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연구의 밑바탕은 신뢰, 그 이전에 소통이 기반돼야 한다고 믿는 김홍석 융합생산기술연구소장. 생기원 융합관련 연구의 총 책임자라는 사명을 갖고 다양한 기술 개발을 돕고 싶다는 김홍석 소장을 만나 융합생산기술연구소의 청사진을 들어보았다.

Q.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에서 융합생산기술연구소로 옮긴 지 4개월 째를 맞으셨습니다. 같은 점도 있고 차이점도 클 것 같습니다.

2015년 3월, 생기원에 뿌리산업기술연구소(인천), 융합생산기술연구소(안산),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천안) 등 3대 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천안에서 소장직을 역임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안산으로 옮겨 소장직을 맡게 되었는데요, 소장직으로만 본다면 햇수로 3년째입니다. 아무래도 처음 소장직을 맡았을 당시보다는 생각이나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습니다. 개편된 3대 연구소 체제는 각각 인천, 안산, 천안의 본부 기능도 하지만, 우리 원의 중점연구분야를 대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러한 체제에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3개 연구소와 7개 지역본부의 모든 연구자들이 소속된 조직과 개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원 전체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저 역시 연구소 내 모든 연구진들이 개방과 공유, 참여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차근차근 준비해나간다면 모두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융합의 중요성과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융합생산기술연구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작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경제가 주목해야 할 핵심 의제로 채택된 ‘4차 산업혁명’은 이후 폭발적으로 관심이 늘며, 그야말로 세계적인 화두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제조업을 혁신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공학 등 앞으로 펼쳐질 미래 기술의 트렌드이자 ‘융합’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의 기술 대부분이 융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데에도 여러 가지 기술이 접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융합생산기술연구소에서는 현재 로봇 분야와 섬유 분야의 연구원들이 함께 ‘소프트로보틱스’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통 ‘로봇’이라고 하면 철이나 알루미늄 같은 딱딱한 소재를 떠올리는데, 소프트로보틱스는 유연한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로봇 기술입니다. 우리 연구소의 대표 연구분야가 로봇과 섬유인 만큼, 두 분야가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더 많은 분야의 기술이 접목되어 새로운 기술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생기원 내 융합관련 연구의 총 책임자라는 사명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Q. 융합생산기술연구소의 최근 성과와 올해 추진 중인 사업, 계획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표적인 연구 성과로는 ‘제조 공정 혁신을 위한 개방형 로봇 플랫폼 및 작업 지능 요소기술 개발’이 있습니다.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로봇 팔의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한 기술로, 인간과 협업이 가능해 스마트팩토리 구현을 위한 필수 요소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술지원 성과로는 먼저 ‘차량용 콤비네이션필터 기술 개발’을 들 수 있습니다. 기존의 화학 바인더 대신 섬유 바인더를 사용해 더 높은 집진효율과 가스 흡착 성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 3D프린팅 기술기반 제조혁신지원센터 구축도 큰 성과입니다. 생기원 주관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3D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한 통합제조기술지원 수행을 목표로 하며, 전국 6개 지역센터를 거점으로 다양한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전략기획단을 통해 세운 계획도 있습니다. 바로 ‘기술 사슬’인데요, 먼저 생기원 전 지역본부를 통틀어 로봇과 관련된 기술을 다루는 담당자들을 모두 조사하도록 했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융합기술처럼 섬유, 설계 등 다양한 기술과 접목할 수 있는 만큼, 로봇 분야를 중심으로 소위 기술 사슬을 만들어나가는 겁니다. 지금은 로봇뿐이지만 점점 다른 기술 분야로 확대해 하나의 기술 지도를 만들고 싶습니다.

Q. 조직문화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소장님께서 특별히 신경을 쓰고 계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연구자들은 혼자서 연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연구를 비롯해 기술지원이나 논문작성 등 개인평가 위주로 이루어져 혼자서 하는 게 보편화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에 있었을 때부터 단기 과제보다는 중·장기 과제를 기획해 여러 명이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렇게 다같이 모여 연구나 과제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통할 기회가 많아집니다. 그리고 소통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인데요. 각자의 연구 분야와 성과, 기술에 대해 인정해주고 존중해줄 때, 비로소 신뢰 관계가 구축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야말로 진정한 융합 연구의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연구원들이 모두 마음을 열고 진정한 융합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더욱 소통에 신경 쓰고자 합니다.

계속해서 대형 과제를 발굴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여러 명이 함께 대형 과제를 진행하다 보면 서로 모여서 아이디어 회의도 하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자연스레 늘어나고 이것이 또 하나의 소통의 장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 연구원들을 비롯해 학생연구원, 여직원, 행정부서 직원들까지 연구소 내 모든 직원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Q. 중소·중견기업이 융합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4차 산업혁명이 이슈가 됨에 따라 모두들 걱정이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철저하게 대비하고 성실히 준비한다면, 오히려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먼저 트렌드를 잘 지켜봐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또 전 세계적으로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의 경험을 디지털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즉, 내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좀 더 깊이 생각하고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소·중견기업에게는 확실한 기술 하나를 꼭 갖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당장의 이익도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높은 기술력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중소·중견기업이 좋은 기술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