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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고령화, 스마트팜 무인 로봇이 해결한다
다기능 무인 농작업 로봇 플랫폼 개발
임대영 서남본부 스마트모빌리티소재부품연구그룹 수석연구원
서남본부 임대영 박사(사진)가 개발한 ‘다기능 무인 농작업 로봇’.ⓒ한국생산기술연구원
농촌 고령화로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고효율 자동화 시스템을 탑재한 스마트팜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팜 기자재는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노동력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증가시킬 로봇 연구가 절실하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본부 스마트모빌리티소재부품연구그룹 임대영 박사는 스마트팜 구축에 필요한 운송(Transport), 방제(Spray), 리프트(Lift) 기능을 하나의 무인 플랫폼에서 구현할 수 있는 ‘다기능 무인 농작업 로봇 플랫폼’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특히 이 로봇 플랫폼을 활용해 전남 고흥, 강진 일대의 만감류 및 토마토, 파프리카 등을 재배하는 스마트팜 6곳을 대상으로 성능 검증 및 실증 사업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해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 최초’ 작업장비 교체 스마트팜 로봇 ‘플랫폼’…핵심은 ‘자계’ 유도방식
다기능 무인 농작업 로봇 플랫폼은 수확물 운송, 농약 방제, 리프팅 등 농업 현장에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로봇 위에 작업장비를 바꿔 장착하면 원하는 작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식이다. 세계적인 농기계 회사들의 스마트팜 로봇 제품의 경우 운송 로봇, 리프트 로봇, 방제 로봇 등이 각각 개발돼 있어 한 대씩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반면, 작업장비를 교체할 수 있는 ‘플랫폼’ 형식의 스마트팜용 로봇은 사실상 세계 최초다.
임대영 박사가 개발한 ‘다기능 무인 농작업 로봇 플랫폼’. 리프트, 방제, 운송 등 다양한 농작업을 할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 로봇은 농장 바닥에 마그네틱 와이어로 선로를 자유롭게 설치하고 자력을 감지해 움직일 수 있도록 개발됐다. 즉, 마그네틱 선로를 따라 주행이 가능한 자계(磁界) 유도 방식의 자율주행 로봇인 셈이다.
보통 농업용 또는 산업용 로봇의 유도 안내는 전자계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자계 방식은 전선에 흐르는 전류의 전자파를 감지해 작동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전선 매설작업 및 별도 전자기기가 필요하고 운용비가 높으며 전력공급이 끊어져선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마그네틱 선로를 이용하면 자유로운 형태로 설치할 수 있으며 선로 자체가 자계를 발생하므로 별도 전원 공급이 필요 없다. 중간에 선로가 단락돼도 부분 보수 가능하며 운용비도 적게 든다. 또한 가볍고 이동도 수월해 회수가 용이하며 흙바닥이 드러난 토경 재배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임 박사 연구팀은 온실의 지자계 변화를 분석하고 반영해 지표면의 고유 자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게 자계 위치인식 센서를 개발했다. 밭, 평탄 지형 등 다양한 조건에서의 민감도 조정을 통해 경로 오차도 최대한 줄여 나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마트팜에 최적화한 로봇 제어 알고리즘을 실증하는 한편, 상용 반도체의 자계 센서를 적용해 비용은 크게 절감했다.
에너지 소모 적고 도입비용도 4분의 1 수준 대폭 감소…농업 현장 전천후 적용 가능
보통 수입산 농업용 로봇의 경우, 각 용도별 기기 한 대 당 3,000~4,000만원 정도로 고가다. 하지만 임 박사의 로봇 플랫폼은 혁신적인 비용절감을 이뤄내 800~1,000만원 가량의 저렴한 비용으로 구비할 수 있다.
“다양한 자율운행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자계 유도방식은 비교적 에너지를 적게 들이고 속도가 높지 않아도 되는 스마트팜 환경 특성상 최적의 선택이었습니다. 또 어느 곳에나 적용할 수 있고 원하는 형태로 저렴한 가격에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죠.”
흙바닥이 드러나 있는 토경 농가에서 시험해 본 결과, 이번에 개발된 로봇 플랫폼은 설정된 경로를 2.5cm 이상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최대 200kg 가량의 화물을 적재한 상태로 이동할 수 있다. 부하가 없는 상태에서 최대 36° 이상의 가파른 경사로를 등판할 수 있으며, 다섯 시간 연속 주행 가능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현재 이 로봇은 만감류 농가에서 일정기간 실증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 방제(농약 살포) 작업, 적재 이동 작업, 시설관리 작업 등에 사용이 편리하다는 농업 경영자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고흥 지역의 기후와 고온 다습한 농업 환경에서 내한성, 내열성, 내습성 등을 테스트한 결과 신뢰성과 안전성까지 검증됐다.
임 박사에 따르면, 숙련된 농업 인력 한 명을 채용하는 데에 1년간 대략 5,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운송·방제 인력 2명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이러한 두 명의 인력 대신 로봇을 도입해 10년 운용하면 정비 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 농촌인구 고령화 지수는 2016년 39.3%, 2026년 약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만감류 재배 온실이 많은 전남 고흥군의 경우 인구소멸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 스마트팜은 물론, 운송이나 방제 등 힘이 많이 들고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대신해 준다면 생산성은 향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임 박사의 설명이다.
“최근 레드향, 한라봉, 천혜향 같은 만감류(감귤과 오렌지의 교잡종)가 전국에서 제주 다음으로 전남 고흥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이런 작물은 부가가치가 높아서 해마다 재배 면적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고, 스마트팜을 도입하기에도 좋은 작물이어서 이번에 실증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인력 수급 부담은 덜 수 있고, 첨단기술 기반의 농업이라는 점에서 새로이 청장년층이 유입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팜 기자재 로봇 기술에 일조…“가장 원론적인 자율주행 연구 매진할 것”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농업에 적용한 것은 국내외 산업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다. 2015년 1조 6251억원 규모이던 국내 스마트팜 관련 시장은 2020년까지 2조 2475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작업 무인화 기술 시장도 매년 14.5% 내외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해외 스마트팜 농작업 기기 시장 규모도 연평균 성장률 11.43%로 2021년까지 22억 2800만 달러 규모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임대영 박사가 국내 자율주행 기술과 스마트팜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에 비해 국내 스마트팜 기술은 농업 선진국인 EU와 대비해 4.8년 정도 뒤쳐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기술 수준은 역시 EU에 비해 75.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팜 기자재의 국산화율도 60% 내외인 것으로 나타나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에 임 박사 연구팀이 농업용 플랫폼 로봇 개발에 성공하면서 관련 기술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그는 “연구를 거듭하다 보면 농작업의 85% 이상이 무인화된 지능형 로봇을 이용한 첨단 농업 생산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심는 작업과 세심하게 돌보는 작업 이외에는 거의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물류 창고나 골프장 같은 곳에서 쓰이던 기술을 농업용 온실에 적용하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이번에 기기와 기술을 개발하게 됐다”는 임 박사는 “이번 로봇 플랫폼 개발로 2019년 전남도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고 활짝 웃었다.
고령화되는 농촌의 농업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과학기술을 접목해 농업발전을 꾀하는 중심에 첨단 무인 로봇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팜이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임대영 박사는 자율주행 연구에 힘을 보태기 위해 후학들과 다시 한 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가장 원론적인 자율주행, 그러니까 와이어나 어떤 물리적인 표시에 의존하지 않고 움직이는 기기를 현장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시스템 구축 비용이 낮아져야 되겠죠. 자계 시스템도 원래 예전에는 비용이 높은 편에 속했지만, 최근에 단가가 낮아져서 개발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첨단 기술이라고 전문가들만 쓰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누구나 저렴하게 도입해서 편리하게 이용하는 게 진정한 혁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