어울려야 한다. 정채환 본부장 연구팀은 태양광 패널의 단점을 보완할 방법으로 슁글드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였고, 꾸준히 연구개발한 결과, 이를 BIPV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효율성은 물론 심미성, 눈부심 방지까지 두루 갖춘 ‘에너지 생산 건물’ 실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태양광 에너지를 얻기 위해선 보통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주로 해가 잘 드는 산간지역이나 염전, 저수지 등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그런데 이 방법은 두 가지 문제점을 야기한다. 첫 번째는 환경 훼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용처까지 전기를 이동하는 데 손실되는 에너지의 양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본부 정채환 본부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를 해결하고자 도시 건물에서 발전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 건물일체형 태양광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이다.
고효율 태양광 슁글드 셀 기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정채환 본부장 연구팀은 2017년, 태양광 발전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슁글드 구조의 태양광 패널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슁글드’는 셀을 분할한 다음, 리본의 연결 없이 기왓장 모양으로 붙이는 방법 말한다. 슁글드 구조로 셀을 붙이면 동일 면적 대비 더 많은 셀을 넣을 수 있을 있어서 결국,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그림자가 지더라도 출력 저감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10% 정도의 음영이 졌을 때 초기 출력 대비 80% 정도의 효율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정채환 본부장은 슁글드 기술을 면적이 제한된 도심에 적용했을 때 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미성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보았다.
슁글드 기반의 BIPV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정채환 본부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슁글드 기술은 기존의 태양광 패널과 비교했을 때 동일 면적 대비 20% 정도 높은 출력을 자랑합니다. 이는 면적이 제한된 도심에 적용했을 때 더 좋은 것이죠. 또한 슁글드 기술은 전면에 은색의 전극구조(버스바)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바둑판 모양의 태양광 패널에 비해 더 많은 디자인적 요소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BIPV 시장은 PV 시장보다 다양한 면적과 디자인을 요구한다. 하지만 기존의 태양광 패널은 버스바 때문에 바둑판식 배열을 피할 수 없었고, 소비자가 요구하는 디자인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흉물’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 또한 60셀, 72셀 등 크기도 규격화되어 있어 건물에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정채환 본부장은 “슁글드 기술만이 현재 디자이너블한 PV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솔루션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슁글드 기술은 셀을 기왓장처럼 연결하기 때문에 길이와 폭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버스바가 없어 다양한 컬러 소재나 패턴 소재를 적용해 심미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건축자재’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내구성도 앞서있다. 보통 내구성 시험 시 초기 출력 대비 5%만 저하되면 통과되는데, 슁글드를 기반으로 한 BIPV는 1% 이하를 보인다. 게다가 빛이 태양광 패널에 반사되면서 발생하던 눈부심도 확실히 줄었다. BIPV 설치는 수직으로 시공되는 경우가 많아 빛 반사에 의한 문제가 생기는데, 태양광 패널에 이르는 빛을 산란시키는 기술 및 패턴을 적용하여 눈부심 방지까지 확보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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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흘러내리는(Rainy) 패턴을 적용한 태양광 패널
정채환 본부장 연구팀은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없던 슁글드 기술을 태양광 패널에 최초로 도입했고 BIPV에 적용하여 상용화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건물이 스스로 전기를 만드는 시대의 문을 연 것이다.
지금은 슁글드 기반의 BIPV 사업화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및 전력계통 연계 전문기업인 ㈜선우E&C에 기술이전을 한 상태다. ㈜선우E&C는 생기원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2023년부터 양산 및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며, 10MW급 BIPV 모듈 제조라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BIPV 전문기업인 ㈜세종인터내셔널과 특수목적법인인 ㈜카본프리를 설립해 생기원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정채환 본부장 연구팀은 앞으로 심미성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컬러 적용뿐만 아니라 건물이 태양광 설비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BIPV 제품 초 경량화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방열강판의 방열 극대화를 통해 출력 안전성을 확보하고, 방열된 열을 회수하여 부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BIPVT(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Theraml)를 개발 중이기도 하다.
건물의 아름다움은 물론 전력 효율까지 극대화하는 슁글드 기반의 태양광 발전.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열어가는 정채환 본부장 연구팀의 행보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