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장님으로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연구소 경영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약 30년의 역사 속에서 생기원은 양적으로 큰 성장을 해왔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상대적으로 늦게 설립됐음에도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뤘죠. 이제 재도약을 위해 질적 성장을 향해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여기에 경영목표를 두고 있는데, 우선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연구자 개인 중심으로 여러 가지 시스템이 운영됐는데 앞으로는 그룹 중심, 팀 중심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효율화를 위한 선택입니다. 분산된 일의 형태를 한 데 집중시키자는 것이죠. 미래전략분야로 역량을 모으는 게 목표입니다. 
 
Q. 청정생산공정은 제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보여지는데, 최근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내 제조산업의 재도약과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방안 중 생산시스템, 그 중에서도 스마트팩토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제품의 설계 및 기획부터 완성까지, 일관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공정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청정생산시스템기술을 통해 국내 제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환경오염에 대비하는 연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미세먼지 문제는 국가적 화두입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중국의 영향 뿐 아니라 국내 발전소나 경유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화학적 반응을 거치며 2차 오염물질을 만들고, 2차 오염물질은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연구소는 고온에너시스템그룹에서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한 공해물질 저감기술과 대형발전소 및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NOx 저감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청정화학응용소재그룹에서는 고갈되는 석유자원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연료, 바이오플라스틱 등 석유화학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 연구도 활발합니다.
 
Q. 지역산업 육성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다양한 융합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6년 3월, 충북지역본부 시범사업단이 출범했습니다. 충북지역본부 시범사업단은 2011년 문을 연 태양전지스마트공정기술센터와 에너지융합기술센터가 통합된 것입니다. 미활용 에너지를 이용한 공정효율 최적화 기술, 태양전지 제조 및 에너지저장 고효율화 기술 등에 대한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3년 동안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이를 기반으로 2019년 충북지역본부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충청남도와는 지난 해 6월 상생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최근 ‘열대·아열대 기능성 원료 기반구축사업’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국내 의약품이나 화장품에는 열대·아열대 작물에서 추출하는 기능성 원료가 많이 쓰이는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국내 화장품 사업이 커지는 만큼 국산화가 필요한 상황이죠. 이와 관련해 서해안 화력발전소의 폐열을 이용해 온실하우스를 만들어 열대 식물을 재배, 기능성 원료로 가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그야말로 청정기술이죠. 2018년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현재 예산 확보를 위해 충청남도와 협력 중입니다.

Q. 기업지원 성과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초, 의공시스템기술그룹 고철웅 수석연구원팀과 벤처 의료기기 제조사인 알로텍이 공동으로 일회용 핸드피스를 개발했습니다. 재사용 의료 핸드피스의 불완전한 세척, 멸균에 따른 환자의 2차 감염을 원칙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미국 의료기기 유통회사인 아이레메디에 독점 공급하는 납품계약까지 체결하게 돼 더욱 기쁩니다.
또한 2015년부터 천안시와 협력해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첫해에 7천만 원 예산으로 시작한 시범사업은 2016년 본격적으로 천안시 기업지원사업(예산 2억 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지자체와 기업의 반응이 좋아 올해 예산도 3억 원으로 증액됐습니다. 더 좋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만의 특별한 조직문화 활동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원들 간에도 활발한 소통이 존재해야만 각자의 연구에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런치토크’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화요일 연구그룹별, 계층별로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공동의 관심사 등을 듣고 있습니다. 구성원들 간의 소통을 위해 연구동 1층에 ‘청정카페’도 개설했습니다. 커피 판매금액은 연말 봉사활동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점심시간마다 세미나실을 활용해 요일별로 음악과 강연, 영화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청정힐링타임’도 갖고 있습니다. 매월 하루 오후시간에 부서 간, 직급 간 서로 다른 분야끼리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좋은데이’ 활동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Q. 24년 동안 생기원에서 근무한 선배로서 후배 연구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도전적인 연구를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연구원에게는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이 있습니다. 그 역할은 매번 변화합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 우리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기술적 발전을 이뤘습니다. 
앞으로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합니다. 선진국은 더 이상 우리에게 기술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단계에 온 겁니다. 물론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전정신과 패기를 갖고, 실패를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연구소 내부의 평가체계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대안으로 ‘성실실패제도’를 검토 중입니다. 연구자가 처음 계획한 만큼의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무조건적인 책임을 묻거나 패널티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죠.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적은 수의 성과라도 우수한 성과가 나와야 합니다. 후배 연구자들의 연구활동을 돕고, 그 결과 양질의 연구성과들이 중소·중견기업의 미래를 돕는 연구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