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롤러 블라인드 국산화를 위한 3년 반의 마라톤
“총 3년 반이 걸렸습니다. 이 시장을 선도하는 독일 B.O.S 사의 300개 넘는 특허를 피해가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끝났던 건 아니에요. 특허를 피한 후에도, 60개가 넘는 부품을 어떻게 조합해 구동시켜야 하는지, 그 기나긴 기다림과 연구를 버텨야 했어요. 김형재 수석연구원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완성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정준 부사장)
이정준 금강이노텍 부사장은 자체 개발한 롤러 블라인드 기술을 소개하며 과거의 연구과정을 회상했다. 당시의 힘들었던 심경이 고스란히 올라오는지 이야기 도중 웃음과 한숨을 함께 내쉬었다. 롤러 블라인드의 성공적인 개발 덕에 지금은 미소지으며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개발 과정 중에는 ‘사업을 접을까’ 하는 고비에 여러 번 다다랐다는 이정준 부사장.
“2008년부터 롤러 블라인드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내용을 검토했어요. 롤러 블라인드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구성하는 ‘유리면’과 ‘차양막’ 중 차양막에 적용되는 기술입니다. 주로 사람 손으로 열고 닫는 차양막을 안전하고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죠. 파노라마 선루프 시장이 열린 후 고객의 수요는 높아졌지만 품질은 그에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국내 기술력이 없어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해외 기업은 국내 시장의 불만사항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이런 관행을 바꿔보자 생각했습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모회사인 금강화학은 본래 자동차 내·외장 트림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거든요. 롤러 블라인드는 자동차 내에서 계속 구동되는 메커니즘이잖아요. 인테리어와 내·외장재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던 금강화학이 움직이는 구동물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죠. 하지만 대표님의 의지가 강했고 김형재 수석연구원님의 전문적인 경험 덕분에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롤러 블라인드는 차양막이 말리고 풀리는 과정 중에 많은 고장이 발생했다. 차양막을 고정시켜주는 스프링과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차양막이 잘 개폐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수리하기 위해 A/S 센터를 찾으면 자동차 윗부분을 모두 뜯어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때문에 고객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급기야 파노라마 선루프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김형재 수석연구원은 “고객들이 제기하는 불량률만 약 50%에 육박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제대로 된 걸 만들어보기로 했죠. 먼저 와이어에 집중했습니다.”라며 개발 과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와이어를 반으로 줄였습니다. 독일 제품은 와이어가 한 바퀴를 돌아, 길다 보니 밀고 당기는 과정중에 와이어가 길어졌다 짧아지면서 어딘가에 걸려 끊어졌어요. 우리는 와이어 길이를 줄이고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했고, 그 결과 터짐 현상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해외 선진시장 넘어 세계 선두를 꿈꾼다
그렇게 특허를 얻었다. 해외 기업이 이미 점령한 300개의 특허를 피해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기업의 의지와 직원들의 노력이 불가능을 가능케 한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김형재 수석연구원.“특허를 낸 후에도 금강화학에서 3년 동안 고생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자동차 스펙이 매우 까다롭거든요. 1만 5천회 개폐해서 결함이 없어야 하고 영하40도에서 영상 100도까지 온도변화가 있어도 제품은 무리없이 작동을 해야 하죠. 이러한 테스트를 거쳐야 겨우 기본선을 넘은 셈이 됩니다.”뿐만이 아니다. 롤러 블라인드를 만드는 데 필요한 60여 개 부품을 매우 작은 오차범위 내에서 조립해야 했다. 오차범위는 겨우 ±0.1㎜. 그러다보니 조립공정이 까다로운 것은 물론, 조립을 다 한 후에도 정량화 할 수 없는 품질 조건을 만족시켜야했다. 이정준 부사장은 이에 대해 ‘감성품질’이라고 표현했다.
“선루프는 단순한 공정품질을 넘어 감성품질의 성격을 가집니다. 손으로 개폐하기 때문에 강도가 미세하게 조절돼야 합니다. 너무 힘들게 열려도 안 되고 쉽게 열려도 안 돼요. 소음이 있어도 안되죠. 한손으로 열어도, 혹은 한 곳에만 힘을 가해도 무리없이 작동해야 하기에 4만 5천회 이상 개폐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이외에도 수치화 할 수 없는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요구조건이 까다롭다보니 메커니즘 뿐 아니라 품질을 전체적으로 만족시키는게 매우 힘들었어요.”연구 기간이 늘어날수록 직원들의 의욕이 떨어지면서 점점 힘든 시간이 됐다. 예상은 했지만 제품 개발의 장기전은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켰다. 이정준 부사장은 “제품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직원들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지쳐서 ‘그만둬야 하나’라고 생각할 그때, 제품이 개발됐어요. 게다가 품질도 매우 좋았습니다. 실제로 40%가 넘는 불량률을 제로에 가까운 수치로 줄였습니다. 자동차 회사에 썬루프 완제품 공급업체인 1차밴더회사가 독일 제품을 받아서 납품할 때는 워스트 업체 5위 안에 항상 등재됐어요. 헌데 저희와 거래를 하면서 워스트 명단에서 아예 빠졌습니다. 제품 단가도 저희가 훨씬 낮으니 고객사 역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잡은 셈이에요.”제품 개발 성공으로 모회사인 금강화학으로부터 분리돼 새롭게 설립된 금강이노텍. 금강이노텍은 ‘롤러 블라인드 전문회사’라는 모토로 포부 가득한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롤러 블라인드 양산을 시작한 후 120억 원의 신규 매출 신장을 이룬 만큼 해외 시장을 더욱 겨냥할 계획이라는 이정준 부사장.“유럽과 중국은 여전히 수동식 메커니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시장을 더욱 파고들 예정이에요. 해외 시장에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 더 주도적으로 영업을 진행해 미국 시장까지 진출할 거예요. 생기원의 도움을 더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은 계속 생기원의 문을 두드려 함께 해결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