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하면 땅에서 보행 가능한, 인간 삶의 편의를 돕는 기계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로봇의 종류와 활용 범위는 훨씬 넓다. 최근에는 해저탐사, 해양플랜트 및 해저케이블 설치, 수중 구조물 수리 등에 활용되는 해양로봇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로보스텍이 국내 최초로 미니 ROV 시스템 개발에 성공,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생기원 해양로봇센터 입주기업 로보스텍을 찾아 미니 ROV 국산화 과정과 국내 해양로봇 현주소를 들어보았다.

ROV 국산화에 도전한 로보스텍

해양 벤처기업 로보스텍은 수중 조사 및 ROV(원격조종 무인잠수정) 개발·제조·운용 전문 기업이다. 2013년 설립 당시에는 해외에서 무인잠수정을 들여와 운용 위주의 작업만 했다. 당시 국내에는 무인잠수정 시장이 조성되지 않았고, 수요도 적었다. 때문에 누구도 선뜻 개발에 나서지 못했다. ROV 운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싼 해외제품을 들여와야 했는데, 유지·보수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로보스텍 최종웅 대표는 회사 설립 5년여 전부터 관련 업계에서 ROV 운용과 유지·보수 업무를 하며 제품 국산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회상했다.

“해외 선진사의 대형 ROV까지는 아니더라도 소형 ROV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개인 벤처회사로 시작해 인력이나 기술력은 부족했지만 전자업체, 가공전문 업체 등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시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죠.”

그렇게 해외 제품을 벤치마킹하고 응용해서 만든 것이 바로 교육용 ROV 키트다. 커다란 잠수정을 축소해 간이수조나 수영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체험용으로 제작했다. 자신감을 얻은 최종웅 대표는 산업용 ROV 개발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향후 국내 해양산업을 전망했을 때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최종웅 대표는 곧바로 시장조사에 들어갔고, 부산시에서 해양로봇 분야 특화 지원사업을 실시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술 개발에 대한 꿈을 안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본사를 옮겼다는 최종웅 대표.
“부산에 내려온 뒤 1년 후, 생기원 해양로봇센터 준공 소식을 접했어요. 바로 달려가 창업보육센터 입주 신청을 했고, 그렇게 생기원과 인연을 맺게 됐죠.”
로보스텍은 해양로봇센터 준공일보다 1년 앞선 2015년 7월, 해양로봇센터 내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토록 원했던 미니 ROV 기술 개발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양로봇센터와 함께 미니 ROV 시스템 개발

로보스텍은 해양로봇센터 입주 직후 중기청 과제를 시작해 1년 만에 미니 ROV 개발을 완료했다. 본체, 선상 통제기, 연결 케이블로 구성된 미니 ROV 시스템은 고화질(HD) 카메라, 발광다이오드(LED) 라이트, 추진기를 장착했다. 수심 200m까지 잠수해 수중 생물·환경 탐사, 연안 수중 구조물 조사, 침몰선 조사, 선저 검사 등의 영상촬영 수행이 가능하다. 해양로봇센터의 외압시험기를 통한 시험평가에서 수심 250m까지 거뜬하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로보스텍의 미니 ROV 설계 단계부터 제품 개발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해 온 정밀가공제어그룹 하경남 수석연구원은 가장 먼저 ‘구조유동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품을 개발하기 전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구조유동해석입니다. 쉽게 말해 설계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해석하는 과정이에요. 이 과정에서 ROV에 어떤 소재를 쓰고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가 결정됩니다. 같은 두께의 소재를 써도 어떤 모양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압력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달라지죠. 제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시뮬레이션을 통한 해석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추진기’와 ‘외압용기’도 중요하다. 추진기는 ROV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부품이다. 로보스텍은 추진기 역시 자체 기술을 통해 개발했다. ROV의 부품과 회로들을 감싸고 있는 외압용기는 방수와 방압이 필수적이다. 물이 새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높은 수압을 견뎌내야 문제없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해양로봇센터 시험평가장비를 통해 검증을 완료했다.

“1년의 기술 개발 기간 중 약 절반의 시간을 시험평가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그만큼 제품을 테스트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이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시험장비가 없거나 테스트할 방법이 없어 제품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그런 부분에서 해양로봇센터 입주기업으로서 큰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생기원 덕분에 빠른 시간 내에 제품 개발은 물론, 외부로부터 기술에 대한 신뢰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품뿐 아니라 프로그램도 자체 개발했다. 제품에 장착된 센서가 전송한 데이터를 받아 파일럿(조종사)이 화면 영상을 보며 ROV를 조종하는 시스템이다. 제어프로그램과 화면의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까지 함께 개발했다. 이로써 로보스텍은 미니 ROV의 제작·운용·유지보수까지 가능한 종합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났다.

기술 고도화로 다양한 제품 개발이 목표

최근 로보스텍은 부산시-생기원과 함께 ‘2017년 시장창출형 로봇보급사업’에 선정됐다. 미니 ROV를 이용한 수중 조사·검사 실증과 보급 확산의 일환이다. 이로써 부산 광안대교 교각 조사, 현대중공업 건조 선박 선저 검사 등에 투입돼 실증 이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현장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제품 성능을 검증할 수 있게 돼 더욱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미니 ROV에 장착할 수 있는 ‘집게’ 개발에도 돌입했다. 집게를 장착하면 시료채취가 가능하고 수중 1kg의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 향후 사용 용도에 따라 장착 가능한 다양한 옵션들을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로보스텍은 현재 개발된 제품을 보완하는 것과 동시에 한 단계 더 큰 ROV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저 케이블/파이프라인 조사, 수중 인양 작업 등 특수한 분야까지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대표는 사용자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앞으로도 생기원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이에 하경남 수석연구원은 “로보스텍은 지난 2년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크게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1인 기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직원이 5명으로 늘었는데요. 매출도 그만큼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기원이 기술 지원을 통해 그 길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국내 최초 미니 ROV 시스템 상용화 목표를 넘어 진정한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로보스텍. 그들의 성장이 국내 해양로봇 발전의 견인차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