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내연기관차과 동반 성장

전기 자동차는 우리의 미래다. 그리고 미래는 지금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기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세기 초 미국에서였다. 그러나 납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 자동차는 충전시간이 오래 걸리고, 주행거리도 짧은 단점이 있었다. 또한 당시 내연기관차가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텍사스에서 유전이 발견되어 석유값이 저렴해지면서 전기 자동차는 내연기관차에 밀려 서서히 사라져갔다. 하지만 오늘날, 유가 상승으로 인해 석유값이 점점 부담되는 상황에서 내연기관차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해서도 각국의 규제가 갈수록 더 엄격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 세계적 추세 속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 자동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기 자동차는 전기 모터와 전기 배터리를 사용해 친환경적이며, 소음도 없고 유해물질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 자동차는 운송 수단의 미래로 여겨지고 있다.

전기 에너지로 움직이는 자동차(Electric Vehicle)는 약자로 EV라고 불린다. EV는 순수한 전기로만 작동하는 전기차,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전기차(HEV),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 배터리를 갖추었으며 배터리를 별도로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그리고 수소로 움직이는 수소연료 전기차(FCEV)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경우 이미 도로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보급화에 성공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보급의 성공은 연비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높은 연비로 유지비 측면에서 우월했다. 하지만 디젤연료를 사용한 내연기관 차량 역시 높은 연비를 기록하며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유지비 측면에서는 디젤과 하이브리드 차량은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지 못했고, 오히려 차량 가격에는 디젤 차량이 저렴해 큰 이점이 없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차량이 진화한 것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이다. 이는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에 EV의특징인 전기 배터리를 내장하여 진화한 형태로 최근 출시한 BMW의 i8, 폭스바겐의 골프GTE, 아우디의 e-tron 등이 대표적이다.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를 번갈아 사용해 연료 절감 효과가 높고, CO2 배출은 감소해 환경 보호에도 탁월하다. 또한 전기로 움직임에도 주행속도에서 지지 않는 고출력 파워를 이끌어낸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뛰어들며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변 충전 인프라의 부족과 누진세에 따른 전기차 적용 계량기 및 전력설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수소연료 전기차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어 전기 모터로 주행한다. 전기 배터리 대신 LPG 차량처럼 수소연료통을 차에 장착하는데, 전기 배터리에 비해 수소연료통 무게가 가벼워 연료 효율이 좋고 긴 주행거리 확보 및 충전시간 단축 등 전기 자동차의 단점들을 보완했다. 하지만 높은 차량 가격과 충전 인프라가 수소연료 전기차 보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순수 전기 자동차의 현재

전기 자동차는 그 개념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인프라다. 우리나라와 같은 공동주택 거주자가 많은 곳은 전기차를 충전할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집 밖을 나서면 주유소처럼 충전 시설이 많아야 하지만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충전시설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주행거리도 문제된다. 기아 레이 EV의 경우 완충 시 주행거리가 91km로 한국인의 평균 주행거리인 65km 보다 높지만, 에어컨이나 히터,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사용하고, 산길이 많은 국내도로 상태와 장거리 주행 등 여러 현실적인 요건들을 고려하면 배터리 소모에 대한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다. 충전시설은 전기 자동차의 보급화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배터리 문제는 현재의 기술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중소형 자동차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되고 있다면, EV 순수전기차는 슈퍼카 위주로 개발되는 추세라고할 수 있다. 스포츠카로 유명한 자동차 기업들이 순수 전기로만 작동하는 슈퍼카들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전기 자동차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은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였다. 테슬라의 모델 S는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3.1초에 달하는 슈퍼 EV로 한 번 충전하면 최대 321km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주행거리를 보장한다.

전기 자동차 기술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도 활발하다. 생기원 서남지역본부 동력부품연구그룹 차현록 수석연구원팀은 ‘EMS를 이용한 전기 자동차용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2개 모터 추친 체계를 적용해 전기 자동차의 에너지 최적화를 이룬 기술이다.

이러한 국내외 기술 개발 성과와 그동안 자동차 역사에서 슈퍼카에서 성공한 기술이 일반 중소형차로 적용되는 사례들을 통해, 전기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우리의 미래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을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