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타이타늄은 단단하면서 가볍고, 부식이 잘 일어나지 않는 특성 때문에 ‘미래산업의 쌀’로 불리며 각광받고 있다. 특히 항공 및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타이타늄 튜브의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이다. 타이타늄 튜브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압출을 통해 만들어진 튜브(심리스 튜브)가 판재를 구부려 용접한 튜브(심튜브)보다 더 견고하고 단단하다. 하지만 국내에는 타이타늄 튜브 압출 기술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거나 다소 강도가 떨어지는 심튜브를 사용해 왔다. 이에 생기원이 타이타늄 튜브 압출 제조공정 개발에 돌입, 국내 최초 시도에서 국내 최초개 발에 성공했다.

미래소재로 불리는 가볍고 단단한 타이타늄

티탄 또는 티타늄이라고도 불리는 타이타늄은 질량 대비 강도가 가장 높은 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강도에서 강철보다 43%나 가볍고 녹는점이 높으며 부식이 잘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항공기, 인공위성, 해양 플랜트는 물론 선박 부품, 인공 관절, 보석, 테니스 라켓, 시곗줄, 자동차 휠과 같은 소비재까지 그 활용 범위 또한 넓다. 다양한 분야의 전략소재로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난성형 소재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내의 경우 타이타늄 소재의 소성가공기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압출, 압연 등 제품화를 위한 공정은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특히 타이타늄 가공은 대형 설비에서만 가능해 비용 부담이 커 시도 자체만으로도 큰 모험이 된다. 국내 타이타늄 수입 규모는 연간 4천 톤에 이른다. 전 세계적인 타이타늄 사용 증가량을 고려하면 타이타늄 튜브 압출 기술 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기술적 한계와 장비 구축 등의 문제로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생기원 최호준 수석연구원팀이 국내 최초로 타이타늄 튜브 압출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타이타늄 시장 진출에 청신호를 켜 화제다.

국내 최초 타이타늄 튜브 압출기술 개발 성공

항공기용 열교환기 및 고강도 구조재료로 많이 쓰이는 타이타늄은 원통형 모양의 ‘튜브’ 형태로 가공되어 쓰인다. 하지만 국내에는 타이타늄 튜브를 압출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보니 해외 제품에 의존하거나 ‘심(Seam)튜브’를 써야만 했다. 심튜브는 용접해서 만든 조관 튜브를 말한다. 즉 판재를 구부려 용접해 붙였기 때문에 이음새가 생겨 아무래도 견고함과 강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바로 ‘심리스(Seamless)튜브’이다. 접합, 즉 이음새가 없는 튜브로 압에 매우 강하다. 빌렛(Billet)을 밀어내 압출하여 제작되는데, 이 ‘튜브 압출기술’이 국내에 없어 해외 제품을 들여와 쓰거나, 국내 제품을 쓰려면 이음새가 있는 심튜브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타이타늄 튜브 압출기술이 어려운 이유는 ‘온도’의 영향이 크다. 알루미늄의 경우 강도가 높지 않아서 빌렛이 들어갈 때 450℃로 가열해도 되지만 타이타늄은 1,000℃ 가까이 가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쉽게 열을 뺏기는 특성 때문에 알루미늄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빌렛을 밀어내야 한다. 그렇다고 힘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장치적 기술이 동반돼야 하는데 보통 2천 톤 이상의 압출기에서 작업이 가능하다. 즉 타이타늄 소재를 다루고 2천 톤 이상의 대형 압출기에서 빌렛온도, 고온조건, 압출속도까지 새로운 공정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압출 회사들이 알루미늄만을 다루고 있고, 2천 톤 이상의 설비를 갖춘 곳이 드문데다가 고강도인 타이타늄 소재를 적용했다가 실패할 경우 압출기 손상은 물론 감수해야 하는 비용까지 만만치 않아 선뜻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최호준 수석연구원은 오랜 기간 압출 장비를 연구해온 경험을 살려 실험에 돌입했다. 해당 기술은 튜브 압출에 대한 이론뿐 아니라 장비나 장치에 대한 개념과 이해도 필요하고 수없이 많은 적용 사례도 분석해야 했다. 2015년 1월부터 1년을 매달린 끝에 국내 자체 기술로 타이타늄 튜브 압출기술 개발에 성공하기에 이른다. 최호준 수석연구원팀의 기술이 해외 기술과 구분되는 점은 빌렛의 형태에 있다. 빌렛의 형태는 크게 중실형과 중공형으로 나뉜다. 보통 해외에서는 원통형태의 중실형만을 사용하는데, 최호준 수석연구원팀은 가운데 구멍이 뚫린 형태의 중공형 타입 빌렛 적용을 시도했다. 중공형 빌렛이 중실형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압력으로도 압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에서 보유한 중소형 압출기에서도 사용 가능할 전망이다. 타이타늄 튜브 압출기술 개발도 국내 최초이지만 중공형 타입의 빌렛을 시도해본 것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고강도 소재 압출산업 발전 위해 노력 경주

타이타늄 튜브 압출기술에는 ‘인발’ 기술도 적용돼 있다. 쉽게 말해 두께를 얇게해 정밀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압출만으로는 고르고 정밀하게 뽑아내기가 힘들다. 가열되었다가 식는 과정에서 치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튜브 압출 후 후공정인 인발공정을 통해 직경, 즉 두께를 감소시킨 후 직진화공정을 거쳐 펴면 좀 더 얇고 정밀한 타이타늄 튜브를 완성할 수 있다. 최호준 수석연구원팀은 해당 개발 기술을 기반으로 장비업체와 재료연구소, 3개 대학교와 함께 정부과제를 신청,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산업핵심과제를 진행 중에 있다. 현재 시제품을 제작하고 양산화를 앞두고 있다. 올해 5월에는 한국소성가공학회로부터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아 기술상을 수상했다. 최호준 수석연구원은 타이타늄을 이용한 더 큰 도전을 시도할 예정이다. 타이타늄 압출 튜브와 연계하여 압연을 통해 판재를 제조할 수 있는 공정 개발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재 압출 기술로는 타이타늄을 튜브 모양의 원통형으로만 제작 가능하다. 물론 튜브 자체로도 항공, 국방, 해양 플랜트 등에 사용될 수 있으나 반원튜브를 평탄화 공정을 거쳐 널따란 판재로 제작하면 활용 범위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즉 압출기술을 통해 타이타늄 튜브가 만들어지면 이를 회전하는 2개의 롤 사이로 통과시키는 압연(Rolling) 과정을 거쳐 평평한 판재로 만드는 기술이다. 현재 대부분의 금속소재는 압출과 압연 공정이 분리되어 있다. 이를 하나로 묶어 한 공정에서 이루어지게 하면 공정 단순화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타이타늄 단조에 대한 연구 개발을 통해 타이타늄 소재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연구를 진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 국내 고 부가가치 압출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공고해질 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