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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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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무인 자율주행, 특장차부터 시작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본부 동력소재부품연구그룹 차현록 수석연구원
X맨 울버린의 최후를 그린 영화 ‘로건(2017)’에서는 잠깐의 등장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오토트럭’이 나온다. 스포츠카 형태의 무인 트랙터가 앞서 달리며 여러 대의 컨테이너를 동시에 견인하는 자율주행 특장차다. 승용차의 경우 현재 안전 및 규정상의 문제로 자율주행 시 운전자가 반드시 탑승해야 하는 반면, 일부 특장차 분야에서는 실제로 완전한 형태의 무인 자율주행을 앞두고 있다. 무인 저속 특장차의 상용화를 이끌고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서남본부 동력소재부품연구그룹 차현록 수석연구원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본부 동력소재부품연구그룹 차현록 수석연구원
무인 저속 특장차, 작업자와 발맞춰 달리며 길거리 청소
최근 승용차의 반자율주행 기능이 보편화되면서 무인 주행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운전자가 부재한 고속주행 상황에서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고, 이를 보완해줄 도로상황 인식 및 판단 기술들 역시 개선돼야할 점이 많다. 현행 도로교통법에서도 자율주행 기능과 관계없이 차량 운행의 필수요건으로 운전자 탑승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청소차, 폐기물수거차처럼 저속으로 운행되는 특장차의 경우, 무인 주행이 가장 빠르게 현실화될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도보 작업자와 발맞춰 시속 5km로 주행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낮고 돌발 상황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해진 청소 구간만 반복 운행하면 되므로 맵핑 등의 기능 구현도 쉬운 편이다. 생기원 서남본부가 위치한 전남 광주에서 무인 저속 특장차 기반 구축에 힘쓰고 있는 차현록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무인 저속 특장차 규제자유특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차현록 수석연구원
“주거·산업단지나 공원 등 공공시설의 부지는 매우 넓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수의 청소 작업자들이 전 지역을 감당하기 쉽지 않고, 주로 어두운 새벽이나 밤에 일을 해야 해 근무환경도 열악하죠. 특히 도로변에서 활동하는 만큼 교통사고 위험도 큽니다. 만약 이때 운행되는 청소차와 폐기물수거차를 무인 자율주행화 할 수 있다면, 작업자들의 안전과 근로여건이 개선되고 인력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전남 광주, 규제자유특구 선정으로 무인 특장차 실증 기반 갖춰
현재 생기원에서 기업들과 함께 개발한 무인 특장차는 노면 청소차, 산업단지 및 주거단지 폐기물 수거차, 공공정보 수집차 총 4종이다. 하지만 개발이 완료됐더라도 상용화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실증 테스트를 거쳐 주행 신뢰성과 관련 빅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운전자 탑승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규제로부터 벗어나, 실제 도로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무인 주행할 수 있는 전용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19년 12월 광주광역시가 ‘무인 저속 특장차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되면서 그 기반이 세워졌다. 미래차 산업 육성을 원하는 광주시와 자율주행 특장차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차현록 수석과의 협업의 결과였다. 이로 인해 특구 내 무인차량 자율주행이 법적으로 가능해졌으며, 생기원은 광주 관내 기업들과 함께 다양한 자율주행실증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규제자유특구란 지역 혁신성장과 균형발전을 위해 신사업 관련 덩어리 규제를 패키지로 완화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자동차 산업에 특화된 광주광역시가 미래먹거리 중 하나로 무인 특장차에 주목하면서,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기 위해 의기투합할 수 있었죠. 생기원의 주요 역할 중 지역산업 육성·지원도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무인 특장차, 통합관제센터 지원으로
330시간 500회 무사고 실적 달성!
특구 지정 이후 실제 실증은 올해 2월부터 시작됐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무인 청소차 두 대가 평동산단과 우치공원 내 도로를 치우고 있으며, 수완지구의 경우 두 경로로 나뉘어 각각 산업단지용·주거단지용 폐기물수거차가 운행되고 있다. 공공정보 수집차도 곧 평동산단 시범운행에 들어간다. 12월 현재까지 총 330시간 동안 500회의 실증 테스트가 이뤄졌고, 무사고 실적을 달성해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올해 7월에는 생기원 서남본부 내에 통합관제센터가 구축되어 운영에 들어갔다. 30기가 헤르츠의 5G 전용망을 갖춰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시설이다. 이를 토대로 무인 특장차의 주행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됐으며, 이상 상황 발생 시 관제사가 직접 개입하는 원격제어도 가능해졌다. 또한 그 과정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들을 관련 기관·기업 등에도 공유 중이다. 무인 특장차의 안전성과 활용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생기원 서남본부에 구축된 자율주행 양방향 통합관제센터
자율주행성능 UP! 안전도 UP!
한편 차현록 수석연구원 연구팀은 AI 자율주행성능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일반적인 자율주행 AI는 운전자만큼 실제 도로 현장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기능을 수행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연구팀은 차량 동력학적 정보 기반의 ‘Physics Informed’를 AI에게 학습시켜, AI가 원활하고 빠르게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어떤 차든지 100km 속도로 주행하다 갑자기 0km로 멈추면 위험합니다. 하지만 AI의 경우, 이를 인지하지 못해 더 큰 사고를 야기하게 됩니다. 이때 차량 동력학에 대한 물리적인 학습을 제공해주면, AI가 더 안전하게 차량을 제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아울러, 자율주행 차량의 정확한 주행을 도와주는 다양한 기능들도 개선하고 있다. “운전할 때 초행길이 어렵듯,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기원에서는 고정밀지도 구축 시스템으로 도로·지형·주변건물 등을 cm 수준의 3차원 입체지도로 만들어 자율주행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 주행 전 도로주행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통해 비나 눈, 안개 등 다양한 도로상황을 반영해 자율주행이 잘 작동하는지도 검증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완벽한 무인 자율주행은 아직 현실로 구현된 바 없다. 차현록 수석은 무인 저속 특장차 분야가 가장 빠른 상용화 속도를 보일 것이라며, 머지않아 무인 주행 시대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향후 AI 성능개선 및 라이더센서, 카메라 등 부품 개발에 집중하며 더 안전한 자율주행 환경을 만들기 위해 광주 빛그린산단 기업들과 함께 연구를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 특장차 산업의 메카로 거듭날 전남 광주의 미래가 기다려진다.
연구팀이 개발한 주거단지용 폐기물 수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