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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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과자, 무균밥, 레토르트 식품 등은 현대인의 생활과 밀접한 제품이다. 그만큼 많은 물량을 필요로 하기에 저렴한 소재와 고도의 차단성을 지닌 포장재를 필요로 한다. 각각의 제품은 내용물의 상태에 따라 미생물 방지, 산화방지, 기체 유출입방지, 내열성, 내충격성 등 요구하는 특성이 다르다. 이러한 조건과 가지 수에 따라 사용되는 필름의 종류와 수량도 달라진다.
일반적인 포장재 소재로는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등 폴리올레핀계 필름과 PET 필름, 나일론 필름, 에틸렌비닐알코올(EVOH) 필름 그리고 알루미늄포일, 알루미늄 증착 필름 등 다종 소재와 폴리우레탄(PU) 접착제 등으로 접착한 필름이 있다. 동일한 차단 기능이라도 투과율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필름들은 구분되어 사용된다. 다만 두 가지 이상의 차단 기능을 동시에 갖추기 어렵기에 이종필름을 겹겹이 접착해서 제작할 수밖에 없다.
“기존 식품 포장재에는 다양한 종류의 필름이 들어갑니다. 한 예로 레토르트 식품의 경우, 끓는 물에서 견디고 공기도 차단하면서 재질은 유연해야 하는 등 요구되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폴리프로필렌 필름, 나일론 필름, 알루미늄 포일, PET 필름 등이 들어가고 사이사이를 폴리우레탄 접착제로 접착합니다. 필름 종류가 많아 두꺼워지고, 성질이 다른 것들을 붙여놨으니 분리가 쉽지 않아 당연히 재활용도 안 되는 겁니다.”
최 수석연구원팀이 기존 차단성 필름의 복잡한 구조에 따른 고비용과 높은 사용 빈도에 비해 낮은 재활용성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기체 차단성 베리어 코팅기술이다.
연구개발의 기본 방향은 구조 단일화, 공정 단순화를 통한 유니(UNI)소재 개발과 성능 향상을 위한 복합체 개발로, 이는 친환경 소재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도 맞닿아 있다.

“유니 소재란 기존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과 소재들의 재질을 단순화·단일화해 유해물질이 적고 재활용작업이 용이하도록 한 친환경 소재를 말합니다. 유니 소재 이슈는 2011년 지식경제부가 ‘유니 소재 페스티벌’ 행사를 통해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기체 차단성 베리어 필름의 핵심은 수분과 산소 차단을 통한 제품 수명 연장, 수분 차단성이 높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폴리프로필렌 필름을 기본 축으로 단일화했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산소 차단성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개발한 것이 유무기 복합체다. 이는 몬모릴로나이트(Montmorillonite)와 같은 나노점토광물과 폴리머가 혼재된 나노 복합체인데, 나노점토층으로 인해 산소투과 지연 효과가 월등히 높아진다. 나노점토광물은 적은 양이라도 층수를 얇게 조절, 배열을 제어해 비표면적을 넓히고 투과경로를 길어지게 하여 기체 차단 성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층수 조절과 고분자 속에서 분산성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 불투명 플라스틱 맥주병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사용돼왔다. 최 수석연구원팀은 나노점토광물의 입자 배열 제어에도 성공하여 기체차단성 향상은 물론 투명성을 유지함으로써 사용 영역을 확대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필름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개발 못지않게 부가적 기능까지도 소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바로 제품의 정보 표시를 위한 디자인 인쇄문제다. 기존 제품의 경우 PET 필름에 인쇄를 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았지만, 폴리프로필렌 필름의 경우 수분차단이 우수하다는 성질이 오히려 인쇄를 불가능하게 하는 단점으로 작용했
다. 각고의 노력 끝에 베리어(유무기 복합체) 층에 인쇄할 수 있는 기술까지 획득하는 부수적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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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술개발로 획득한 경제성

기체 차단성 필름의 수요가 가장 큰 분야는 식품업계지만 기업은 포장재에 대한 관심보다 식품 자체에만 몰두하여 고성능포장재는 대부분 일본 제품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국내 실정이다. 최 수석연구원팀이 개발한 코팅 기술의 성능(산소투과율 0.5 cc/㎡·day·atm, 투습율 3.2g/㎡·day)은 일본 제품(산소투과율 0.6 cc/㎡·day·atm, 투습율 4.1g/㎡·day)에 비해서 우수하고, 제작 단가도 낮아 기존 제품 대비 평균 7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 개발단계부터 기존 습식
코팅 생산라인을 이용해 별도의 설비 보완 없이 양산 가능하며, 현재 기업에 기술 이전을 위한 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포장재 재활용 면에 있어서도 연간 폐기물 중식품포장재 폐기물은 160만 톤(2010년 통계청 자료)에 이르지만, 재질의 분리가 어려워 재활용이 아닌 소각을 통해 열에너지로 대체되고 있다.
“저희가 개발한 필름은 사용 후 산업용 필름이나 자동차 내장재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부가 산업 창출까지도 가능합니다. 또, 최근 디스플레이 장치가 경박(輕薄) 및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유리소재에서 벗어나 플라스틱 재료의 사용을 높이고 있는 만큼 성능을 더 끌어올려 적용 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산업에서 환경규제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한계처럼 여겨지는 일이 다반사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여러 불협화음이 일고 있지만, 환경을 생각한다면 마냥 제한을 거부할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친환경 유니 소재 개발은 환경 규제가 장벽이 아닌 가능성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기 때문에 최경호 수석연구원팀의 향후 기술 확대 계획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