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천식 앓는 딸 위해 만든 제품

㈜미로는 2014년 2월 인하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있던 세 명의 젊은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중소기업이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오용주 대표와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서동진 대표, 해외 시장을 관리하는 김민석 대표가 공동대표자가 돼 회사를 설립했다. 각각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던 이들이 만난 만큼 사업 아이템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가습기 살균제의 부작용이 이들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줬고, 결국 세 대표는 ‘가족’과 ‘안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둘째 아이가 천식을 앓고 있었어요.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기침이 폐렴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사회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큰 논란이 되고 있었습니다. 저희집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뉴스를 보고 아차 싶더군요. 이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만든 게 바로 ‘클린팟 가습기’입니다. 사실 가습기의 목적은 매우 단순하잖아요. 공기 중 건조함을 촉촉하게 바꿔주는 것. 이 목적에 맞게 고민한 결과 지금의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서동진 대표)
본래 가습기는 본체가 아래에 있고 수조가 위에 배치된 구조다. 하지만 이 구조로 만들어진 가습기의 경우 구석구석 닦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물통 안에 손이 다 들어가지도 않아 청결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본체 내부는 분해해 닦을 수 없기에 쌓여가는 먼지를 보고만 있어야 했다는 서동진 대표.

“가습기 안에 서식하는 세균과 먼지, 이 두 가지가 결국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는 거잖아요. 이걸 해결 해야겠다 싶었죠. 마치 식기구처럼, 모든 걸 분해해 물로 깨끗이 씻을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 결과 지금의 ‘클린팟’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일종의 물컵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간편하게 닦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은 ‘단지 형태’의 가습기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널찍한 단지 모양의 용기에 물을 붓고, 습기가 공중으로 퍼져나가도록 돕는 본체를 물 위에 부유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새로운 발상은 시장을 적중했고, 판매율은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단순함 속에 숨어있는 기술

미로가 만든 클린팟의 가장 큰 장점은 완벽한 세척이 가능하며, 본체가 물 위에 부유하는 형태이기에 가습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제품 분리 과정 역시 매우 쉽다. 마치 3단 도시락을 끼워 맞추듯, 누구나 쉽게 제품을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분해 과정을 간편하게 만들기 위해 미로는 제품에 붙어있던 나사 등의 부품을 모두 제거했다고 오용주 대표는 말한다.

“그 결과 매우 단순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단순함 속에 기술이 숨어있어요. 일례로 본체를 물 위에 띄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처음 개발할 때 물 속으로 본체가 계속 가라앉아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본체가 가라앉고 조립도 엉성했어요. 설상가상으로 팬까지 돌아가지 않았죠. 가습량도 적었습니다. 시간당 나오는 가습량 역시 일정 기준치 이상이 돼야 하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 이정원 연구원님께 부탁을 드렸어요. 저녁 9시에 전화를 드렸는데 10시에 직접 사무실을 방문해주셨어요. 생기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해결할 수 없었을 거예요.”
오용주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멋쩍은 웃음을 보이는 고영배 수석연구원과 이정원 연구원. 이정원 연구원이 설명을 덧붙인다.
“미로가 실험하는 과정들을 직접 지켜보면서 어떤 점이 문제인지, 어떤 점에서 막히고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그때 본체의 통이 일자형으로 부착돼 있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여기에 가습량을 늘리는 열쇠가 숨어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죠. 고민 끝에 팬의 모양을 살짝 바꿨고, 그 결과 개선이 가능했습니다. 팬이 돌아가는 본체의 뚜껑 각도를 조금 변경했어요. 꺾는 방향을 달리한 거죠. 그제서야 가습량이 목표했던 만큼 충분히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외에도 고영배 수석연구원과 이정원 연구원은 많은 테스트를 거쳐 미로의 클린팟이 더욱 간편하면서도 내구성 높은 제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무엇보다 나사를 쓰지 않는 방식과 여러번 제품을 분해하고 조립해도 연결 부위가 헐거워지지 않는 기술, 공기 순환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유동 기술 등은 현재 클린팟을 규정짓는 핵심기술이 됐다.

“사실 민간 기업 입장에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구원님들을 뵙고 난 후 그동안 가졌던 여러 걱정들이 모두 기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생기원은 저희 제품이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저희가 가습기 분야 1위를 달성하고 또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가습기뿐 아니라 어지럼증 치료기, 복사열만 이용해 난방을 가능케 하는 온풍기 등 총 네가지 아이템을 내년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앞으로 두 분뿐 아니라 생기원의 더 많은 연구원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저희 회사와 생기원은 ‘케미’가 잘 맞는 것 같거든요.(웃음)” (김민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