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미래의 먹거리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만들게 될까? 미래에 대한 호기심은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서부터 출발한다. 과거 공상과학 소설에서는 미래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뚝딱’하고 만들어냈다. 물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기술적인 묘사는 없었다. 영화에서도 마찬가 지다. 1989년작 <백투더퓨처2>는 26년 뒤인 2015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21세기 도시와 가정집을 매우 세밀하게 묘사했다. 그중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주방의 기기들이다. 동전만 한 작은 피자 조각을 넣으면 커다란 피자가 조리되어 나오는 기계인데, 영상이나 사진 등 보는 것만이 아니라 손에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개체를 만들어내는 장면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당시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 이후 10년 동안에도 그것이 가능하리란 생각은 하기 어려 웠다. 상상할 수 없는 기술이었으니까.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물체를 출력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바로 3D프린팅 산업이다. 종이에 잉크나 레이저를 투사해 문서를 출력하는 것이 2차원 출력물이라면, 3D프린팅은 말그대로 입체적인 형태의 물체를 출력한다. 3D프린터가 출력하는 것은 플라스틱만이 아니다. 초콜릿과 같은 음식,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3D프린터를 가리켜 제3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킬 기술로 내다본다. 현재 3D프린터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보급화의 물결도 매우 거세다. 3D프린터 시장은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즉, 3D프린터는 ‘미래의 먹거리’인 셈이다..

3D프린터란 무엇인가?

3D프린터를 접하고 나면 그 원리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마련이다. 의외로 간단하다. 일반적인 프린터와 원리는 비슷하지만 잉크 대신 각종 소재를 사용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식은 소재를 종이보다 얇게 한 층씩 쌓아서 물체를 완성하는 적층 방식이다. 예를들어 비너스상을 출력한다고 하면, 발끝에서부터 한 층씩 소재를 뿌려가며 머리끝까지 소재를 쌓아 올리게 된다. 단점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고 운 입자를 스프레이처럼 뿌리기 때문에 섬세함이 부족하다는 것. 따라서 출력 후에는 표면을 부드럽게 다듬는 별도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에따라 최근에는 3D프린터의 출력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재료를 녹여서 적층하거나, 액체 안에서 출력해가며 물체를 끌어올리는 방식 등 출력 시간을 단축시키고, 출력물의 정밀함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재 또한 기존 플라스틱에서부터 최근에는 도자기, 금속, 화합물, 식재료 등으로 확 장되고 있다. 이러한 출력 방식의 발전, 소재의 다양화, 정밀화를 통해 앞으로 3D프린터가 우리 생활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최근 한 모터쇼에 작은 스포츠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첨단 장치가 들어있는 것도, 최고급 자동차도 아니었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3D프린터로 출력한 자동차라는 것이다. 3D프린터는 작은 물체만이 아니라 복잡하고 거대한 물체도 출력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심지어 집을 하루만에 3D프린터로 출력한 경우도 있었다. 나아가 사람의 인공 장기를 3D프린터로 만드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도 등장했다. 생기원 강원지역본부에서 개발된 고강도 순수티타늄 3D프린팅이 생채 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 수술은 세계 의료계 최초 로 시도되는 것으로 두개골이 함몰된 환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물론 아직까지 사람들이 열광하는 3D프린터는 산업용이 대부분이다. 기업들의 기술력 전시를 위해 선보인 출력물들이라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3D프린터 시장은 폭 넓게 발전하는 중이다. 3D프린터회사들은 대중들을 위한 보급화 기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개인들이 집에 3D프린터를 하나씩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점점 소형화되고 출력 속도도 앞당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3D프린터 개발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3D프린터가 일반 가정에 보급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이다. 영화에서처럼 출력물의 품질이 만족스러워야 보급화에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3D프린팅 선도 기업들은 원천 기술 확보와 기술력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국내 3D프린터 산업을 활발히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3D프린터를 ‘제조업의 혁신 3.0 전략’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열성적이다. 중소기업 기술 보급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생기원 3D프린팅제조혁신지원센터가 한국교통대학교 3D프린팅창의혁신선도센터와 함께‘3D프린팅 모바일 팩토리 서비스’를 기획, 공동 운영하고 있다. 차량에 3D프린팅 장비를 탑재해 전국산업단지를 순회하며 3D프린팅 장비시연과 교육,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 목표는 융합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산업들이 서로 힘을 합쳐 혁신을 이루어내야 한다. 제조업 역시 마찬가지이며, 3D프린터는 지금 제조업의 중심에 있다. 자동차, 스마트폰, IT와 의료 등 다양한 분 야의 공통분모는 3D프린터다. 해외에서는 이미 몇 해 전 의료 산업 분야에 3D프린터가 진출해 인공 심장을 만들고, 동맥도 만든다. 뼈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 산업에도 3D프린터가 사용되고 있다. 우리도 이처럼 의료, 자동차부품, IT 업계에 3D프린팅 산업이 진출해야만한다. 산업은 빠르게 발전한다. 이와 발맞추기 위해서는 규제가 산업의 발전 속도를 앞질러야만 한다. 국내의 3D프린터 산업의 발전을 위한 체계적인 법규와 규제 마련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