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고무는 생각보다 일상생활 뿐 아니라 의료계에서 많이 사용된다. 정기적으로 예방접종을 할 때마다 접하게 되는 주사기를 살펴보면 용액을 밀어 넣는 피스톤 앞에 검은색 고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주사용액을 보관하는 케이스의 마개 역시 고무로 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수액 연결관에도 고무가 사용된다. 인류의 건강을 위해, 고무가 꽤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메카트로닉스융합기술그룹 이우종 수석연구원은 국내 최고의 의료고무 생산업체인 삼성의료고무를 도와 기술력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낭비되는 고무를 최소화 하는 기술

1979년 3월, 의료용 고무 생산을 위해 설립된 삼성의료고무. 설립 당시 국내 의료용 고무 생산업체는 약 세 군데가 있었지만 모두 규모가 영세할 뿐 아니라 대부분의 의료용 고무는 외산제품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국내 시장은 매우 척박하고 열악했다. 그 가운데 삼성의료고무는 반드시 해당 기술의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 백지 상태에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약 4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시간동안 꾸준히 회사를 성장시켜 현재는 국내 독보적인 1위업체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는 삼성의료고무 김유곤 연구소장.

“회사가 성장할 수 있던 가장 큰 비결은 결국 기술력입니다. 성장을 이어간 결과 2010년에는 매출액 170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오랜 노력으로 국산 제품의 신뢰를 쌓은 결과였죠. 하지만 성장하는 가운데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제품 불량률이 늘어나기 시작한 거죠. 최선을 다해 제품을 만드는데 왜 불량률이 발생하는지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금형기구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금형기구에 고무가 붙는 소착현상이 발생해 재료의 낭비는 물론 품질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입니다.”

금형 소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의료고무가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린 곳은 생기원이었다. 삼성의료고무는 생기원에서 애로사항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소재부품기업 성장통극복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지체 없이 사업에 지원해 도움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이우종 수석연구원.

“삼성의료고무의 제품은 그야말로 의료업계에 사용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품질관리가 매우 엄격하게 이뤄집니다. 제약회사에서 점점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그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 좋은 제품을 제공해야 해요. 앞서 언급한 대로 삼성의료고무는 금형 소착현상으로 인해 제품 불량률이 높아졌고 거래가 취소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었습니다. 매우 절박한 시기였죠. 저희 생기원에서는 제품 제조과정을 면밀히 살핀 후 불량 발생 지점이 주로 성형단계라는 것을 파악,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의료용 고무기술의 혁신, 국산화 기술 현실화 하다

제품 불량의 이유를 조사하니, 문제는 금형의 두 가지 과정, 성형 금형과 절단 금형 모두에 있었다. 성형 금형 과정에서 오래 사용한 금형에 발생한 이물질이 고무제품 표면에 붙으며 오염을 유발하고 있었던 것. 절단 금형 과정에서는 칼날이 문제였는데, 금형 칼날이 물에 노출되면서 녹이 발생했던 것이다. 즉, 녹이 제품 표면에 붙어 오염을 발생시킨 것으로, 결국 금형의 표면처리가 시급했다는 이우종 수석연구원.

“1차적으로 금형에 표면처리기술을 적용했습니다. FE-SEM 장비를 이용해 성형 제품의 표면을 분석, 금형표면의 조도를 개선하고 코팅 등의 표면처리를 실시한 결과 제품 불량률이 개선됐습니다. 특히 절단 금형의 경우 칼날에 다이아몬드 코팅을 적용해 녹도 슬지 않고 날이 무뎌지는 것도 최소화 할 수 있었습니다. 두 가지 불량 요인을 모두 줄일 수 있던 셈이죠.”

생기원의 지원 덕에 삼성의료고무는 다양한 방면에서 기업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매출액의 신장이었다. 당시 삼성의료고무의 매출액이 급감했던 이유는 제품 불량으로 인한 문제도 있었지만 기업 경영의 방향성이 잘못 설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회사가 대폭 성장하면서 기업 전략이 매출 신장 위주로 짜여졌는데 이는 오히려 기업에 적자를 안겨다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잘못된 수익성 진단이 회사에 좋지 않은 결과를 건넨 것이라고 말하는 김유곤 연구소장.

“2013년 생기원과 첫 번째 성장통극복지원사업을 진행하며 제품 불량률뿐 아니라 기업 경영전략까지 모두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덕분에 2014년부터는 기업 매출이 흑자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6년에 성장통극복지원사업을 한 번 더 진행하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폐고무 재생이 주 과제였습니다. 저희 회사는 제품을 만들면서 한 달 약 10톤의 폐고무를 발생합니다. 문제는 처리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요. 환경적으로도 좋지 않고요. 때문에 이를 재생하는 기술을 만드는 게 매우 시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우종 수석연구원님과 다시 한 번 논의를 할 수 있었죠.”

폐고무 재생을 위해 사용하고자 한 기술은 ‘전자선 공정’이다. 전자선 공정이란 이름 그대로 ‘전자선’을 조사해 고무를 재생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고무를 재생하기 위해 얼려서 분쇄하는 등 기계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고무 재생을 물리적 분쇄만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고안한 방식이 화학적으로 접근하는 전자선 조사 방식이었다는 이우종 수석연구원.

“폐고무에 전자선을 조사하면 고무 결합이 분해되면서 원상태가 됩니다. 고무라는 물질은 한 번 성형되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게 매우 어려워요. 결합이 매우 강하게 일어나기 때문이죠. 전자선은 성형으로 이미 새롭게 형성된 고무의 물성을 파괴해 변화시켜줍니다. 덕분에 재생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칼을 이용해서는 시도할 수 없던 가공이 전자선을 통해 가능하게 되는 거죠.”

현재 전자선 조사를 통한 폐고무 재생기술은 진행중에 있다. 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수차례 실험을 통해 의료용 고무에 적정한 수치를 찾은 상태다. 사실 전자선 조사는 일반적으로 의료용 고무에 사용되지 않고 다른 산업에 사용됐기에 의료용 고무를 위한 조사량을 새롭게 찾아야 했다. 꾸준한 연구 덕에 적정 조사량을 찾는 과정은 이미 끝냈으며, 이후에는 폐고무 재활용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추가 진행할 예정이라는 삼성의료고무. 특히 김유곤 연구소장은 생기원 공공연구기관 연구인력 기업파견사업을 통해 삼성의료고무에 파견근무 중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마지막으로 삼성의료고무의 포부를 밝혔다.

“생기원의 지원 덕에 회사는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매출 향상은 물론 기업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회사 분위기도 매우 좋아졌죠. 직원들의 사기도 향상되어 회사 전체적인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최근에는 매출 신장 덕에 새 둥지를 트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삼성의료고무는 올해 500억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글로벌 기업이 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그 길에 언제나 생기원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