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주방 냄비와 다리미 열판, 지하철 전동차 내외장재와 건축 외장도료 등 세라믹 코팅이 사용되는 범위는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세라믹 코팅은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성(不燃性), 친환경성, 내열성, 비점착성 등이 높아 최근 들어 더욱 각광받고 있다. 많은 장점을 지닌 세라믹 코팅을 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려는 대한화인세라믹의 노력이 생기원 강원지역본부 비철금속소재부품 박광석 수석연구원과 만나 철소재에 적용 가능한 세라믹 코팅제 개발로 이어졌다.

세라믹 코팅, 철과 만나다

대한화인세라믹은 1987년 2월 설립되어 세라믹 코팅 기술로만 30년 이상 고객과 만나온 세라믹 코팅 전문 기업이다. 주방냄비, 다리미 열판 등 가정용품 뿐 아니라 지하철 전동차와 건물 내외장재 등 안전이 필요한 모든 곳에 대한화인세라믹의 코팅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이들 제품에 코팅을 씌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내구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불에 잘 타지 않고 높은 온도에서 색상 변화도 적으며 냄비의 경우 음식물이 눌러 붙지 않는 기능도 한다. 대한화인세라믹 이용진 이사는 창립 당시였던 1980년대 국내 세라믹 코팅기술 시장이 불모지에 가까웠지만 기술 국산화를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설명한다.

“창립 이후 외길을 걸으며 ‘세라미카’라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졸겔(Solgel) 프로세스 이론을 상용화한 결과입니다. 졸겔법을 이용하면 낮은 온도에서 공정이 가능할 뿐 아니라 균일하고 작은 입자 형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코팅도 잘 벗겨지지 않기 때문에 금속 산화물이 인체에 침투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라믹 코팅제는 알루미늄(Al)과 스테인리스(SUS) 등 제한된 소재에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철소재에도 세라믹 코팅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어요.”

때마침 이러한 계획을 갖고 있을 때 생기원 박광석 수석연구원와 인연을 맺게 됐다. 2014년이었다. 박광석 수석연구원은 “그 시작은 IH(Induction Heating, 유도가열)가 가능한 소재에 세라믹 코팅을 적용하는 기술”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대한화인세라믹은 여러 고민을 안고 있었어요. 가장 큰 고민은 세라믹 코팅을 어떻게 하면 더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IH시장이 커지는 만큼 여기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기를 원했습니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 철소재 적용연구를 먼저 진행했어요. 철소재는 일반적으로 세라믹 코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테프론 코팅이 적용되고 있었죠.”

인덕션 시장까지 접수한 코팅기술

세라믹 코팅을 적용할 수 있는 제품 대부분은 냄비에 편중돼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덕션(Induction) 쿠커도 세라믹 코팅이 아닌 테프론 코팅이 사용된다. 자성특성을 요구하는 인덕션의 특성상 알루미늄 소재가 아닌 철소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알루미늄의 경우 산화가 되더라도 표면에 안정한 산화물층이 형성되어 세라믹 코팅층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철은 부식이 발생하면 녹(Rust)이 형성되어 외관 불량과 함께 세라믹 코팅층 성능을 저하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대한화인세라믹 이용진 이사는 세라믹 코팅층의 기본 특성인 다공성 구조 때문에 100% 부식을 막기는 힘들지만, 거듭된 연구 과정 속에서 세라믹 코팅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덕분에 지금까지의 4세대 기술에서 5세대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5세대 세라미카는 4세대에 비해 내부식성이 약 30% 이상 향상됐습니다.” 5세대 세라미카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IH에 적용할 수 있는 세라믹 코팅 기술을 개발하는 문제는 좀 더 복잡했다. 이때 국내 한 철강회사에서 알루미늄 도금으로 중간층을 형성한 새로운 합금 소재를 개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박광석 수석연구원과 대한화인세라믹은 이 소재를 IH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 결국 철소재와 비철소재가 합쳐진 합금 소재에 세라믹 코팅을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알루미늄 도금 강판에 블라스팅 공정을 적용함으로써 표면 조도를 형성했습니다. 비표면적이 증가하면서 접합강도가 증가했어요. 표면 조도를 제어해 코팅 접합강도를 개선할 수 있었던 거죠. 뿐만 아니라 열처리 시간을 조절함으로써 합금층도 제어해 가공 시 코팅층이 떨어지는 걸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최적의 합금층 두께를 알아냈고, 열처리 조건을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쉽지 않은 시도였지만 그럼에도 세라믹 코팅이 널리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한 이유는 기존 테프론 코팅의 유일한 대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테프론 코팅의 소재는 불소로,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세라믹 코팅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저희는 IH에도 사용할 수 있는 세라믹 코팅을 개발하고, 더 나아가 ‘수위선 표시를 위한 세라믹 코팅기술’에도 도전하고자 합니다. 이는 쉽게 말해 전기밥솥 물 수위선 표시에 세라믹 코팅을 입히는 기술입니다. 현재 물 수위선도 테프론 코팅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불소의 유해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를 세라믹 코팅기술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죠.”

수위선의 코팅구조는 ‘베이스 코팅 → 패턴용 코팅 → 탑 코팅’으로 이뤄져 있다. 헌데 불소의 경우 녹는 성질이 있어 층간 접착력이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세라믹은 녹지 않으므로 접착력이 약하다. 때문에 층간 코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층간 접착력을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생기원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 모든 연구개발이 가능했다는 이용진 이사는 “세라믹 코팅만 연구해 온 기업이기에 금속 지식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생기원을 만나 한계를 극복하고 장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앞으로 세라믹 코팅을 사용할 수 있는 적용 분야를 더욱 넓히고 싶다는 대한화인세라믹.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한 삶을 돕는 기업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이들의 다짐처럼, 더 나은 기술을 향한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