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21세기 산업과 기술을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로봇이다. 산업 현장뿐 아니라 가정, 더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까지 활용범위가 넓어지면서 로봇과 공존하는 삶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있다. 대경지역본부 융복합기술그룹 이수웅 수석연구원은 “사람이 로봇을 알아가듯, 이젠 로봇도 사람을 알 필요가있다”고 말한다. 점점 가까워지는 로봇과 사람의 물리적 거리 속에서, 단단한 로봇의 몸에도 일종의 감각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였다.

사람과 로봇의 조화로운 공존(Coexistence)을 위해

로봇이 우리의 삶에 침투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로봇은 신비의 존재에서 점점 현실의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과 로봇의 공존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또한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과 로봇이 격리된 공간에서 ‘생활’했지만, 지금은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관계가 됐기 때문이다. 가까워진 물리적 거리 속에서, 안전을 위해서는 로봇도 이제 사람이라는 존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인식해야 할때가 되었다.로봇은 기계다. 딱딱한 철로 외피를 두른 기계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사람의 피부는 자극에 쉽게 반응하며, 그 자극이 셀수록 다치거나 상처 받을 수 있다. 사람과 로봇의 공존에서 중요한 것은 어쩌면 ‘각 존재가 접촉할 때 어느정도 세기까지 다치지 않고 서로의 자극을 허용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우리는 이 자극을 일컬어 ‘힘’이라고 한다. 사실 어떤 관점에서는 같은 힘을 서로에게 가했을 때 로봇보다 사람에게 더 불리한 게 사실이다. 로봇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람의 접촉에 대한 감각, 즉 ‘촉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과 로봇이 접촉할 때 딱딱한 로봇의 표면이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 있지만, 만약 사람의 힘에 대한 정보를 로봇이 알게 된다면 이러한 불상사는 예방할 수 있을 터. 융복합기술그룹 이수웅 수석연구원팀의‘영상기반 멀티모달 에어터치센서’기술 개발도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술, 가격경쟁력 높여
이수웅 수석연구원팀이 개발한 이번 기술은 사람과 기기 간의 부드러운 물리적 상호작용을 위한 ‘멀티 모달에어터치센서 모듈’ 기술이다. 공기주머니 형태의 물체를 ‘힘·압력분포 검출센서’, ‘3차원 터치패드’, ‘생체정보 감지센서’로 활용하게 하는 기술로, 이수웅 수석연구원팀은 부드러운 공기주머니 형태의 물체를 로봇에 부착하면 사람의 힘을 보다 쉽게 감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즉, 공기주머니가 로봇과 사람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로봇의 촉각 역할도 하는 셈이었다. 촉각의 역할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잘 감지하는 것인 만큼, 공기주머니 형태의 센서를 부착해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물론 난관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공기주머니에 수직 방향으로 가해지는 힘은 내부 공기압과의 관계로 부터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수직이 아닌 옆으로 가해지는 힘을 구하는 방법은 쉽지 않았던 것. 평소 우리 주위에 산재한 ‘힘’들은 수직으로만 가해지지 않고, 상하좌우, 심지어 비스듬하게도 가해진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공기주머니 위에서 수직이 아닌 다양한 방향으로 가해지는 힘을 산출할 수 없었다. 결국 다양한 방향으로서 가해지는 힘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가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된 셈이다. 밤낮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을 이어간 이수웅 수석연구원은, 어느날 문득 ‘영상을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가해지는 힘을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해 계산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공기주머니 안에 이미지센서를 달아 힘이 가해진 정도를 영상으로 ‘찍어’낸 후 이를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기존의 기술이 전기적 물성기반의 하드웨어에 의존하는 기술이었다면, 영상를 이용해 ‘찍고 처리하는’ 기술은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휠체어, 병실 침대… 다양한 활용처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로 전환하니 다양한 장점을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였다. 어떤 전기적 물성을 가진 특수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인조피혁이나 고무와 같이 시중에서 쉽게 구입 가능한 소재를 이용해서도 힘의 크기와방향을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공기주머니와 같은 폐쇄된 형태가 아닌 소재가 펼쳐진 개방된 형태에도 기술 적용이 가능해졌다. 더불어 기존기술은 대량생산을 위해 연구개발단계의 공정이 아닌 새로운 공정을 만들어야 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그러한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이 되면서 핵심적인 기능의 실현은 이미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다보니, 활용처 역시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졌다. 자동차 실내의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VI, Human-VehicleInterface)’, 환자들이 사용하는 휠체어 및 침대용 체압감지센서, 마우스를 대신할 수 있는 PC 및 게임용 인터페이스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HVI’란 에어컨이나 오디오 등 자동차의 편의장치를 조작하기 위해 사람이 이용하는 인터페이스를 말하는데, 여기에 멀티모달에어터치센서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자동차 실내 환경을 보다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소형화와 박형화에 관련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기존 기술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진행 중인 정부수탁과제를 통해 엄지 손가락 크기의 휴머노이드로봇용 촉각센서, 손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3차원 터치패드, 새로운 형태의 HVI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러한 차별점을 등에 업고, ‘영상기반 멀티모달에어터치센서’ 기술은 더욱 많은 곳에서 활용될 방안을 찾고 있다. 특히 산업적·기술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기대효과를 충족시키기 위한 준비를 마 련하고 있다. 앞으로 서비스로봇 및 첨단의료기기, 스마트카 등 차세대 신산업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는 영상기반 멀티모달에어터치센서 기술. 이수웅 수석연구원의 바람처럼 이 기술이 모든이에게 ‘착한기술’로 널리 활용되고 사용될 그 날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