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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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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율 0% 반도체 구리 도금액, 소재 자립 선봉에 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기술연구소 친환경열표면처리연구부문 이민형 수석연구원
대한민국은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 강국이다. 하지만 반도체 도금 소재의 경우,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최초 구리 도금액의 소재 자립을 위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친환경열표면처리연구부문 이민형 수석연구원이 기술개발의 선봉에 섰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기술연구소 친환경열표면처리연구부문 이민형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반도체 범프공정의 핵심소재, 구리 도금액
반도체는 작은 소재들이 모두 모였을 때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구리 도금액’이다. 이 소재는 반도체 칩과 PCB 기판을 접합하거나 칩과 칩을 연결할 때 꼭 필요한 ‘범프(Bump) 공정’에서 주로 활용된다.
그런데 반도체 도금액 시장은 일본 및 미국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라, 국내에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그러던 2019년, 일본은 우리나라를 상대로 수출규제를 시행했고, 이는 작은 소재 하나하나가 국가기간산업을 뒤흔드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반도체 분야에서 깊은 연구를 수행해왔던 이민형 수석연구원이 소재 자립을 위해 도금액 국산화에 나섰다.
구리 도금액에 대해 설명하는 이민형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구리 도금액의 경우 100% 수입에 의존했기 때문에 국내에는 정보 자체가 부족했습니다. 그렇기에 3년간의 연구 동안 시행착오를 참 많이 겪었습니다. 하지만 소부장 자립에 사명감을 느껴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갔습니다.”
반도체 도금의 평탄화 up! 속도 up!
반도체 공정에서는 칩을 PCB 기판 또는 다른 칩과 연결하는 작업을 ‘범프’ 공정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에서 범프의 형상을 균일하게 하고 칩과 접촉하는 상단부를 편평하게 만들기 위해선 도금액의 성능이 중요하다. 만약 범프 형상이 평탄하지 못한 경우, 전류가 제대로 흐르지 않게 되고 이는 반도체 불량으로 이어진다. 불량 최소화와 수율 향상을 위해 ‘고평탄 도금액’이 필요한 이유다.
이민형 수석연구원 연구팀은 3년간 무려 15,000번의 시행착오 끝에 ‘반도체용 고성능 구리 도금액’을 성공적으로 개발해냈다. 그는 개발한 도금액의 가장 큰 특징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볼록한 모양과 오목한 모양을 합치면 평평해진다는 정반합의 원리에 착안했습니다. 즉, ‘볼록 형상 유도제’와 ‘오목 형상 유도제’라는 두 첨가제를 최적 비율로 혼합하면 고평탄화를 구현할 수 있는 거죠. 바로 그 황금 비율 조합에 저희만의 비밀 노하우가 숨어 있습니다.”
이를 실제 공정 테스트에 적용한 결과, 도금 속도 역시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작업 시간이 빨라져 외산 도금액 대비 150%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존 도금액의 경우, 도금 속도를 올리면 올릴수록 표면이 평탄하지 못해 불량이 발생하기 쉬웠죠. 하지만 개발한 고성능 구리 도금액을 이용하면 분당 3㎛의 속도에서 도금두께 편차도 2% 이내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즉 고속도금 공정에서도 고평탄화가 유지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입니다.”
구리도금액.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렇게 개발한 고성능 구리 도금액은 2020년 12월 국내 전자소재 전문 기업에 기술 이전됐고 제품 출시까지 원활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반도체 대기업 생산공정에 실제 활용하기 위한 평가 작업을 수개월째 병행 중이다. 현재 해당 대기업으로부터 12인치 대형 웨이퍼 제조 및 차세대 반도체 제품에서 필요로 하는 도금 특성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친환경열표면처리연구부문 이민형 수석연구원과 연구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도금액 시장에서 최고가 되는 그날까지
지금까지 반도체용 구리 도금액의 국산화 전례는 없었다. 이번 성과는 R&D 시작부터 실험실 수준이 아닌, ‘양산’을 전제로 모든 도금 조건과 변수를 고려해 개발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숙제가 하나 더 남아 있다고 말한다.
“바로 도금액 양산의 핵심인 반도체용 도금 장비 개발입니다. 도금액의 공정 적용 평가가 잘 마무리되어 소재 자립이 먼저 이루어진다면, 이 역시 수년 내 가능하리라 예상합니다. 국산화의 최종 단계인 거죠.”
또한 도금 기술은 하나의 큰 카테고리를 지닌 기술로, 반도체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다른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도금액까지 개발하고자 한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철강, 수소(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도금액 개발에 힘쓰고자 합니다. 산업은 항상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이라 아마 50년이 지나도 새롭게 개발할 도금액이 나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개발해야죠.”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 도금액이 글로벌 일류 제품으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이민형 수석연구원의 연구개발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소재 자립 선봉에 선 그의 활약상을 더욱 기대해본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기술연구소 친환경열표면처리연구부문 이민형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