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구 몸살 주범 ‘팜(Palm) 폐기물’, 바이오 에너지로 거듭나다

인도네시아에는 거대한 팜 농장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땅도 넓을 뿐 아니라 기후도 팜 열매가 자라 기에 적절한 만큼, 인도네시아는 자신들의 입지적 장점을 십분 활용해 팜 열매를 재배하고 있다. 헌데 이 열매가 그저 식용에만 그쳤다면 아마 지금과 같 은 인기는 구가하지 못했을 것이다.
야자나무 열매인 팜의 진가는 풍부한 에너지원이라는 데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열대성 기후를 보이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재배되는 팜은 현지에서도 가장 많이 활용되는 에너지원 중 하나다.
이처럼 팜 열매를 가공하면 양질의 에너지로 사용 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팜을 가공하면 20%는 식용 팜유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10%는 공업용 유지가 된다. 30%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 70%는 그대로 폐기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것도 고형과 액상의 형태로 말이다.
버려지는 양이 많은 만큼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면서 고형폐기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액상폐기물은 여전히 방치돼 재사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인도네시아라는 거대한 땅 위에서 액상폐기물은 방치되고 썩어갔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바이오 에너지가 오히려 지구의 위협 인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연구하는 신명철 수석연구원은 팜의 고형폐기물처럼 액상폐기물도 재활용할 수 없을까 고민했고, 그 결과 ‘팜 액상폐기물을 이용한 연소시스템’을 개발했다. 액상폐기물을 재활용한 세계 최초의 사례였다.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여긴 연구를 성공시킨 만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큰 환영을 받았다.

신명철 수석연구원은 “액상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에 현지 사람들이 모두 놀랐습니다. 특히 우리가 개발한 액상폐기물 재활용 기술은 고형폐기물을 재사용했을 때보다 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투자 비용은 50% 절감되면서도 효율은 10% 증가하죠.”라며 “하지만 이 기술이 현지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폐기물을 연소시킬 수 있는 보일러 기술이 필요합니다.”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국내 중소기업의 독자적 동남아 진출, 의미 있는 교두보 만들어

신명철 수석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진출을 위해 국내 중소기업 중 해외 보일러 시공 경험이 있는 곳을 샅샅이 조사했다. 그때 이경구 대표의 썬플랜트가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 현지에서 바이오 에너지 관련 보일러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 는데, 썬플랜트는 현지에서의 시공경험과 좋은 실적까지 갖추고 있었다.
신명철 수석연구원은 그 길로 곧장 썬플랜트와 접촉을 시도했다. 생기원의 ‘팜 액상폐기물을 이용한 연소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경구 대표 역시 고민할 틈 없이 현지 플랜트 시공이라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접하기 힘든 기회일 뿐 아니라 자사의 기술을 해외에 더욱 알릴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경구 대표는 “그동안 팜은 한 번 짜면 끝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이송 과정에서 흐르는 기름 찌꺼기가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고형폐기물을 사용하는 것보다 에너지 효율도 훨씬 좋고 공해도 덜 나온다고 하니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업에 썬플랜트의 기술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라며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결국 썬플랜트는 생기원의 현지 진출, 그 비즈니스 모델로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신명철 수석연구원은 “썬플랜트는 상용화가 가능한 현실적인 기술을 갖고 있었습니다. 간혹 시장의 흐름을 타기 위해 팬시(fancy)한 기술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진정성 있는 기술을 원했고 그 욕구를 썬플랜트가 채워준 셈이죠.”라고 덧붙였다.
이경구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썬플랜트의 해외시장 진출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현지 시공을 훌륭하게 마무리하면 제2, 제3의 수주가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게 썬플랜트의 기대였다.
이경구 대표는 “그동안 동남아 시장의 진출이 어려웠던 이유는 원천 기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와서 생기원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이러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역할하고 있습니다. 아마 중소기업 홀로 현지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다면 시작부터 어려웠을 겁니다.”라며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를 강조했다.
현재 발전소 설비를 위한 공사는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기반 공사를, 국내에서는 생산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2016년 1월 완공을 향해 밤낮없이 달려가는 중이다.
신명철 수석연구원은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팜 농장의 전력 시장 수요 대응입니다. 현지 팜 농장 중 액상폐기물을 이용한 발전플랜트를 건설한 사례가 전무한 만큼, 우리 기술의 저력을 해외 현지에 보여줄 때가 왔습니다.”라며 “부가가치와 기술력이 높은 현지 진출 일본 기업 혹은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는 말레이시아 및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아이디어였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현지에 우리 중소기업과 생기원 협력 모델이 많이 보급되길 기대합니다.”라며 앞으로의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