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였던 의료기기 제조산업, 뿌리 기술로 그 기반을 세우다.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 김우진 센터장

최근 시즌2를 마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는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의 5인이 나오는 만큼 다양한 의료기구들이 등장한다. 그 중 하나인 ‘카테터(Catheter)’는 인체 혈관이나 소화기계, 비뇨기계 등에 삽입해 진단과 치료를 수행하는 튜브 형태의 기구다. 드라마에서는 허벅지에 카테터를 넣어 혈관을 따라 뇌까지 올린 뒤 동맥류를 막는 시술 장면이 나와 시청자의 시선을 끌었다.

경북 영천에 위치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에서는 이 같은 카테터를 비롯해 중재시술 의료기기 제조공정에 대한 기술개발 및 상용화 연구를 2016년부터 수행해오고 있다. ‘중재시술 의료기기’란 다양한 영상장비를 기반으로 수술 없이 각종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최소 침습 시술기구를 말한다.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장을 겸하고 있는 대경본부 첨단메카트로닉스연구그룹 김우진 수석연구원을 만나 의료기기 국산화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 전경.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의료기기 제조기술의 산실,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것처럼, 카테터를 이용한 최소침습시술은 현재 의료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카테터를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우진 센터장에게 물어봤다.

“길이 0.5~2m, 외경 0.5~5mm의 작은 튜브 형태로 이루어진 카테터는 뇌, 심장 등을 진단, 치료할 때 개복하지 않고 최소한의 진입로를 확보해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카테터 안에 다양한 의료기기를 넣고 혈관을 따라 시술 부위에 도달하면 시술하는 거죠. 이 때문에 개복할 때보다 외부 감염을 막고 수술 위험을 낮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는 심뇌혈관계를 비롯해 소화기계와 비뇨기계, 척추, 이비인후과, 안과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사용됩니다.”

그는 현재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비혈관계 질환용 카테터와 그 핵심부품을 센터 설립 초기부터 기업들과 함께 개발해 국산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관련 제품들도 협업 기업들이 다양하게 양산 중이다. 아울러, 심혈관 및 뇌혈관계 질환용 카테터도 개발이 한창이라며, 2022년부터는 품목허가 후 시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국내에 의료기기 관련 여러 연구소와 공공기관들이 있습니다. 이들 기관의 경우, 주로 의료기기 인허가와 시험평가에 집중하는 편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존에는 의료기기 기업들이 자력으로 제조기술력을 쌓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저희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제조공정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춰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유일한 의료기기 제조기술의 산실인거죠.”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 김우진 센터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기원 고유의 뿌리기술과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의 시너지

다양한 개발 제품 중 김우진 센터장은 ‘관상동맥 스텐트 전달용 카테터’를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의 대표 개발 사례로 손꼽았다. ‘관상동맥 스텐트’란 심장으로 흐르는 큰 혈관이 좁아졌을 때 사용하는 의료기기다. 이는 카테터를 통하여 병변에 전달되며, 이때 사용되는 카테터의 끝단이 풍선처럼 부풀어 혈관을 넓히고 스텐트를 장착하기에, 흔히 ‘풍선 카테터’라 불린다. 특히 이 제품은 생기원의 고분자 성형 뿌리기술을 적극 활용해 개발됐다고 한다.

“풍선 카테터의 경우, 혈관에 들어갔을 때 손상을 입히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고분자를 동그랗게 성형하고, 작은 직경의 튜브를 균일하게 제조하는 것이 핵심이죠. 또한 풍선 카테터만의 인장력이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생기원이 보유한 의료용 마이크로 압출 시스템을 이용하여, 목표에 맞는 압출 성형 다이를 최적설계 및 제조하고, 압출 온도, 진공도, ��칭 조건, 인출 속도 등 압출 공정변수의 최적화를 통해 국외 글로벌 제품과 유사한 기계적 물성을 가지는 카테터 제조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렇게 개발한 ‘풍선 카테터’는 국내 임상의들에게 전달돼 검증받고 있으며, 외산 제품과 동등 수준의 품질을 가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디스크’로 잘 알려진 척추질환 치료용 카테터의 핵심부품 ‘멀티루멘 편조 샤프트’도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품은 카테터 끝부분이 조향이 되도록 해 약물 전달을 용이하게 하거나 카테터 안에 더 작은 시술용 카테터가 들어갈 수 있도록 유로를 확보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미국, 유럽 등 의료기기 선진국으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는데, 국내 기업과 3년여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제조공정을 개발하고 상용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췌장 내 담석 제거용 및 심장 내부에 삽입되는 카테터를 국내 의료기기 기업과 개발을 완료하고 글로벌 기업에 런칭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 중인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 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조기술 국산화로, 국내 자립도 제고와 세계시장 관통

현재까지는 카테터 기반의 중재시술 의료기기는 미국, 아일랜드 등 의료기기 선진국 대비 기술력이 열세인 상황이다. 김우진 센터장은 연구 초기를 돌이켜 보면 의료기기 산업 생태계조차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 상용화가 막막했다고 한다. 하지만 임상의와 의료기기 기업, 연구진들이 함께 힘을 모아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현재 국내 임상의와 의료기기 기업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정도로 제조기술력이 축적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카테터 분야 주요 부품 소재의 국내 자립도는 60%에 불과하지만,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밀공정 등을 개발하고 있기에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내 자립도 100%를 위해 오늘도 연구해야죠.”

연구 중인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 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현재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는 보다 나은 부품을 개발하기 위해 국외 제품을 분석하거나 역설계하여 개선된 사양의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약 40여 개의 국내 기업 및 병원 임상의들과 함께 협력연구도 수행 중이다. 향후 바이오센서와 제조 분야를 융합한 ‘스마트 카테터’를 개발하겠다는 미래전략도 갖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그들이 던진 승부수가 세계 의료기기 시장을 관통하는 그날까지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의 기술자립을 향한 의지와 그 행보를 응원해본다.

바이오메디칼생산기술센터 김우진 센터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