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세탁기나 자동차같이 엔진의 강한 동력으로 움직이는 제품들이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큰 외형과달리 내부 부품의 경우, 동력 전달을 위해 작지만 강한 기계적 물성을 필요로 한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스테인리스 분말을 소결(압축·성형)한 부품이다. 하지만 스테인리스 분말은 전량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민감하며, 중국의 저가·저품질 물량공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고자 김상권 수석연구원팀은 국산 철 소결 및 표면 스테인리스 코팅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내부는강도가 높은 철 분말을 소결해 사용하고, 표면만 내식성이 높은 스테인리스로 코팅하여 고가의 스테인리스 부품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대체기술로서의 의미가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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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소결 부품은 스테인리스 소결 부품에 비해 강도는 높지만 내식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은 코팅이지만 코팅품질이 우수할수록 비용부담은 커진다. 코팅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품질 저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열처리연구실용화그룹 김상권 수석연구원팀의 해결과제였다. 해법은 수십 년 전부터 진행해오던 팩세멘테이션(Pack Cementation, 고 크롬계코팅) 기술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주항공 내열부품의 코팅기술로 1960년대 후반에 개발된 이래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고가제품에 지속적으로 사용돼 왔지만, 제작단가가 높아 저가 제품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의 다양한 코팅방법은 소결품에 적용했을 때 재현성과 코팅의 두께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전부터 연구해오던 고가의 팩세멘테이션 기술의 일종인 팩크로마이징 기술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 재료들을 사용한 수많은 실험을 통해 최적화된 코팅 조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팩세멘테이션 기술을 응용해 조성한 코팅분말은 연구팀의 핵심 기술로 오랜 연구 끝에 최적화된 비율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분말을 직접 조제하여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국내외 동일 제품과 비교한 결과, 가격은 물론 성능 면에서도 독보적인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김수석연구원은 말한다.
철 소결 및 표면 스테인리스 코팅 프로세스의 첫 단계는 철계 분말을 압축·성형하여 일차 가열처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생성된 소결 부품을 연구팀이 개발한 코팅분말에 넣고 재가열하면 코팅분말이 가스화되면서 부품 표면과 기공면 사이로 확산 침투하여 코팅 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소결제품은 특성상 기공이 많은데, 이는 코팅 시 내식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대기에 노출됐을 때 부식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극복하고자 소결과 동시에 스테인리스 코팅을 한다.

코팅의 다음 단계인 냉각작업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코팅 시 가해진 열로 철 입자가 팽창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용 작은 로에서 진행하던 작업을 대량 생산체제에 맞춰 대형 로에서 진행할 경우, 열용량의 차이로 냉각 속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로에 열을가한 뒤 냉각 시키고, 재가열하는 반복 작업은 에너지 소모량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열처리 로는 특성상 가열을 시작 할 때 많은에너지가 소모되지만, 한 번 가열되고 유지하는 동안엔 그 소모량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열실과 냉각실을 분리하고 대형 로에 한 번에 많은 양을 넣기보다는 여러 개의 실을 운영하며 조금씩 넣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또, 가열실에서 냉각실로 바로 이동시킬 수 있는 자동기계장치를 도입해 냉각속도를 개선했습니다.”

자동기계장치 컨베이어에서 제품 선적, 가열실로 자동 이동, 코팅 작업, 냉각실로 자동 이동, 완성품을 꺼내는 일련의 과정에선 비용 절감을 위한 연구팀의 세심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최종 단계에서는 강도, 경도, 소재의 충격에너지, 내식성 등 제품의 모든 성능을 검증하는 테스트를 하는데, 철계 부품의 가장큰 문제인 내식성 기준치 확보는 염수분무테스트를 수없이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최적의 상태를 마련함으로써 테스트 기준을 완수하였다.

● 수입 의존 부품의 국산화

코팅분말 조제 기술과 냉각 속도 개선을 위한 공정기술은 ㈜에스엠티코리아리미티드에 기술이전 중이다. 기업의 입장에선 부품 하나의 단가를 낮추고 기능을 강화시키는 일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자 항상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다. 이러한 기업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기업을 시제품 제작단계부터 참여시켰다. 공정단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제품 양산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진행한 것이다. 현재 에스엠티코리아리미티드는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 수출용 스테인리스 펄세이터 부품을 대체한 자동차 부품 개발 및 참여 가능한 부품을 모색 중이고, 미국 소방안전용 철계 도어락 부품 시제품 제공및 현장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또한 미국과 일본, 동남아의 에이전트를 통해 시제품을 배포하여 특허등록과 발맞춰 양산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기술 개발은 고가 제품에 사용되던 기술을 상용화함으로써 기존 스테인리스 분말 제품 대비 최소 30% 이상 비용을 절감한 점, 생기원의 독자적인 원천 기술 획득, 기업의 제품화와 연계할 수 있는 공정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미래 지향적 기술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공정의 특성상 유해환경요소 배출이 없어 규제사항이 없다는 점 또한 직간접 수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는다. 게다가 재활용 단계의 간소화로 재생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기존 코팅 제품은 재활용하기 위한 분리 과정이 어렵고, 분리 후 재처리 과정도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은 코팅 층이 10㎛ 두께로 얇고, 액화시키는 과정에서 퍼져 혼합됩니다. 주 코팅재인 크롬은 고철 재가공 과정의 첨가물로도 활용되
기 때문에 고철을 활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재활용하기에 부담 없는 부품입니다.”

뿐만 아니라 철제품의 코팅 방법을 다변화하고 개발이 용이하다는 이점을 활용한다면 고가의 장비 부품을 대체할 수 있다. 특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발전소, 해양플랜트, 우주 항공 분야의 부품을 대체하기 위한 고성능 부품 개발에 집
중하고 있다며, 김 수석연구원은 다음 행보를 언급했다.
실질적인 기업의 문제와 니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의 노력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는 연구팀의 차기 행보와 노력이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