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환경과 기술,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제조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조(Casting)이다. 주조란 액체 상태의 재료를 형틀에 부은 후 굳혀서 모양을 만드는 방법으로 쇳물을 형틀에 붓는 것을 떠올리면 쉽다.
이때 형틀은 대부분 모래를 사용해 만들게 되는데, 가루 형태의 모래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첨가되는 것이 바로 ‘바인더’이다. 바인더란 쉽게 말해 접착제의 역할을 해 주는 것으로 모래를 원하는 모양으로 단단하게 성형할 수 있게 하며 전 세계적으로는 유기바인더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유기바인더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다. 유기바인더를 섞어 만든 형틀에 쇳물을 붓게 되면 유리페놀,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가스가 다량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한 유해가스는 작업자의 건강에도 안좋을 뿐만 아니라 쇳물이 응고될때 기포가 되어 제품에 영향을 주게 되고, 나아가 강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제품불량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무기바인더 개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유기바인더와 같은 강도와 내수성을 갖고 있으면서 유해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무기바인더를 개발한다면,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작업환경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답을 울산지역본부 이만식 수석연구원팀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국내 최초로 유해가스 배출을 없앤 친환경 무기바인더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 게다가 한 번 쓰면 버려야 했던 유기바인더와는 달리 여러 번 폐모래 재생이 가능하도록 연구를 진행중에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기술로 경쟁력 확보

무기바인더는 앞서 독일에서 개발된 바 있다. 하지만 독일의 무기바인더를 도입하고자 했던 국내 기업들은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독일보다 고온다습한 우리나라 기후에는 맞지 않았던 것. 게다가 액상 2종, 분말 4종을 사용자가 직접 배합을 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때문에 국내 실정에 맞는 무기바인더의 필요성이 점차 증가했고 이에 이만식 수석연구원팀이 6개월의 선행연구과정을 거쳐 올해 3월, 국내 기후에 적합한 무기바인더 개발에 성공했다. 1년 동안의 기후변화 테스트를 마친결과, 동일한 조건에서 독일보다 약 3배 우수한 내습강도를 보이는 한편, 액상과 분말을 섞어 사용해
야 하는 독일의 제품에 반해 이만식 수석연구원팀의 무기바인더는 한 가지의 액상 형태로써 공정관리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다.

이만식 수석연구원팀이 개발한 무기바인더의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폐모래 재생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다. 유기바인더는 한 번 쓰면 폐기물이되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기바인더에 재생기술을 더하게 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해 환경적 측면,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현재 이만식 수석연구원팀은 올해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폐모래 재생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독일을 뛰어넘어 세계를 향해가고 있는 국내 무기바인더 개발 기술의 진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제 표준화 통해 세계적 기술로 우뚝
이만식 수석연구팀의 무기바인더 개발은 특히 국내 뿌리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정부와 기업, 생기원이 연계하여 시작된 기술개발 과정에는 화학·기계·주조공학, 기술가치 및 환경성 평가까지 다양한 학문의 융합이 더해져 국내 최초 주조용 무기바인더 개발이라는 커다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수많은 뿌리산업이 해외 기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국내 무기바인더 개발로 뿌리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울산지역본부에는 1톤 가량의 무기바인더 양산이 가능한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무기바인더 개발에 그치지 않고 이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 그리고 무기바인더 폐모래 재생 플랜트까지 패키지화를 계획 중이라는 것도 커다란 강점이다. 앞서 무기바인더를 개발한 독일은 개발과 생산이 따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 이로써 무기바인더 국제 표준화에 생기원이 앞서고 있다.

다가올 2017년, 무기바인더 폐모래 재생 연구개발이 마무리되면 주철용 무기바인더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개발된 무기바인더는 알루미늄용으로, 주조시장에서 80%를 차지하고 있는 주철용 무기바인더 개발 역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했지만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차근차근 내일을 준비해나가고 있는 이만식 수석연구원팀. 국내 최초의 기술로 세계 최고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오늘이 대한민국 뿌리산업에 더 큰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