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에서 ‘공작기계’는 매우 중요하다. 일명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고 일컬어지는 공작기계는 절삭을 통해 금속 등의 재료를 가공하여 필요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뜻한다. 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다양한 부속품과 금형 등이 공작기계에 의해 가공되는 것. 따라서 공작기계는 기계공업의 기초이자 전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만큼 그 중요성이 크다. 오늘날 대한민국 공작기계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가공 소재의 다양성과 정밀함이 요구되는 만큼 변화가 필요한 것. 또한 공구의 마모 등에 의한 불량률을 낮추는 기술 역시 중요해진 시점에서 융합생산기술연구소 IT융합공정그룹 이동윤 수석연구원팀의 ‘ICT기반 가공공정 예측제어’ 기술 개발이 갖는 의의는 매우 크다.

대한민국 공작기계 산업의 현 주소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25,000개의 부품이 사용된다. 각각 다른 모양의 부품이 제작되어 하나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공작기계의 역할이 막중하다. 부품 하나하나 공작기계의 절삭가공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물건이 한번쯤은 공작기계를 거쳐 생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만드는 것도 바로 공작기계이다. 그래서 공작기계를 흔히 더머신(Mother Machine)이라고일컫기도 한다. 공작기계는 18세기 처음 등장, 19세기에 이르러 독자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소재가 목재에서 금속으로 옮겨가고 제품의 대량화 바람이 불면서 공작기계는 기계제조산업의 일대 비약을 가져왔다. 과거 손으로 작업하던 것에서 공작기계를 통해 절삭작업이 이루어졌고,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에는 수치제어를 통해 공작기계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공작기계의 공구 가 마모되거나 공구의 과도한 진동인 채터(Chetter)가 발생하는 것. 채터의 발생은 제품의 불량으로 이어지고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언제 어떻게, 또 어느 부위에서 문제가 생겨 불량을 야기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의 힘으로 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제어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 공작기계 스스로 문제발생을 파악하고 알아서 제어할 수 있다면 어떨까? IT융합공정그룹 이동윤 수석연구원팀의 ‘ICT기반 가공공정 예측제어’ 기술 개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미리 예측하고 알아서 제어하는 기술
미리 예측하고 알아서 제어하는 기술 ‘ICT기반 가공공정 예측제어’ 기술의 핵심은 바로 ‘예측’과 ‘제어’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사실 각각의 기술은 이미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과도 나와 있는 상태. 하지만 ‘예측’과 ‘제어’가 동시에 이루어지게 하는 기술은 이동윤 수석연구원팀이 유일무일하다. 공작기계의 오랜역사를 봤을 때, 해당 기술 개발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까다롭다는 것을 의미 한다. 공작기계의 주요 기능인 절삭공정 자체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복잡한 공정일 뿐 아니라, 공작기계 역시 갖가지 구성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복잡한 장비이기 때문에 여기에 적용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것. 먼저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가상가공(Virtual Machining)이 선행돼야 한다. 실제 가공작업에 들어가기 전 컴퓨터상에서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현상이 나오게 될지 미리 예상하고 이 정보를 이용하여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가 적절한 명령을 내리며, 공작기계에 붙여진 센서가 공정중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다시 컴퓨터에 보내주는 방식이다. 이때 센서에 의해 불안요소가 발생하면, 기계 스스로 작동을 멈추거나 스스로 제어를 하는 것이 바로 이 기술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CNC는 그저 미리 정의된 명령에 따라 장비를 제어할 뿐이었으나, PC와 연동되면서 좀 더 구체적인 명령을 실시간으로 내릴 수 있게 됐고, 이는 바로 가상가공, 즉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할 수 있게 된 것. 더불어 기계가동 시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능까지 보태져 더욱 완벽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신소재 부품 가공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 필요할 때
과거 공작기계의 발달은 가공 소재가 다양해짐에 따라 변화하면서 가속화 된 바 있다. 최근에는 철과 알루미늄뿐만 아니라 티타늄(Titanium)이나 인코넬(Inconel)과 같은 난삭재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공작기계의 내구성과 정밀성을 더욱 요하게 되었다. 특히 항공소재부품과 같은 경우 개당 가격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만큼, 공구의 마모나 결함으로 인한 불량발생이 매우 큰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에, ‘ICT기반가공공정 예측제어’ 기술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3개년 과제로 진행 중인 이번 기술 개발은 2016년 마지막 한 해를 남겨두고 있다. 공정 과정을 미리 예측하고 진단하는 것까지는 완료된 상태이며 문제발생 시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에 대한 좀 더 세부적인 기술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더불어 에너지 예측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PC와 CNC, 센서를 통해 얻게 되는 데이터를 활용하면 에너지 예측이 가능하다. 어떤 공정에 있어 어느 정도의 시간과 전력이 소모되는지를 파악하면, 공정계획을 세울 시 시간과 에너지를 고려한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도입할 수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 공작기계 산업을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전문 인력 수급이나 기술 개발에 있어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작기계 분야는 우리 산업 전반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분야이며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 이를 IT융합공정그룹 이동윤 수석 연구원팀을 중심으로 생기원이 주도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4개의 파트너기업과 함께 공작기계 관련 기술 개발을 이어나가며 대한민국 공작기계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ICT기반 가공공정 예측제어’ 기술 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최근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비행기, 항공기 및 우주선에 들어가는 첨단 부품의 제조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진입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