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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제조업자협회
미래의 공장은 어떻게 구성되고 관리될까. 미국제조업자협회 산하 제조리더십위원회는 지난해 학자, 산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10년 뒤 제조업에 불어닥칠 새로운 변화를 분석해 공개했다. 미국제조업자협회는 미국내 1만4000개 제조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다. 짐 데이비스 청정에너지스마트제조혁신연구소(CESMII) 부소장을 비롯해 래리 래피드 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수송 및 물류센터장, 제이 리 신시내티대 석좌교수, 폴 크리스토둘루 영국 케임브리지대 제조연구소 연구원 등의 전문가들은 데이터 활용, 생산과 공급망의 운용 관점에서 미래 공장의 모습을 각각 전망했다.
① 어질리티(Agility·민첩성)
사업 환경이 빠르고 복잡하게 바뀌면서 기업들은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경쟁자가 출현하기도 하고 게임의 룰이 바뀌는 일도 허다하다. 2000년대 들어 기업들은 빠른 업계의 변화를 고려해 사업점검 주기를 확 단축하면서 조직이 필요할 때 변화할 수 있도록 ‘민첩성’을 갖추는 것을 화두로 삼았다. 시스코나 넷플릭스 같은 정보기술(IT)회사는 물론이고 다국적 제빵회사인 브리오슈 파스키에 같은 기업들도 이런 빠른 운영 프로세스를 갖췄다.
수요의 본성이 바뀌면서 공장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점점 제품에 대해 훨씬 더 다양한 부가 가치와 훨씬 더 짜임새 있는 전문적인 관리를 제품에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의 밸류체인(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에너지와 자재를 훨씬 적게 사용하여 제작되고, 더 안전하게 생산되고, 친환경적인 방식이 요구된다. 적은 에너지와 깨끗한 소재를 사용하길 원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생산 과정에서 안전을 고려하기도 한다. 또 소비자는 이런 개별화된 가치를 수용한 제품을 이전보다 더 훨씬 빨리 얻고 싶어 한다. 제조의 목표가 소비자의 요구에 대해 더 직접적이면서 빠르게 반응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활동은 점점 더 소량화·모듈화하고 소량화한 제조물들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추세이다. 정밀 의약품과 치료제를 판매하는 제약사와 헬스케어기업들은 점점 더 작은 조직과 배양기, 세포배양기를 운영하고 플러그 앤드 플레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 제조업은 주로 생산성과 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공급자와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교한 제품을 생산하고 설비를 모듈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란 분석이다. 짐 데이비스 스마트제조리더십연합 설립자는 “미래 공장에 필요한 다음 세대의 민첩성은 소비자의 요구를 가장 적기에, 강력하게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② 서로 연결된 기계들
전문가들은 미래의 공장이 레고 블록처럼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블록 장난감을 쌓듯 필요한 기능을 연결하면 곧바로 곧바로 작동하는 기계들이 가득한 공간이다. 현재 기계 기술에 새로운 통합 기술을 적용, 복잡성을 지금보다 훨씬 줄이는 원리다.
이런 시대가 오면 공장은 흡사 블랙박스처럼 바뀐다. 개인이 공장에 데이터를 보내면 공장이 알아서 제조하고 그 결과물을 꺼내기만 하는 방식이다. 공장들은 지역마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로 부품을 주고받으면서 색을 입히고 포장을 하고 가장 빠른 시간에 소비자에게 제품을 제공하게 된다. 3D 프린터는 상품이 시장에 한결 더 가까이서 생산되고 공급망을 혁신시킬 핵심 장비로 손꼽힌다.
③ 학습하는 공장
현재 공장의 모습은 전적으로 제품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보잉737이나 보잉747 또는 보잉 757과 같은 대형 항공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살펴보면 쉽게 이런 설계 철학을 엿보게 된다. 이런 공장은 대부분 먼저 제품 생산 설비가 설치되고 그 다음엔 '린 시스템(Lean system)'처럼 낭비요소를 없애는 시스템이, 그 다음 단계로는 각 생산설비 기능을 지원하는 사물인터넷(IoT)이 차례로 설치된다. 철저히 상품 생산만을 중시하는 공장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장의 모습이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주도하는 공장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자가 제품 디자인과 생산에 직접 개입하고 공장은 더는 제품만 생산하지는 않는다. 공장이 디지털화되고 더 넓은 세계와 서로 연결되면서 상품뿐 아니라 지식을 생산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미래 공장의 기계는 단순히 근로자의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제조 과정에 대한 더 확실한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계가 똑똑해지면서 숙련된 근로자가 은퇴하면 다음 세대의 근로자들은 기계를 통해 지식을 배우는 식이다. 또 지금까지 가공과 조립공정은 따분한 업무였지만 물리적 환경과 사이버 세계를 연결하는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근로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 근로자가 이렇게 공장의 인텔리전스를 통해 배운 지식은 회사에 유익하고 흥미로운 자산으로 쌓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제조업자협회
④ 데이터가 자산
제조 공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자산처럼 관리하는 일은 제조의 미래를 크게 뒤바꿀 것으로 보인다. 공장에서 데이터를 자산화하려면 먼저 시설부터 자원 배치까지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 공장이 더는 시설이 주된 요소가 아니라 제조의 최종 수단일뿐이라는 사고 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소재와 에너지, 물리적인 자산과 사이버 자산, 시장 잠재력을 관리할 새로운 능력을 기업에 가져다 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기업은 새로운 조직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산업 전반적으로도 관리해야하는 데이터 인프라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기업이 공장 라인과 전체 운영에서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생성한다면 공급망 전체에 신뢰할만한 협업 비즈니스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⑤ 다차원적이고 통합된 IoTT
공장에 사물인터넷(IoT)을 설치하는 건 이제 기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IoT가 한단계 더 발전해 IoTT(Internet of True Things· 참된 인터넷)로 발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제이 리 교수는 “많은 기업이 제조시설을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하려고 하지만 정작 왜 연결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며 “기계를 단순하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공장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생성하고 학습하며, 효과적인 사용을 통해 더욱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스마트공장의 다음 단계 기술로 다차원적이면서 통합된 IoT가 꼽힌다. 기존 IoT처럼 단순히 데이터를 주고받거나 아주 특정한 변수만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데이터 수집이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계 진동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진동과 음향, 전류 등 다양한 신호를 한꺼번에 측정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개별 신호가 아닌 상관된 여러 신호를 한꺼번에 측정하는 것이다. 올해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5세대(5G) 이동통신 환경에서는 실제로 여러 개 다중 신호와 다차원 정보를 충분히 측정하고 서로 연결할 수 있다.
이처럼 통합된 IoT가 수집한 정보는 각각의 신호를 해석하느라 뺏기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그만큼 예측가능한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⑥ 가상 제조 모델
가상 제조시스템은 생산시스템의 요소를 컴퓨터 상에서 모형화해서 디지털 모델을 구성한 뒤, 3차원 컴퓨터지원설계(CAD) 등의 관련 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인 제품개발과 생산 프로세스를 사전에 검증하여 지원하는 기술이다. 가상 제조 공정은 제품 개발부서가 전에는 시도하지 못했던 제품 디자인에 대한 실현 가능성 유무를 제공한다. 엔지니어들은 실제 제조에 나서기 전에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제조 공정을 구현하기 전에 관련된 문제점을 예측하고 해결할 수 있다. 가상 제조 모델은 제조업의 원가절감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사용이 늘고 있다. 제품의 요소, 소요시간, 조립과 생산 장비에 드는 비용을 분석한다. 가상의 제품조립을 평가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가상의 팀이 해결에 나서기도 한다.
⑦ 제조의 우버화
우버화(Uberization)란 소비자와 공급자가 중개자 없이 인터넷 플랫폼에 직접 만날 수 있는 공유경제 시스템을 일컫는다. 차량과 승객을 바로 연결해주는 모바일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Uber)에서 나온 신조어다. 래리 래피드 연구원은 “미래의 제조업은 소비가 일어나는 현장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가서 제조와 공급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과거엔 큰 공장을 짓고 재료와 부품을 가져와 제조하고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전 세계에 공장이 하나이거나 3~4개가 있는 집중화한 모델이다. 하지만 이런 제조 방식은 운송 시간과 거리가 길어지는 문제 때문에 환경친화적이지 못하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전 세계가 고령화되면서 지역에서 물품을 조달하고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인구가 늘고 도시 중심이 확장되면서 소비 지점에 가까운 분산 제조가 가장 적합한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공장 모델이 아닌 분산형 제조 모델이다. 차량이 필요한 소비자와 운송서비스를 공급하는 차량 운전자를 연결하는 우버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 분산된 방식으로 제조하는 모델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의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용 센서와 산업용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하고 기계학습을 적용한 새로운 제조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유라메트
⑧ 프로젝트 기반 기업
제조회사는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제품을 만들고 공급하는 고정된 조직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제조회사의 모델은 영화를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영화제작사들은 프로듀서가 있고 회사 내에서 함께 일하지 않는 사람들과 협력해 프로젝트처럼 영화를 만든다. 계약을 맺은 모든 사람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연결돼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소속 운전자들이 계약 관계에 있는 우버도 대표적인 사례다.
제조 분야에서도 제조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 또는 여러 공작설비를 운영하는 사람을 모아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짜고 하드웨어를 설계해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기업은 제품을 위한 공급망으로 이들을 묶어내면 된다.
이런 제조 형태는 유연하다. 제품이 잘 팔리지 않으면 일정 기간만 협업체계를 운영하다 해산할 수 있다. 반면 제품이 성공하면 오랫동안 함께 협업 체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면 된다. 이런 제조 방식은 주문형 제조 시대에 흔히 보는 전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공장의 조직도가 앞으로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⑨혼합적 지식재산권
제조업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는 지식재산권(IP)을 어떻게 다뤄야 하느냐에 있다. 최근 떠오르는 개념이 이른바 '혼합적 지식재산권'이다. 예를 들어 어느 누군가 새로운 센서 기술을 개발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여기에 새로운 모델링 기술을 적용하고, 여기에 또 다른 최적화된 모델을 적용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각각은 독자적인 제품이 되기도 하고, 다른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각각의 기술마다 지식재산권의 가치도 뛰어나지만 앞으로는 이와 같은 혼합적 지식재산권의 가치가 훨씬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