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하면 ‘대한민국’, ‘대한민국’하면 ‘반도체’라고 할 만큼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이다.
세계적으로 AI 반도체가 각광받는 지금, AI 반도체를 우리나라의 차세대 핵심 동력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AI 반도체의 성공은 CMP 공정에 달려 있다.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고 평탄하게 만들기 위한 CMP 장비 기술을 개발 중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김형재 수석연구원과 이태경 선임연구원을 소개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CMP 장비 기술 개발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형재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날이 갈수록 성능이 좋아지는 스마트 기기들. 보통 성능이 좋아지면 부피가 커지기 마련인데 오히려 크기는 같거나 작아지고 있다. 이처럼 크기는 작아져도 성능이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의 답은 바로 반도체에 있다.
반도체는 특정 조건에서만 전기가 통하는 물질로 현대 과학기술의 핵심이다. 반도체를 활용하는 반도체 소자 중 하나인 트랜지스터를 동일한 면적의 웨이퍼 표면에 많이 쌓을수록 전자기기의 성능이 좋아진다. 즉 웨이퍼의 표면이 평탄해질수록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쌓을 수 있고, 트랜지스터를 많이 쌓아 집적도가 향상되면 반도체의 성능이 좋아지는 것.
생기원 김형재 수석연구원은 웨이퍼 위에 트랜지스터를 촘촘하게 많이 쌓을 수 있는 CMP 장비를 개발했다. CMP 장비는 화학적, 기계적으로 웨이퍼의 표면을 연마해 평탄화시켜주는 기기이다.
“전자제품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지금보다 더 작고 정교한 반도체를 요구하는 경우가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의 크기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더 미세한 공정이 필요하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장비가 필요하죠. 저희는 이런 요구조건에 맞게 웨이퍼를 균일하고 정확하게 갈아내는 CMP 장비를 개발했고, 10nm급 초미세 패턴 표면도 정밀하게 연마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모바일에 사용되는 반도체와 미래의 산업으로 주목받는 AI 반도체 모두 고집적도와 저전력이 중요한 상황인데요. 저희 CMP 장비로 웨이퍼를 얇게 갈아내면 전력 소비는 줄이고 집적도는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래의 반도체 산업에 꼭 필요한 장비인 셈이죠.”
고집적 반도체 평탄화를 위한 CMP 장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CMP 장비가 웨이퍼를 연마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웨이퍼를 헤드에 부착한 뒤 패드와 맞닿게 내린다. 패드에 연마액을 분사하고 회전시켜 웨이퍼를 매끄럽게 갈아낸다. 연마 후에는 브러시로 웨이퍼의 표면을 닦아낸다. 이 과정에서 공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까지 포함해 CMP 장비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중이다. 그중 현재까지 개발이 완료된 기술을 소개한다.
이태경 선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패드 컨디션 최적화 기술
패드는 웨이퍼를 연마하는 과정에서 스크래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탄성체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연마 과정에서 패드의 변형은 어쩔 수 없는 일. 문제는 패드의 변형이 웨이퍼의 연마 작업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미 상용화된 기술은 다른 해외 사에 특허 출원으로 개발이 막혀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태경 선임연구원은 패드의 변형도를 측정하고 균일도를 제어하는 기술인 ‘패드 컨디션 최적화 기술’을 개발했다.
“연마 패드는 웨이퍼를 잘 갈아내야 하기 때문에 표면이 울퉁불퉁합니다. 계속 사용하다 보면 울퉁불퉁한 표면이 닳으면서 웨이퍼와 닿는 면적이 고르지 않게 변형됩니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연마할 때 힘으로 누르는 부분에 하중 센서를 부착하여 튀어나온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반발력을 측정하고, 이를 높이로 환산해 패드 형상을 확인하는 기술을 CMP 장비에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변형이 생긴 패드는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보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기술로 패드의 수명은 두 배 이상 연장되고, 패드를 교체하는 시간이 1/2로 감소했다. 더불어 패드 변형도 줄어들어 반도체의 불량률이 떨어지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다.
CMP 공정.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마 후 세정 기술
CMP 공정.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반도체에 작은 먼지 한 톨이라도 붙어 있으면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그래서 반도체 제조 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CMP 공정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물이나 용액이 아닌 연마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잘 닦아내야 한다.
“CMP 공정에서 사용하는 연마액은 먼지 성분과 물을 섞어놓은 연마 입자로 이루어진 용액이에요. 이를 잘 닦아내기 위해서 부드러운 스펀지 재질로 만들어진 브러시를 이용합니다. 만약 브러시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반도체의 성능이 떨어집니다. 잘 가공된 웨이퍼가 불량으로 판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세정 기술은 매우 중요합니다.”
브러시의 경우 소모품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때 브러시의 위치가 조금만 틀어져도 세정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이태경 선임연구원은 브러시가 웨이퍼 표면에 균일하게 닿는지 판단하는 장치를 개발해 CMP 장비에 적용했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더 정밀하게 갈아내야 한다. 그 공정을 담당하는 장비가 바로 CMP이다. 즉 평탄화한 반도체를 동일한 품질로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CMP 장비 기술이 중요하다. 그리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웨이퍼와 패드가 맞닿는 지점과 연마가 끝나는 시점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김형재 수석연구원은 연마 종점 검출 장치 기술도 연구 중이다.
생기원에서 현재 개발 중인 CMP 장비는 전 세계 반도체 CMP 장비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 일본과 비교해도 결코 기술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김형재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계측·제어 능력과 연마 재연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수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전 세계 반도체 CMP 장비 부분 점유율 30% 이상을 바라보며 차근차근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장비 및 공정 상태 모니터링 기술이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한 큰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CMP 장비만 놓고 보면 가공기지만, 가공과 동시에 측정까지 가능하도록 연구 중입니다. 이를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전체를 통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