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뮤지컬 <킹키부츠>를 본 관객이 있다면 극 중 배우들이 ‘무대 위의 다른 무대 구조물 위에서’ 연기하고 노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뮤지컬 제작팀에서 만든 무대가 아니다.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다양한 기술을 만들어내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CT융합그룹의 작품이다. CT융합그룹은 문화와 과학기술을 접목한 CT(Culture Technology)기술로 해외제품에 의존했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문화기술산업 분야를 이끌고 있다. CT융합그룹 이상원 선임연구원팀은 보다 입체적인 무대를 만들어 줄, 스마트 스테이지(Smart Stage) 기술로 뮤지컬 시장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었다.

앞뒤, 좌우, 위아래…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무대

뮤지컬 무대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무대에 서서 배우가 노래를 부르거나 스스로 동선을 바꾸는 경우가 전부였다면 최근 관객을 만난 몇몇 뮤지컬 작품 의 경우 배우는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무대가 회전하거나, 위로 상승하는 연출을 선보였다. 더이상 예술이 예술의 영역에만 머무르는 게 아닌 시대가 됐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때, 공연산업에도 과학기술이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기술과 문화의 경계에서, CT융합그룹 이상원 선임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 스테이지(Smart Stage)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스테이지’란 이름 그대로 ‘똑똑하게’ 무대를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스마트 스테이지는 주로 뮤지컬과 콘서트 등에서 사용되는데, 배우가 서있는 무대가 이동/회전하거나 위로 상승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존에도 이동하는 무대가 사용되긴 했지만 ‘회전’ 혹은 ‘상승’이 함께 시행되지 못하고 각각 구현됐다. 반면 이상원 선임연구원팀의 스마트 스테이지는 회전과 상승이 동시에 가능해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뮤지컬과 콘서트, 테마파크 등의 무대에서 주로 사용되는 무대 기술은 크게 ‘와이어 플라잉(Wire flying)’, ‘이동’, ‘상승’ 등 총 세 가지다. 임팩트 있는 공연을 원하는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다채로운 시각 효과를 제공해야 하므로, 필요에 의해 발전한 무대 활용 기술인 셈이다. 특히 시간이 흐르고 공연 산업이 발전할수록 ‘이동’과 ‘상승’을 한꺼번에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지만, 현 국내 기술로는 이를 한 번에 만족시킬 수 있는 무대 장치를 만들지 못했다. 무대가 높이 올라갈수록 안전성을 보장하는 게 힘들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기술도 최고… 높은 기술력으로 가격 낮추다

안전성 문제가 가장 민감하게 작용했지만 이상원 선임연구원팀은 과감하게 스마트 스테이지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Omni) 방향으로 높이 올라가도, 진동과 떨림을 최소화 한 안전한 무대를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이를 위해 이상원 선임연구원팀이 선택한 방법은 판과 판이 서로 맞물려 무대를 올리는 방식이었다. 기존의 경우 무대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지지대가 X자 형태로 맞물리는 방식(Scissor)을 택해야 했다. 하지만 이 경우 높이 올라갈수록 진동과 제어 측면에서 다소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고, 때문에 무대 위에 서있는 아티스트의 안전이 위험하다는 한계가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무대가 높아지는 높이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두께가 기본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부피 측면에 있어서도 그다지 효율이 좋지 않았다. 예를 들어 4m 이상 올라가는 무대의 경우, 구조물을 모두 접었을 때 약 1m의 두께가 나오는 셈이다. 하지만 이상원 선임연구원팀이 개발한 스마트 스테이지는 4m 이상의 높이를 올리는 데 약 400mm 기본 두께만 필요하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 판과 판이 맞물려 올라가는 형태를 구현했으므로 부피를 최소한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기술 외에도 소프트웨어 기술 역시 스마트 스테이지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 스테이지’는 스스로 거리와 동선을 계산하며 움직일 수 있 다. 무인자동차가 센서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측정하고 자율주행을 할 수 있듯, 스마트 스테이지 역시 무대 위 자신의 위치를 측정하고 계산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눈여겨볼 만한 소프트웨어 핵심기술은 총 세 가지인데 첫 번째가 이동 궤적을 생성하고 편집하는 기능이다. 움직여야 할 장소에 운영자가 궤적을 생성해 주면 스마트 스테이지는 센서를 기반 삼아 무인자동차처럼 자신의 위치를 인식한 후 그대로 움직인다. 궤적이 만들어지면 스마트 스테이지는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움직임을 미리 점검한다. 이것이 두 번째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3D시뮬레이션을 통해 모션(Motion)을 미리 본 후 간섭을 체크한다. 이 모든 것이 마련되면 마지막으로 큐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형태가 마련된다. 공연의 큐시트를 기반으로 움직임과 동선을 미리 만들어 입력하는 것이다. 공연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입력한 큐에 따라 진행되는, 즉 철저한 약속에 따라 움직이는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팀원의 노력이 만든 결실… 기술 더욱 심화시킬 것

이동과 상승을 동시에 가능케 하고 스스로 위치를 확인해 큐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스마트 스테이지 기술. 이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독보적이다. 특히 콤팩트한 기본 구조에서 높이 올리는 기술은 이상원 선임연구원팀이 거의 톱(Top) 수준이다. 지금이야 많은 기업 및 공연 단체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러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약 3년에 걸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기술이다. 팀원 모두의 결실과 성과로 이룬 기술이라는 이상원 선임연구원. 팀이 없었다면 시스템도 절대 나올 수 없었다는 그는 개발된 기술이 문화기술이라는 미래 먹거리산업 분야라는게 보람된 일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CT융합그룹은 생기원 내에서 CT 분야의 전문화된 연구그룹의 필요성으로 지난 10월 신설된 연구그룹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다수의 문화기술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국내 문화기술산업 분야를 이끌고 있다. 기술이 소개된 후 관심 있는 사람들이 연구원을 많이 방문해 손님 접대용 커피 머신기가 고장났을 정도였다고 말하는 이상원 선임연구원 표정에서 흐뭇함이 절로 새어나왔다. 해외 제품에 의존해 진행 되었던 무대들이 국산화되어 경제적으로 무대의 질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가오는 2017년에는 기술을 더욱 안정화 하는 데 집중해 상용화를 끌어올리고 싶다는 그는 스마트 스테이지를 통해 공연 문화에 있어 새로운 연출 효과를 만들 수 있는 전환점을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