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기술이 멋진 제품으로 탄생하여 세상에서 빛나는 것’ 기술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가장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금 부족, 시제품 제작의 어려움 등 수많은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 시기를 ‘죽음의 계곡’이라고 표현할까.
한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의 동남본부 남대근 박사를 만난 엘케이베큠은
‘죽음의 계곡’을 이겨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생기원과 함께 더 큰 도약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
생기원 남대근 박사와 엘케이베큠의 김학률 대표가 인연을 이어나기 시작한 2012년 7월. 이들이 처음 만난 곳은 생기원 창업보육센터다. 그때를 회상한 김학률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오랜 꿈을 실현하고자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둘째 딸이 태어나던 때라 주변에선 저의 도전을 철없는 행동이라 하기도 했죠. 그러던 중 생기원 동남본부 창업보육센터에서 입주기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고 급하게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 합격했죠. 이때 제 멘토로 나서준 분이 남대근 박사님입니다.”
열정이 가득했던 멘티 김학률 대표와 달리 멘토 남대근 박사는 “막막했었다.”고 한다. 남대근 박사의 전공 분야는 ‘재료’로, ‘진공펌프’ 제조기업인 엘케이베큠에 어떤 기술적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지원 제도 소개, 과제 기획 등 기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는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저는 외부 협력업체와 함께 기술개발을 하는 일을 오랜 시간 해왔어요. 기업의 흥망성쇠도 많이 지켜봤죠. 그래서 엘케이베큠에게 기술적인 것 이외에도 경영 및 기술개발의 방향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었습니다.”
기술창업을 시도하는 대부분 창업가들은 기술이 있더라도 이를 제품으로 펼칠 기획력도, 마케팅 능력도, 자본도 부족하다. 그래서 엘케이베큠에게 남대근 박사의 정부 지원정책 소개부터 전문 용어에 대한 교육, 과제 기획 등의 도움은 1차 성장을 이끈 더없이 좋은 기업지원이었다.
김학률 대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엘케이베큠의 주력제품은 건식 진공펌프다. 펌프란 압력을 통해 액체나 기체를 빨아올리거나 이동시키는 기계를 말한다. 진공펌프는 펌프작동을 통해 진공상태를 만드는 제품으로, 반도체나 제약, 석유화학 시장에서 주로 사용한다. 진공펌프에는 습식과 건식 2가지 종류가 있다. 습식 진공펌프는 물이나 오일의 회전으로 공기의 흐름을 이동시켜 진공을 형성하는데, 빨아들이는 부분에 공기 외 다른 이물질이 들어오면 정체가 일어나고 진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물과 기름에 이물질과 섞여 폐수, 폐유가 되어 버려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김학률 대표는 자신의 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사의 진공펌프를 벤치마킹해 국내 최초로 모든 공정에 적합하고 50Hz 해외지역에도 진공 성능 저하가 없는 ‘고성능 사이드 배출 C시리즈’ 건식 진공펌프를 시장에 내놨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 제품을 수출 후 제품 사용자의 평가를 통해 제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김학률 대표는 남대근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남대근 박사는 간단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바로 이물질이 잘 배출될 수 있도록 입구를 넓히는 것. 남대근 박사는 생기원의 기업지원에 대해 “생기원이 기업을 지원해줄 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도와줄 수 없습니다. 대신 어려워하는 부분, 간지러워하는 부분을 탁 터치해 드리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남대근 박사는 시제품 테스트 지원, 기술의 업그레이드 방향에 대한 조언, 부족한 자본에 대한 정부 자금 지원 연결 등을 통해 엘케이베큠의 도움 요청에 최선을 다해 응답했다. 이뿐만 아니라 생기원 청정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펌프 전문 박사와 엘케이베큠을 연결해주며 기술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결과 2015년, 엘케이베큠은 현재 매출의 50%를 달성하고 있는 ‘하부배출 V시리즈’를 국내 최초로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물과 오일이 아닌 두 개의 스크류를 활용하는 건식펌프로, 폐수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며, 이물질이 쌓이더라도 세척 및 배출이 쉽다. 멈추지 않는 생기원과의 소통과 성장에 대한 열정이 엘케이베큠을 2차 성장기로 이끈 것이다. 현재 엘케이베큠에서 판매 중인 진공펌프 제품은 시장을 선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미국, 중국, 인도,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 진공펌프 선주문량이 100~150대 가량 된다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0에 가까울 정도로 성능 및 내구성도 뛰어나다.
생기원 남대근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엘케이베큠에서 개발한 진공펌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기원과 엘케이베큠이 2012년 창업보육센터에서 시작하여 현재 파트너기업까지 인연을 이어온 지 약 10년. 그간 엘케이베큠은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그리고 2021년 우수파트너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남대근 박사는 선정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생기원에는 수많은 파트너기업이 존재하지만 꾸준히 성과를 내는 곳은 적은 편이죠. 엘케이베큠은 창업 후부터 지금까지 생기원의 파트너기업으로서 함께 활동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성장도 해왔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생기원이 추구하고 있는 파트너기업 제도에 가장 부합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생기원과 함께했으며, 앞으로도 생기원과 함께할 거라는 김학률 대표. 그는 생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진공펌프에 대해 설명하는 김학률 대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기원이 있기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박사님들과 빠른 시간 내에 미팅을 잡아 의견을 묻고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이러한 과정에서 이례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이야기가 하나의 아이디어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생기원은 기술적, 인력적, 환경적으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업에게 미래 먹거리인 신사업 발굴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앞으로 남대근 박사와 엘케이베큠은 원전해체 산업진출을 위한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원전은 EU에서 인정하는 친환경 에너지이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을 염려하는 여론이 높아진데다, 수명을 다한 원전이 차례대로 발생하면서 방사능 오염에 대한 위험성, 환경 복원 등을 이유로 원전해체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리원전 1호기가 중지 상태인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산업용 원전을 해체한 경험이 없어 기술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탄탄한 엘케이베큠의 원천기술과 생기원의 연구개발 능력이 함께한다면 머지않아 이들의 값어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3차 성장을 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생기원과 엘케이베큠. 이들의 인연이 얼마나 큰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진공펌프의 연구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김학률 대표와 남대근 수석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