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용접(welding). 같은 혹은 다른 종류의 금속재료를 열과 압력을 가해 접합시키는 방법인 용접은 산업 전반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일이다. 땅 속에 매설된 거대한 파이프라인도 용접 과정을 거친 것이며, 해저 속에 파고든 파이프라인도 용접을 통해 길게 연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동주웰딩은 파이프라인 용접장비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기업이다. 2000년 개인회사로 설립된 후 2007년 법인으로 전환, 2010년 9월 모회사인 ㈜명진TSR의 가족으로 새롭게 출발한 뒤 용접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제품과 기술을 취급·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업이 그렇지만, 용접 분야 역시 처음에는 일본 제품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러던 중 국내 조선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하고 부품 소요량도 높아지면서 이 분야에 진출하려는 회사가 많아졌어요. 주로 동제품을 가공하는 일이었죠. 이때만 해도 시장성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커졌습니다. 저희도 그 시기부터 새로운 길을 모색했어요.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동주웰딩이 선택한 ‘차별화’의 길은 용접소모품 뿐 아니라 산업 설비까지 아우르는 기업이 되자는 다짐이었다. 다른 기업들이 산업설비 혹은 소모품 등 단품만 취급하는 것과 달리 동주웰딩은 용접과 관련된 거의 모든 생산라인을 보유하자고 결심했다는 조재영 대표.

“현재 저희 회사는 용접봉을 제외한, 용접 산업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부품과 자재 혹은 장비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동화설비까지 생산해 경쟁력을 더욱 높였습니다. 문형순 수석연구원님의 도움을 받은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에요. ‘파이프 자율주행용접시스템’이죠. 용접해야 할 파이프가 아주 커지면 작업 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동그란 원 모양이기 때문에 위·아래·옆을 작업할 때 필요한 용접조건과 자세 등이 모두 다르거든요. 게다가 파이프 크기가 크면 작업대를 설치해 용접선의 좌우 높이를 사람 눈으로 직접 검사해야 하죠. 이 작업이 24시간 동안 이뤄져야 합니다. 그동안 수작업으로 진행한 이 업무를 자동화시스템을 통해 해결한다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다행히 문형순 수석연구원님의 도움을 얻어 자동화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고 덕분에 기존의 어려움을 거뜬히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파이프라인 용접기술 분야, 세계 1위 회사 되고 싶어

문형순 수석연구원과 동주웰딩이 함께 개발한 파이프 용접자동화시스템은 센서가 용접선을 추적해 자동으로 용접이 이뤄질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큰 파이프라인을 용접할 시 사다리나 작업대를 설치해 사람이 그 위에서 작업해야 했는데, 이 기술이 개발된 후에는 과감히 사다리를 치울 수 있었다. 사전작업 없이 시스템만으로 용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능도 높아졌다. 좌우 및 상하 용접선의 위치를 센서가 자동으로 파악하므로 작업 효율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문형순 수석연구원이 동주웰딩에 지원해 준 기술은 총 두 가지다. ‘용접선 자동추적용 레이저 비전센서’와 ‘용접자동화시스템에서의 핫 와이어 티그(Hot wire TIG) 용접장치’가 그것으로, 개발한 두 기술은 한 작업에서 동시에 이뤄지곤 한다. 용접선추적 비전센서에 대해 문형순 수석연구원은 “결국 알고리즘에 의해 시스템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레이저를 쏜 후 표면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빛을 센서가 읽어내 용접부의 특이점을 추출한다”고 설명했다. 용접부 상태를 지속적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갈라진 틈을 매끈하고 고르게 메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계산한 정보를 기억해 사용함으로써 작업자가 원하는 조건을 자동으로 재이용할 수도 있다. 핫 와이어 티그 용접시스템은 기존의 티그(TIG)용접 시스템처럼 높은 품질의 결과를 도출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시스템의 단점까지 보완해 한층 똑똑해진 시스템으로 진보했다. 기존 시스템은 다른 용접법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는데, 핫 와이어티그 용접시스템이 이를 개선한 것이다. 저전류에서도 용접이 가능하도록 해 접합금속의 변형을 최소화했다고 조재영 대표는 설명한다.

“용접시 사용할 금속이 녹으려면 일정 수준으로 온도가 높아져야 하잖아요. 기존에는 용가재가 녹아 용착되는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작업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어요. 반면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그 시간을 줄여줬습니다. 또한 각 부위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용접조건과 방법 등을 알아서 구현하기 때문에 숙련된 작업자를 구해야 하는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개발한 핫 와이어 티그 시스템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 일본에 수출이 완료된 상태다. 올 초 일본기업의 인도공장에서 설치 및 테스트를 완료, 현지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을 정도로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다. 동주웰딩은 이번 해외 시장 진출을 발판 삼아 앞으로 세계적 기업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업에게 가장 필요했던 제어부분의 기술을 확보한 만큼, 세계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파이프라인 용접기술 분야에서 전세계 1등 기업이 되고 싶다는 동주웰딩의 계획을 듣던 문형순 수석연구원 역시, 동주웰딩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며 그 말에 맞장구를 쳤다.

“제가 현대중공업에 있을 당시 세계적인 파이프라인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저 자리에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늘 했어요. 지금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시장을 이끄는 전문 기업이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동주웰딩이 그 역할을 잘 해주길 바랍니다. 시장을 좀 더 크게 잡고, 목표도 높이 잡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