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동차와 항공, 에너지 등의 산업은 다가올 미래를 주도할 핵심으로 거론된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은 과거부터 계속돼 왔고, 여기에 더해 땅이 아닌 우주로 자본이 옮겨가면서 항공 산업도 치열한 경쟁 안에 들어서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가 됐다. 헌데 문제는 미래핵심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 글로벌 환경 규제가 점차 강화된다는 점이다. 연비 향상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첨단소재의 개발이다. 탄소섬유복합재(CFRP)는 첨단소재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고 있는 요소다.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 생산시스템그룹은 세계 탄소섬유복합재와 제품 개발 흐름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지고 있었다

더 가볍게, 글로벌 산업은 무게 전쟁 중

지난 2015년 연말, 산업통상자원부는 ‘첨단소재 가공시스템 국제포럼’을 개최해 첨단소재 강국으로 가기 위한 교류의 장을 연 바 있다. 이날 거론된 중요 첨단소재 중 하나가 탄소섬유복합재(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s, CFRP)다. 많은 선진국에서 미래소재로서 탄소섬유복합재를 눈여겨보는 이유는 고열에도 잘 견디는 내구성과 마모와 부식에 강한 성질, 더불어 가벼운 무게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산업 시대에는 환경을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연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면서 많은 국가가 새로운 소재 개발에 나서는 실정이다. ‘미래산업의 쌀’로 불릴 정도로 중요성이 부각되는 탄소섬유복합재. 탄소섬유와 플라스틱 수지(Plastic Resin)로 이뤄진 해당 복합재는 철 등의 일반 소재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강도가 높아 ‘라이트 웨이트 물질(Light Weight Material)’로 불리곤 한다. 탄소섬유복합재를 사용할 경우 항공은 약 20%, 자동차는 약 30% 무게를 절감할 수 있기에 자연히 주목을 받고 있다. 생산시스템그룹 이석우 수석연구원팀은 세계흐름에 발맞춰 탄소섬유복합재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석우 수석연구원팀의 연구가 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보다 근본적인 경쟁력 구축을 위해 이들은 ‘가공시스템’에 집중하고 있었다.

첨단소재만큼 중요한 가공시스템
첨단소재를 논할 때 두 종류의 기업을 언급할 수 있다. 하나는 첨단소재를 만드는 기업이고 또 하나는 첨단소재를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다. 부가가치는 단연 후자에 있다. 일명 ‘가공시스템’이다. 헌데 국내에서는 제품의 부가가치를 만들어주는 가공시스템이 전부 외산에 의존한 상태라 많은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소모품을 계속 외국에서 들여와야 하므로 생산비 절감이 어려웠던 것이다. 이는 곧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결말로 연결된다. 생산 공정 시스템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자동차와 항공기 등에는 탄소섬유복합재를 티타늄 혹은 알루미늄 등의 금속재와 결합한 복합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종재질부품은 절단과 가공이 순수 재질부품만큼 용이하지 않아 다른 기술로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의 공정 기술로는 탄소섬유복합재 제품을 다루려고 할 때마다 공구가 마모되거나, 품질에 이상이 생기는 등 한계가 있었다. 가공 조건이 썩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석우 수석연구원팀은 ‘드릴링-워터젯(Drilling-Waterjet) 복합가공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드릴링-워터젯 복합가공장비’란 기존의 드릴링, 워터젯 단위 장비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장비로, 한 장비에서 고압의 물을 분사하여 빠른 속도로 깍아내고, 절삭가공으로 정밀한 작업을 하는 기기이다. 복잡한 형상도 용이하게 가공할 수 있고 무엇보다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 공구의 마모가 적어 교체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높은 경쟁력을 지닌다. 가공 후 변형도 적기 때문에 여러 모로 장점이 많은 장비인 셈이다.

경쾌하게 머리 맞대는 다양한 연구자들
탄소섬유복합재 가공시스템 과정 중 중요한 또 한 가지가 ‘측정’이다. 측정 단계는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탄소섬유복합소재 제품은 주로 자동차와 항공 분야에 활용되므로 안정성이 중요하다. 전수검사를 시행하는 이유기도 하다. 기존에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2D 이미지 방식으로 제품을 측정했다. 하지만 탄소섬유소재 제품을 2D 이미지에 의존해 측정하기에는 곤란한 점이 많았다. 산란광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오류를 잡아내기 힘들었던 것이다. 자동차와 항공기 부품을 만들 때, 각 부품을 이루는 소재에는 많은 구멍(hole)을 뚫게 된다. 부품을 이어주고 접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헌데 문제는 수천 개의 홀을 뚫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드릴링(driling) 도중 구멍 가장자리에 금이 가거나 흠집이 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 있었다. 측정 과정에서 홀(hole) 부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들뜸은 없는지, 부스러기는 없는지 등을 알아내야 하는데 그간의 2D 방식으로는 홀 안의 들뜬 영역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이석우 수석연구원팀은 3D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3D 방식을 사용하면 홀 주변 뿐 아니라 홀 내부의 미세한 균열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 원리는 명확하다. 광원의 측광 경사도를 크게 해 표면 단차 변화를 극대화 해주므로, 측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진다. 이 기술이 구현되면 2D 이미지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탄소섬유복합재 가공 홀(hole) 불량이 명확히 검출되기 때문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측정 시간도 줄일 수 있어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앞으로 해당 과제는 생기원을 중심으로 산·학·연이 활발히 연계해 기술을 더욱 심화시킬 예정이다. 생산시스템그룹 이석우 수석연구원팀은 최종적으로 ‘로봇기반 유연가공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의지를 세우고 있다. 5차년도인 2019년까지 연구를 마친 후 유연생산시스템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젊은 연구자들의 경쾌한 노력으로 하루하루 발전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생산시스템그룹 이석우 수석연구원팀. 앞으로 첨단소재와 가공장비, 수요기업 연계를 통해 첨단소재 관련 사업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