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하늘을 지배한 드론
무인항공기는 처음이 아니다. RC 비행기나 헬기는 이전에도 마니아층을 기반으로 각광받아왔다. 사람이 기체에 탑승하지 않고, 무선전파로 조종한다는 점에서 드론은 기존 무인항공기와 같다. 차이점을 찾자면 드론이 더 쉽고, 똑똑하다는 점이다. 드론에는 기본적으로 센서들을 장착한다. 무선로봇처럼 GPS와 자이로스코프 같은 가속계도 물론이고, 고해상도 카메라까지 탑재한다. 스마트 센서들과 고해상 카메라를 바탕으로 기존 무선헬기가 하지 못했던 일들을 더 저렴하고 수월하게 해낸다.
또한 작동법이 쉽다. 스마트기기와 간단히 연동되며, 스마트기기의 화면을 통해 조종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기기인 만큼 조종법을 익히는데 시간이 소요되지만, 어느 정도 익히고 나면 손쉽게 하늘에 드론을 띄워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세상을 내려 본다는 점은 드론의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 점을 애용하는 것은 일반 대중만이 아니다.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체들이 환호한다. 예능방송이나 자연 다큐멘터리 등을 촬영할 때, 비용과 규모 때문에 사용하지 못했던 상공 촬영을 드론을 통해 쉽게 해결하고 있다. 또한 저널리즘 영역에서도 드론은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기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사고현장, 재난현장과 같은 곳에 드론을 띄워 안전하고, 정확한 보도에 활용한다.
온라인 유통기업인 아마존은 드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 프라임에어를 발표했으며, 구글과 페이스북은 드론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했다. 구글은 열기구를 이용해 전 세계에 무선인터넷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페이스북은 저개발 국가에 인터넷을 보급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드론을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드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생기원은 열화 상카메라를 탑재한 드론을 개발한 바 있다. 태양광발전소의 패널 감시에 최적화된 기기로 고장난 패널을 찾아내고, 사람이 직접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상부광식 태양광 시설을 관리하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기업과 정부를 비롯한 일반인들에게 드론은 매력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드론이 일반인들에게 보급되며, 기존에 가려져 있었던 드론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드론의 위험성
드론을 개발하고, 사용하기 시작한 곳은 미 공군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드론 규제의 표준이 되는 기관은 미국 항공청이다. 오늘날에도 미국은 드론 개발과 활용에 적극적이며, 드론 보급화에 따른 현실적인 규범들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안전성을 문제 삼아 기업과 미디어, 개인들의 드론 이용에는 제한을 가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에서 드론은 항공기로 취급된다. 법도 군사용이나 공적인 업무로 사용하던 것을 중심으로 제정되어 있는 상태다. 드론을 상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과 법 개정이 시급하다.
규제에도 일리가 있다. 드론의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건이나 사고를 일으킬 여지가 충분하며, 해킹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조종미숙으로 인해 장애물에 부딪힐 수도 있고, 고장으로 인해 갑자기 추락할 가능성도 높다. 얼마전에는 국내 모기업 촬영용 드론이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성당에 충돌하는 사고가 나면서 드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미국에서 정보기관 요원이 날린 드론이 백악관 건물을 들이받고 추락했는가 하면, 작년 10월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백인 여성을 드론으로 몰래 촬영한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논란이 되는 등 드론의 안전성은 물론,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까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배송용 드론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배송용 드론이 늘어난다면, 서울 상공에 하루 10만 대의 드론들이 돌아다니게 된다. 상상만으로도 위험하다. 국내외 대형 배송 업체들이 택배용 드론 서비스를 발표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이유도 이것들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상업적으로 드론을 사용하기 위해 서는 관련 부처에 신고해야만 한다. 드론의 안
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아직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드론을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드론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5년 ‘국제소비자가전쇼(CES)’에서도 드론전시가 중심이 될 정도로 드론의 위상은 높았다. 대표적인 드론 제작업체인 DJI의 경우 2011년 매출 420만 달러에서 2013년에는 1억 3천만 달러로 크게 성장했다. 드론 제작을 지원한 중국 정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DJI 역시고 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한 저가 드론을 연달 아 발표하며 드론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중국의 DJI에 이어 미국의 3D로보틱스, 프랑스의 패럿 등도 세계 드론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국내업체로는 생기원 출신 연구원들이 완구용 드론회사인 ‘바이로봇’을 창업해, 글로벌 드론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드론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이며, 국내 드론 사용자의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배송이나 촬영 그 이상의 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드론 사용자의 증가는 관련 법규 위반 사례 증가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상업용과 취미용 드론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