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오랜 시간 인류의 에너지원이었던 화력발전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손꼽히면서 미래 환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도 강화되면서 대다수 다국적 기업들이 친환경 미래를 위한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김용진 수석연구원팀이 개발한 ‘바이오매스유래 FDCA 제조용 신촉매 상용화 기술’이 청정화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그린 케미스트리’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석유유래 화학제품인 페트(PET) 소재를 친환경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신촉매를 개발해 친환경 미래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친환경 기술로 국제 학술지 표지논문 게재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이 일상이 된 요즘, 따뜻해진 날씨에도 선뜻 외출하기가 꺼려진다. 대기 질은 급격히 떨어지고 매년 이상기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다시금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기가톤(G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2015년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되어 세계 각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미래 환경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청정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청정화학응용소재그룹 김용진 수석연구원팀이 ‘바이오매스유래 FDCA 제조용 신촉매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며, 청정화학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그린 케미스트리(Green Chemistry)’ 7호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타 연구실적 대비 생산성이 2배 높은 것은 물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 무엇보다 ‘친환경적’인 촉매 개발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성능은 높이고 공정은 단순화한 친환경 촉매

김용진 수석연구원팀의 ‘바이오매스유래 FDCA 제조용 신촉매 상용화 기술’은 쉽게 말해 FDCA를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한 것이다. FDCA(푸란디카르복실산)는 흔히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페트병(PET)의 소재이다. 보통은 페트병 소재로 석유유래 TPA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자원이 한정적인데다 환경오염을 유발시킨다는 문제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책이 요구돼 왔다. 김용진 수석연구원팀은 바이오매스로 만드는 FDCA를 친환경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신촉매 연구에 돌입,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현재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해당 기술은 2012년, 청정화학응용소재그룹 조진구 수석연구원이 HMF 제조 기술을 이전하면서 본격화 됐다. HMF란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하는 물질로, FDCA를 만들기 위한 중간매개체라 할 수 있다. HMF에 촉매를 넣어 산화시키면 FDCA가 되는 것. 이때 산화반응을 일으키는 촉매를 개발한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신촉매 개발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 FDCA를 상용화한 업체는 네덜란드의 아반티움(Avantium) 사 뿐이다. 하지만 촉매 물질도 다르고, 용매로 아세트산을 사용하고 있어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비해 김용진 수석연구원팀은 모든 공정이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용진 수석연구원팀이 개발한 신촉매는 용매로 물을 사용한다. 아반티움에서는 아세트산을 용매로 사용하는데, 산성물질이라 부식이 일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용매로 아세트산을 쓰면, 부식 방지를 위해 이를 담는 반응기를 값비싼 합금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제조단가도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김용진 수석연구원팀은 ‘물’을 용매로 사용해 스테인리스 반응기도 부식 걱정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두 번째로 순산소(O₂)를 사용하지 않는다. 공기는 20%의 산소와 80%의 질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순산소란 오로지 100% 산소를 뜻한다. 순산소만을 사용하는 이유는 촉매를 활성화시켜 높은 수율을 얻기 위함인데, 폭발 위험이 늘 존재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술은 질소가 섞인 일반 공기, 즉 20%의 산소만을 사용하고도 높은 수율을 얻음과 동시에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베이스물질을 첨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존에는 베이스물질인 염기성물질을 첨가해야만 반응했지만, 이번 개발 촉매에는 별도의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아 좀 더 친환경적이고 단순화된 공정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좀 더 진일보된 신촉매 확보로 세계 시장을 리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독보적 기술로 청정미래를 준비하다.

김용진 수석연구원팀의 이번 성과는 결국 ‘똑똑한’ 촉매 개발에 성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친환경 용매인 물과 반응하는 것, 순산소 대신 일반 공기압 사용이 가능한 것, 염기성물질인 첨가제를 넣지 않아도 되는 것 모두 촉매 덕분이다. 그리고 이 촉매가 바이오매스인 HMF를 산화시켜 FDCA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물론 신촉매를 찾는 일이 녹록치는 않았다. 화학반응이란 것이 매우 복잡하고 미세한 차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원하는 물질만 분리해낼 수 있는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촉매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또 촉매만 찾았다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촉매는 물론 온도, 압력 등의 다양한 조건이 맞춰져야 FDCA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 끝에 바이오매스로부터 FDCA만 선택적으로 만드는 조건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개발 기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공법인 동시에 생산성을 배로 끌어올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성능도 뛰어나다. 탄산음료의 경우 페트병 안에 들어가 있는 이산화탄소를 병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는 기체가스 차단성이 기존 석유유래물질로 만들어진 페트병 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술은 페트병 외에도 코팅제, 섬유, 플라스틱, 폴리에스터 등 실생활에서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다.
이번 개발 기술은 2012~2016년 진행된 기반형융합연구사업을 통해 기반을 다지고, SK케미칼과 함께 민간수탁사업과 기업주문형(Super IP) R&D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상용화 작업 중이다. 김용진 수석연구원은 바이오매스나 이산화탄소와 같이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한 신소재 연구 및 개발을 통해 ‘화학이 지구를 더 푸르게 한다’는 신념으로 청정공정, 청정미래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