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최근 개발한 ‘인간형 상반신 로봇을 이용한 물체의 조작·조립 기술’ 개발 배경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근 제조 환경을 살펴보면 소품종 대량 생산의 과거와는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산 환경에서는 생산 계획에 따라 작업 환경도 변하게 됩니다. 즉, 지정된 단순 반복 작업만 가능한 기존의 로봇 시스템으로는 변화하는 최근의 제조 환경에서 활용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때문에 단순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로봇 스스로 변화하는 환경을 인지하고 대응하여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개발이 필요했습니다. 이번 기술 개발로 변화하는 제조 환경에서 인간을 도와 함께 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일상생활에서도 청소 및 가사 등의 서비스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표에 근접하게 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번 기술이 기존의 기술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존에는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이용하여 정밀하고 빠르게 로봇을 제어해야 한다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술은 반대로 어떻게 하면 적은 양의 정보로도 목표한 작업을 충분히 수행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정확한 정보가 없어도 하고자 하는 일을 잘 수행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죠. 언제 어디서든 오차는 늘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에 대응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로봇이라도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따라서 부정확하고 오차가 포함된 최소한의 정보를 이용하면서도 목표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로봇 손 끝에 센서를 없앤 것도 그 일환입니다. 이로써 마이크로 단위의 정밀한 센서 정보가 없어도 충분히 작업을 수행해낼 수 있는 세계 최초 기술을 개발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기술’이라 부르곤 합니다.

이번 기술의 국내외 동향이 궁금합니다.
해외에서는 미국, 독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조작을 위한 제어기술, 경로계획, 지능기술 등의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의 연구개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소수의 연구소와 대학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주로 로봇 팔과 손 등 하드웨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에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지능형 로봇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로봇은 기계, 전기전자, 통신, 컴퓨터, 물리, 수학 등 기초학문을 전제로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기술이 집약되어 있어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늦게 시작했음에도 현재 로봇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은 우위를 선점하고 있고, 이에 생기원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아 매우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기술 개발의 의의,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만든 로봇핸드가 다른 연구원은 물론, 전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모두가 생각만 했던 일을 실제 구현해냈다는 것에도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손을 움직여 물체를 집고 끼워 넣는 게 왜 어려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이 손가락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뇌의 절반을 쓴다고 합니다. 그만큼 손을 다루는 기술 역시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죠. 바꿔 말하면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다른 모든 것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가 목표한 제조 환경 및 일상생활에서 인간과의 협업을 이루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차근차근 기술을 완성해내어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