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ECH 뉴스레터
중소·중견기업들이 겪는 애로사항은 수없이 다양하지만, 특히 전문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도 연구 인력을 구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인건비가 부담돼 채용을 꺼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 물론, 공공연구기관의 도움이나 정부과제를 통해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의 기술 개발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주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공공연구기관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술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 중에 있다. 그 중 생기원 ‘공공연구기관 연구인력 파견사업’을 지원받는 기업, ㈜서남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술인재 지원으로 기술 개발에 힘을 보태다
‘공공연구기관 연구인력 파견사업(이하 연구인력 파견사업)’이란 공공연구기관의 고급 기술인력을 중소·중견기업에 장기 파견하고 현장 R&D 인력으로 활용하여 기업의 기술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자 마련된 기술인재지원 프로그램이다. 국내 공공연구기관 모두가 진행 중인 프로그램으로 전체 219명 중 생기원이 66명의 연구인력 파견근무를 진행하고 있어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이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에 파견되어 좀 더 밀착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도 매우 높은 편이다.
생기원에서는 먼저 중소·중견기업이 연구인력 파견사업을 신청하면 생기원에서 적절한 연구인력을 매칭해주는 작업을 선행한다. 이후 기업과 생기원이 공동으로 면접을 실시하고 결정과정을 거쳐 3년간 연구인력 파견근무를 지원받게 된다. 이때 파견근무 시 연구인력의 인건비는 기업과 생기원이 각각 절반씩 부담하게 되는데, 이는 중소기업에서 석·박사급 인력을 채용할 때 가장 우려가 되는 금액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더불어 생기원이 해당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찾아 추천해줌으로 인해 전문인력채용에 있어 신뢰도 높일 수 있다. 이 3년 동안 중소기업과 파견된 연구인력이 함께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부분에서 서로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간을 거친 후 채용의사의 결정이 합일점을 이루면 3년간 더 추가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렇듯 ‘연구인력 파견사업’은 중소기업의 석·박사급 인재채용에 있어 수반되는 다양한 고충과 어려움들을 해결해주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의 기로에서 지난해 1월, 3년의 기업 파견근무를 마친 후 추가 파견을 신청, 기업과의 상생길에 함께하기로 한 김태훈 수석연구원.
“2013년부터 서남에서 파견근무를 했습니다. 3년의 파견근무를 마친 후 어떻게 해야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서남의 미래 가능성을 봤을 때, 제가 이곳에 남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했죠. 물론 배울 것도 많고 안해본 일들도 많지만 나름 재미도 있고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설립된 서남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온초전도선재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으로, 2012년 생기원 파트너기업으로 선정되며 생기원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후 2013년에는 생기원과 공동과제를 진행한 바 있고, 연구인력 파견사업을 알게 된 후 신청, 김태훈 수석연구원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국내 최초 초전도선재로 세계시장 리더를 꿈꾸다
서남에서 개발 중인 고온 초전도선재는 쉽게 말해 얇은 테이프 형태의 전선이다. 초전도란 특정 온도 이하에서 물질의 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현상을 뜻하며 초전도물질로 만들어진 전선은 전력 손실이 거의 없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송전선이나 배전선에 쓰이는 케이블은 구리선인데 이를 초전도선재로 교체하면 같은 굵기의 구리 전선보다 1,000배나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 그러나 만드는 방법은 녹록치 않다는 이헌주 연구소장.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초전도선재의 단면을 살펴보면 이 안에 7~8개의 금속화학물질들이 나노미터 두께로 층층이 쌓아져 있습니다. 금속기판에 여러 가지 방막을 차례로 쌓는 것인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 시 사용하는 진공증착법으로 만들고 있어요. 매우 정밀한 작업이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초전도선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씩 쌓아 올린 각각의 물질들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 가장 중요한 초전도층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나머지 완충 역할을 해주는 층들이 각각 의도된 특성을 발휘하게끔 하고 최종적으로 하나의 선으로 완성됐을 때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의 경우 제조 회사들은 달라도 공정이 거의 유사한 것에 비해 초전도선재는 만드는 기업도 몇개 없지만, 그나마도 각기 다른 공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남의 경우, 초전도선재 공정 전 과정을 개발했고, 일부 대학이나 타 연구기관의 검토 결과 서
남의 공정이 향후 본격적인 양산 시 낮은 단가로 높은 생산성을 갖출 것으로 판단돼 더욱 자부심이 크다는 이헌주 연구소장.
“층층이 쌓아올릴 물질로는 어떤 것을 선택할지, 진공증착의 종류 중 어떤 방법을 도입할지 등 각각의 요구사항이 다른 공정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양산에 돌입하니 생산관리에 있어 어려움이 많더군요. 제품 품질도 들쑥날쑥하고 체계적인 품질관리나 공정관리가 필요했습니다. 김태훈 수석연구원님의 도움이 컸죠.”
김태훈 수석연구원이 서남에 파견됐을 당시, 이미 회사는 어느 정도 기술을 개발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개발에서 양산단계로 넘어가면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양산 제품으로써의 품질 안정화가 시급했기 때문. 김태훈 수석연구원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반도체소자 공정개발에 대한 지식과 과거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초전도선재 공정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2016년에는 국내외업체로부터 80억 원의 투자를 이끄는 등 서남이 성장가도를 달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고.
이헌주 연구소장은 “초천도선재가 더 많은 분야에 적용된다면 전기에너지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생기원의 지원사업 덕분에 김태훈 수석연구원 같은 전문가와 함께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기업 운영에도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김태훈 수석연구원은 “더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이러한 생기원의 지원사업을 통해 기술 개발 또는 제품 양산화에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기업의 기술 개발에 대한 열정과 탄탄한 기본기, 여기에 생기원 전문 인력의 노하우가 보태져 서남은 이제 세계 시장에서 초전도선재 분야의 탑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담당부서 : 정책홍보실
강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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