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 196개국이 모여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 수립을 논의했다. 일명 ‘파리기후협정’으로 주된 내용은 전 세계적 문제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감소 및 기후변화 대응 재원 조성 문제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협약이 발효됨에 따라 국내 환경 및 에너지 정책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 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고온에너지시스템그룹 양원 수석연구원팀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면서도 안정적으로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 탈 탄소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

지난 2012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를 도입,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시키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RPS란 쉽게 말해 발전사에서 생산하는 총발전량에서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석탄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연료에 바이오매스를 일부 섞어 사용하고 있다. 바이오매스(Biomass)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식물이나 동물같은 생물체(주로 식물)를 의미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성장했기 때문에 연소 후에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는 탄소 중립(Carbon Neutral) 연료이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도 일정 부분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데, 바이오매스의 사용 비율이 올라갈수록 석탄 사용량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어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안정성에 있다. 바이오매스의 회 성분이 석탄회와 달라 이로 인해 보일러 내부의 물을 끓이는 튜브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와 같은 현상은 슬래깅(Slagging), 파울링(Fouling), 부식(Corrosion)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 염려되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바이오매스 사용을 늘리는 것에 주저한다는 것. 이에 양원 수석연구원팀은 어떻게 하면 바이오매스의 비중을 늘리면서도 안정적으로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가에 집중,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기존 3%의 바이오매스 사용량을 최대 30%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고, 안정적 운전은 약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바이오매스 양을 늘리는 것이 관건

양원 수석연구원팀이 개발한 ‘신재생연료 혼소를 통한 NOx저감 및 연료 대체 극대화 기술’은 2013년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3년 동안 진행됐다. 바이오매스의 비중을 높이는 것과 함께 더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바로 NOx의 발생을 저감시키는 것이다. NOx란 질소와 산소의 화합물인 질소산화물로 연소 과정에서 공기 중의 질소가 고온에서 산화돼 발생한다. 산성비의 원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대기오염물질로 규제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발전소 배출 초미세먼지 생성의 원인물질로서 알려져 관심이 더 높아진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양원 수석연구원팀은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연소과정에서의 NOx 발생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먼저 석탄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을 연소하기 전 미분기에 넣어 잘게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마찬가지로 바이오매스 역시 잘게 갈아줘야 하는데, 바이오매스의 특성 상 기존의 석탄 미분기로는 잘 갈리지 않는다. 섬유질이 많아 질기기 때문. 그래서 바이오매스 사용량을 늘리려면 전용 미분기를 별도로 장착해 사용해야 한다. 양원 수석연구원팀은 여기에 재연소(Reburning) 기술을 활용해 NOx의 발생량을 줄였는데, 쉽게 말해 태우는 과정을 한 번에서 두 번으로 늘린 것이다. 별도로 불완전연소 영역을 만든 뒤, 여기에 먼저 바이오매스를 넣고 덜 타게 만든 다음 한 번 더 완전히 태우게 되는데, 이때 NOx가 질소로 환원되면서 오염물질이 줄어들게 된다. 일종의 연소제어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현재 3%만 사용되고 있는 바이오매스의 양을 20%까지 늘리는 것은 물론, NOx의 발생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로 주목을 받고있다. 하지만 역시 안정성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앞서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려면, 바이오매스 전용 미분기와, 재연소 구현을 위한 장비가 추가적으로 설치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위험성 때문에 설치를 꺼려한다는것이다. 물론 실증실험을 통해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실제 석탄화력발전소에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인 것. 양원 수석연구원팀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면서 바이오매스양을 30%까지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또다시 연구했다. 그리고 바이오매스 전처리 기술에 주목했다. 쉽게 말해 바이오매스를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약 300도의 고온으로 숯처럼 천천히 그을리는 것인데, 이를 ‘반탄화’라고 한다. 즉 무산소 환경에서 뜨거운 가스를 공급해 열을 가해 바이오매스가 갖고 있는 열량은 최소로 살리면서 내부 구조를 바꿔 잘 갈릴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반탄화 과정을 거치게 되면 바이오매스용 미분기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기술은 생기원 내에서 이미 개발이 완료된 것으로 양원 수석연구원팀은 이를 실제 발전소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에 대해 활발히 연구 중에 있다

보일러매니지먼트 시스템

현재 우리나라는 석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들여오는 석탄의 상태가 그때그때마다 다르다는 것. 석탄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들어오는 석탄의 상태에 따라 알맞게 배합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들여오는 석탄의 질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발전소설 계조건은 고급탄에 맞춰져 있는데, 안좋은 연료를 써야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여기에 2022년까지 RPS의 비중을 10%까지 늘릴 예정이어서, 바이오매 스 및 석탄화력발전소 전반에 대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양원 수석연구원팀은 2016년 6월부터 ‘에너지국제공동연구사업’을 진행,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스마트 보일러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다. 이전에 개발한 기술을 포함해 보일러의 전반적인 운영이 좀 더 효율적이고 스마트해질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독일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보일러의 운전장애를 미리 예측하는 것으로 앞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슬래깅이나 파울링 등을 미리 예측하고 발전소의 성능, 연료별 보일러 성능의 변화 등을 예측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또 예측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적의 운영 시스템 및 해결방안 설계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인데, 연료의 질과 양, 연료 가격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연료의 배합 결정을 해주는 블랜딩(Blending) 시스템, 그리고 튜브에 쌓인 회분을 제거함에 있어 정확한 위치를 예측해 스마트하게 처리해주는 블로잉(Blowing) 시스템 등 종합적인 플랫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매스의 사용량을 높이고, 그만큼 석탄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시키는 것.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기술과 예측, 문제해결능력까지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양원 수석연구원팀은 NOx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인 것에 그치지 않고, 후속 연구들을 통해 바이오매스의 사용량을 점점 더 늘려가되 발전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에 공헌하고 나아가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저감 기조에 동참하기 위해,양원 수석연구원팀은 오늘도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