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계속되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아용품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 증가와 맞물려 한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투자가 늘었기 때문. 특히 유아 완구는 물론, 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완구 및 교구 시장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기업이 있다. 단 5개의 블록만으로 한글을 구현하고 자동인식으로 음성지원을 해주는, 국내 최초의 블록형 한글학습 교구를 개발한 디에이치이비즈를 찾았다.

아이디어가 제품이 되기까지

디에이치이비즈는 지난 2008년 광고회사로 처음 문을 열었다. 모든 사업의 기반이 되는 마케팅을 시작으로 역량을 키워나가다가 지난 2013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광고회사다 보니 제품만 있으면 파는 건 자신이 있었지만, 늘 우리만의 제품, 우리만의 브랜드에 목말라 있었던 디에이치이비즈. 제품 개발에 대한 꿈은 2014년 김길중 부대표가 입사하면서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여러가지 제품의 아이디어를 내는 동아리활동을 하면서 이 아이템을 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디어뿐이었는데 시장조사 후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사 후 상용화에 도전했죠.”

하지만 막상 제품 개발에 들어가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제품화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높은 단가도 큰 문제였다는 김길중 부대표는 “제품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가를 낮추는 일”이라며 생기원과 함께 고민했던 부분 역시 ‘어떻게 하면 기술적으로 단가를 낮추는가’ 하는 문제였다고.

“연구개발과 상용화의 간극이 이렇게 큰지 몰랐습니다. 기술적으로 막히는 부분도 많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았죠. 생기원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제품화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 모르겠습니다.”

블록놀이와 한글공부의 만남

디에이치이비즈와 생기원의 인연은 지난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CT융합그룹 김은호 수석연구원은 다른 업체의 기술지원을 돕던 중, 디에이치이비즈의 아이템을 접하게 됐다. 이후 김은호 수석연구원은 김길중 부대표와 만날 때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기술들을 제시했다. 그리고 2015년 1월, ‘슈퍼 IP사업’을 통해 함께 과제를 진행, 제품 상용화에 첫 발을 내딛었다.

김은호 수석연구원과 디에이치이비즈의 ‘한글봇’은 ‘IoT 기반 자기주도학습 및 양뇌형 인재양성을 위한 블록형 한글학습 교구’ 기술 개발을 통해 이뤄졌다. 쉽게 말해 널따란 보드 위에 5개의 블록을 껴맞춰 한글을 만들면,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음성으로 들려주는 시스템이다. ‘블록’과 ‘한글공부’라고 하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을 것만 같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자동인식 음성지원’은 한글봇이 세계 최초라 할 수 있다는 김은호 수석연구원.

“기존에는 저장되어 있는 음성을 버튼을 눌러 재생하는 거였다면, 한글봇은 사용자가 어떠한 글자 혹은 단어를 완성했을 때 즉각적으로 인식하여 소리로 내보낸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한글봇에 사용된 기술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저가형 이미지 획득장치다. 보통 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사용한다. 하지만 한글봇의 경우, 아이들이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장착되면 던지거나 흔들 경우 쉽게 망가져 내구성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제품의 면적이 넓어질수록 카메라와의 거리가 벌어져야 이미지 인식이 가능하므로, 제품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 결국 IR센서 어레이(Array)를 사용해 이미지를 획득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즉, 고가의 카메라 장비 없이 저렴한 센서만으로 이미지를 판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저해상도 이미지로부터 한글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앞서 카메라 대신 센서를 장착해 이미지를 획득했다면, 이것이 어떤 글자인지 판독을 해야 할 터. 물론 기존에 OCR(Optical Character Reader)과 같은 글자판독 기술이 개발되어 있지만, 이는 모두 카메라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다. 이에 김은호 수석연구원과 디에이치이비즈는 카메라 없이 센서만으로 획득한 저해상도 이미지로도 글자 판독이 가능하도록, 즉 저해상도 이미지로부터 글자를 인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5개의 블록으로 모든 한글조합이 가능하도록 한 것 또한 주목할만한 성과다. 글자 하나를 만드는 데도 굉장히 다양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 자음과 모음의 단순결합이 아닌, 점과 막대기, 기역, 시옷, 반원을 이용해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의교구’라 이름붙였다는 김은호 수석연구원.

“어떤식으로든 한글을 만들 수 있고, 또 어떻게 조합해도 한글을 인식해 음성으로 들려주는 한글봇의 가장 큰 장점은 ‘블록놀이’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블록놀이를 하듯 한글공부를 할 수 있고, 손으로 만지는 활동을 통해 지능발달도 도울 수 있죠.”

2년 여 만에 제품상용화 성공

한글봇은 2015년 1월부터 1년간 진행된 ‘슈퍼 IP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시제품을 완성할 수 있었지만, 막상 상용화를 하려니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가장 큰 문제는 단가가 높다는 것. 그래서 2016년 초, 다시 1년 여의 시간을 더 갖고 단가는 낮추되 좀 더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매진했다는 김길중 부대표. “2015년에 나온 제품은 1,200개의 센서가 들어갔습니다. 지금 400개가 들어가니까 1년 만에 센서 수를 약 1/4로 줄일 수 있었죠. 또한 처음에는 지금처럼 보드에 블록을 끼우는 형태가 아닌 평평한 면에 그냥 놓는 방식이었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소근육이 발달되지 않아 똑바로 못 올리다 보니 인식률도 떨어졌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드에 블록을 끼워넣는 체결 방식을 도입했고, 덕분에 인식률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김은호 수석연구원은 유지보수에 대한 부분도 꼼꼼하게 챙겼다. 처음에는 보드 안 회로기판이 한판으로 되어있어 어느 한 부분이 고장나면 회로 전체를 교체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모듈화를 통해 4부분으로 분리된 회로기판을 적용, 고장난 부분의 회로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유지보수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스마트디바이스와 연동이 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어 그 활용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생기원과의 협업으로 약 2년 여 만에 제품 상용화를 눈앞에 두게 된 디에이치이비즈. 김길중 부대표는 “운이 매우 좋았다”며 김은호 수석연구원 그리고 생기원의 지원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에 김은호 수석연구원은 “김 부대표님이 개발자 입장에서 이해해주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남다른 열정과 높은 이해력이 더 큰 시너지를 냈다고 전했다. 올해 하반기면 시중에서 한글봇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회사의 브랜드를 갖게 되어 더 큰 힘이 되었다는 디에이치이비즈와 생기원의 협업이 또 어떤 미래를 만들어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