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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빠르고, 간단하게

집에서도 OLED 디스플레이
만드는 시대온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본부
청정웰빙연구그룹 박성현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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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스마트폰, 전광판 등 다양한 화면에서 빛나는 화려한 색상들. 여기에 사용되는 핵심부품이 바로 디스플레이다.
이 중 유기(Organic)물질을 활용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는
복잡하고 값비싼 장비와 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만들어진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성현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미국 미네소타대 등
연구팀과 복잡한 OLED 디스플레이 공정 과정에서 벗어나, 3D프린터만으로 OLED 디스플레이를 인쇄하는 데 성공했다.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 불리는 3D프린터는 재료와 도면 그리고 장비 한 대만 있다면 장소나 시간의 제약 없이 원하는 물건을 맞춤 제작할 수 있다. 장난감, 옷, 그릇을 비롯해 인공관절, 항공부품까지 제작 범위도 다양하다. 여기에 더해 가까운 미래에는 OLED 디스플레이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3D프린터로 출력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OLED 디스플레이는 가볍고 유연하며 효율적 전력사용이 가능해 TV나 컴퓨터 모니터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단 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정공층·발광층·전자층·전극층 등 수많은 층을 쌓아야만 하는데, 이때 층마다 각각의 장비가 필요하며 그 가격은 수백억 원에 달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본부 청정웰빙연구그룹 박성현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장비 집약적 제조과정이 필요한 OLED 디스플레이를 3D프린터 한 대만으로 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간편할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OLED 디스플레이를 인쇄하는 3D프린터 개발 배경을 설명하는 생기원 박성현 선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그간 3D프린터는 폴리머, 금속 등 하나의 소재만을 활용해 출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기능성 소재를 활용하는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죠. 이번 연구를 통해 3D프린터에 전도성, 전극, 유기물질 등 기능성 소재의 활용 폭을 넓혀서, 궁극적으로 OLED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것에 방점을 뒀습니다.”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간 2019년 말, 박성현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약 2년간의 연구 끝에 3D프린터만으로 유연한 OLED 디스플레이 제작에 성공했다. 수많은 공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OLED 디스플레이를 3D프린터 단 한 대만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박성현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3D프린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OLED 디스플레이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유기물질과 나노물질, 폴리머 소재 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소재들을 3D프린터로 출력하기 위해서는 잉크화(액상화) 과정이 필요하죠. 잉크화란 고체형태의 물질을 녹여서 출력 가능하도록 만드는 과정을 뜻하는데요. 물론 잉크화가 필요 없는 소재도 존재하지만, 소재들마다 잉크화 과정이 다릅니다. 이 차이 때문에 같은 모듈을 이용할 수 없어 여러 노즐과 헤드를 교체해 사용해야 합니다.”
3D프린터에 부착된 여러 개의 헤드와 노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먼저 ‘3D프린터만으로 만든 OLED 디스플레이’의 제작과정에 대해 이해하려면 연구팀이 개발한 ‘3D프린터 장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3D프린터는 부착된 1개의 헤드와 노즐을 통해 잉크를 출력한다면, 연구팀이 개발한 3D프린터는 ‘다중모드 3D프린터’로 여러 개의 헤드와 노즐이 부착되어 있는 형태이다. 그래서 한 층 한 층 쌓아 올릴 때마다 각 층에 해당되는 소재가 담긴 헤드와 노즐이 돌아가며 잉크를 출력한다.
연구팀은 3D프린터를 활용해 가로 8개, 세로 8개 총 64개의 전극이 생성된 1.5인치의 OLED 디스플레이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프린팅은 플라스틱처럼 유연성이 높은 기판 위로 6층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①먼저 전자소자인 은나노 입자를 출력한다. 이때는 100℃ 이하로 저온가열을 해주어 전도성을 생성한다. ②다음으로 은나노 입자의 전기 전도성을 높이기 위해 투명하고 전도성이 있는 폴리머 물질을 추가로 쌓는다. ③발광하는 유기물질인 유기고분자 폴리머를 분사해 발광층을 형성한다. ④이 위에는 전극끼리 닿지 않도록 실리콘을 쌓아 절연층을 생성한다. ⑤갈륨과 인듐을 일정비율로 섞어 액체금속으로 잉크화하고 프린팅한다. ⑥마지막으로 실버페이스트를 활용해 전극층을 생성한다.
OLED 디스플레이의 궁극적인 목표는 빛을 내는 것. 그러나 연구팀은 발광층의 불균일한 출력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다. 발광층이 불균일하면 빛의 밝기가 다르게 보이고 얇은 두께 쪽으로 전류가 더 많이 흐르기도 한다. 이때 박성현 선임연구원은 발광층에 사용하는 헤드를 분무 스프레이 형태로 교체해 균일하게 출력될 수 있도록 개선하며 해결방안을 찾기도 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본부 청정웰빙연구그룹 박성현 선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렇게 3D프린터로 OLED 디스플레이를 만들면 제작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절감도 가능하다. 제작 장비는 한 대의 3D프린터만 있으면 되고, 재료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박성현 선임연구원은 3D프린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불리는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기에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고해상도의 OLED 디스플레이를 만들기엔 부족함이 있습니다. 앞으로 소자 사이즈를 줄이고 개수를 늘려 해상도를 높이고, 다양한 컬러를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할 예정입니다.”
또한 박성현 선임연구원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센서를 만들어 헬스케어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해 나갈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개개인의 인체 굴곡에 맞는 센서를 3D프린터로 제작하면 보다 유연하고 정확한 디바이스까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쇄기술은 프린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해왔다. 글자판을 눌러 종이에 글자를 찍어내는 타자기부터 문서정보를 빠르게 종이에 그려내는 흑백 프린터, 색을 입히는 컬러 프린터까지 짧은 기간에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 이제 인쇄기술 발전의 중심에는 3D프린터가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3D프린터를 이용해 누구나 원하는 형태의 OLED 디스플레이를 빠르고, 간단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본부 청정웰빙연구그룹 박성현 선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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