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산업이라는 큰 기계가 잘 돌아가려면 수많은 톱니바퀴와 적재적소의 부품역할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잘 맞물려 움직여야 한다. 생기원은 중소기업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돕는 중소기업 지원 대표 연구기관이다. 그 중에서도 대경지역본부는 금속 기계공업이 밀집해 있는 대구 및 경북지역을 포괄하는 지역 중소기업 육성의 허브로 자리매김해 왔다. 대경지역본부를 진두지휘하는 황태진 본부장에게서 2015년 경영전략 및 중소기업 육성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대경지역본부장으로 부임하신 지 8개월여가 지났습니다. 본부장님만의 경영방침이 있으시다면?
: 생기원 대경지역본부가 지역에 터를 잡은 지 벌써 5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지역기반 구축과 업무 영역 확장에 주력해왔습니다. 부임해서 보니 연구기반을 구축하고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만, 여기에 주력하다보니 연구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강조한 부분은 내실을 다지면서 연구개발에 힘을 싣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연구원들과 개별 토론을 거쳐 10여 건의 R&D 관련 RFP를 받아둔 상태입니다. 대표적으로 수소연료를 생산하는 ‘하이드로젠 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안 되는 친환경 수소가스를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유를 사용한다는 모순에서 착안하여 물을 쪼개서 수소를 얻는 기술입니다. 이 외에도 저체온증 방지를 위한 발열구명복과 가속도센서를 이용하여 언덕을 오를 때 몸이 뒤로 넘어가지 않는 1인용 이동수단 제어기술 등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2015년 본부운영목표라고 밝히신 ‘창조생태계 5권역 구축 및 신시장-신산업진출’에 대한 설명과 중점 추진 사업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 대경지역본부가 아우르는 지역이 현풍, 영천·경산, 구미, 포항에서 최근 영주까지 확대돼 총 5권역으로 매우 넓습니다. 이들 지역을 각각 전기·전자, 건설기계, 바이오산업 등으로 특화하여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구·경북의 대표 산업을 섬유 분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이는 10% 이하이고, 기계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지역은 국내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 및 중공업체의 2차 벤더들이 밀집해 있는 기계 산업의 메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영세 중소기업으로 기술력이 낮고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기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주력하면서 주조·금형·용접 등 뿌리산업 고도화 지원에 힘쓰는 한편, 대구·경북 지역 차세대 신성장 산업 발굴을 위한 전략거점 역할도 수행할 계획입니다.
신성장 산업 발굴의 일환으로 대표적인 것은 금속 3D 프린팅 기술입니다. 생기원은 대경지역본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3차원 레이저 금속조형장치(금속 3D 프린터)를 이용해 대량생산에 꼭 필요하지만 만드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 금형을 재생하거나 보수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H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이 기술을 이전하여 고부가가치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인더스트리 4.0’의 광풍에 힘입어 생기원도 생산시스템 자동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공기술의 미래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제조현장 자동화에 필요한 센서기술을 개발하는 등 산업현장에서 제조혁신을 선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 대경지역본부가 지난 5년 동안 지역별 육성사업 진행 등 규모적으로 큰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각 사업별 운영계
획이 궁금합니다.
: 아직 모든 기반이 갖춰진 것은 아니지만 5년 간 이룬 성과 치고는 비약적인 성장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대경지역본부가 관할하는 6개 지역은 기계 산업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분야가 조금씩 다릅니다. 먼저 현풍은 생기원 대경지역본부가 위치한 곳으로 국책사업을 주관하는 R&D 중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천은 항공전자신뢰성평가센터 구축(350억 원)과 바이오메디컬 시험센터 구축(350억 원) 등을 진행하고 있고, 구미에는 창조혁신센터가, 고령에는 다산주물단지 시범사업(60억 원)이, 경산에는 건설기계특화단지 조성사업(2,000억 원)이, 영주에는 베어링시험평가센터 구축사업(270억 원)이 진행
중입니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지원 통합센터의 대구·경북지역센터로 지정됨에 따라 더욱 적극적으로 중소기업 애로기술을 해결함으로써 실질적인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 최근 영주시와 함께 유치한 베어링산업 육성 국책사업이 갖는 의미와 역할이 있다면?
: 이번 사업은 ‘하이테크 베어링 기반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5년간 270억 원을 들여 베어링시험평가센터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기계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베어링은 회전축을 지지하고 마찰 없이 돌아가게 하는 기계 부품의 일종으로 회전하는 모든 기계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저가 베어링의 경우 현재 80% 정도 국산화가 된 상태지만, 하이테크 베어링의 경우 국산화율이 미미한 실정입니다. 완벽한 구(베어링)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을뿐더러 마모가 안 되는 소재나 코팅 기술도 고난이도의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기술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국내에는 품질과 특성을 평가해주는 공인된 기관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영주에 구축하는 베어링시험평가센터의 첫 번째 역할이 시험평가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생기원에서 시험평가 장비를 갖추고 인재를 육성해 국제공인인증 평가 업무를 할 계획입니다. 현재 KOLAS인증을 준비 중이고, 더 나아가서는 ISO 같은 국제 인증기관으로 키울 예정입니다. 두번째 역할은 고부가가치 베어링을 만드는 중소기업과 공동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 대경지역본부는 지역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지원 성공사례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 대표적인 기업지원 성공사례로 경산에 위치한 일지테크를 들 수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차체 경량화를 위한 고강도강판의 효과적인 성형을 위해 생기원의 문을 두드렸고, 고강도강판의 물성분석 및 FE해석 지원 결과를 초고강도강판 금형개
발에 효과적으로 활용해 상당한 원가절감 성과를 올렸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지역에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많다보니 현재까지는 규모가 큰 연구사업보다 작은 규모의 기술지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도에서 주관하는 녹생성장사업을 5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지원사업은 업체당 3,000만원 이하로 지원되며, 기업에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원해주기 때문에 업체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지역에 입소문도 많이 나 경쟁률도 상당한 편이고, 경북도에 예산을 늘려달라는 요청도 많다고 합니다. 이를 비롯해 연간 120여개 기업에 기술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 자동차 기술명장(마이스터) 육성을 위한 협약(MOU) 체결 등 인재육성 사업 관련 대경지역본부의 역할과 향후계획이 궁금합니다.
: 제조 혁신이나 R&D의 중요성 등에 대해 많은 강연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대학 강연보다 중·고등학교에서의 강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입니다. 이번 대구 일마이스터고와 MOU를 체결한 것도 ‘뿌리산업의 젊은 명장’을 키우기 위한 산학협력의 일환입니다. 생기원은 우수한 엔지니어를 육성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생기원 내에 마이스터고 출신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사례도 늘고 있고, 앞으로도 젊은 엔지니어를 키우기 위해 학생들의 현장 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본부장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5년이라는 시간동안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와 눈부신 성장을 이뤘습니다. 조직도 3명에서 시작해 현재 80여 명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소통의 중요성’입니다. 조직이 커지다보면 의사소통의 동맥경화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경영전략회의나 중요한 회의 이후 연구책임자 전원이 모여 간담회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간담회를 통해 연구책임자들이 구상하는 연구 주제를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기회도 돼 지금까지는 선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발전적인 조직으로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