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비롯해 미국의 메이커스 운동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조업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그 어느 나라보다 제조업의 눈부신 발전을 이뤄온 대한민국이지만, 우리 역시 변화하는 제조업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제조업에 창의성을 더해 혁신을 꾀하고 있는 생기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 이성호 센터소장을 만나 제조업의 새 미래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Q. 창의엔지니어링센터의 역할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창의엔지니어링센터는 지난 2010년 5월 신설됐습니다.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제12조 1항에 근거하여 엔지니어링기술의 연구·개발 및 보급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으로 지정한 센터로서 2010년 엔지니어링기술지원센터로 개설된 후 2014년 현재의 창의엔지니어링센터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엔지니어링이란 개념은 그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일반적으로 공학 전반을 일컫는 것으로 여기에 창의성을 더해 발전시키자는 것이 센터 설립의 주요 골자입니다. 창의성이라는 건 실제 눈에 보이지는 않는 무형의 형태인데요. 여기에는 설계, 디자인, 아이디어 등이 포함됩니다. 이를 엔지니어링에 접목시켜보자는 취지에서 센터가 설립됐으며, 특히 제조업에 창의성을 가미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제조 중소·중견기업 상당수가 지난 50년간 빠른 경제성장 속에서 크게 발전했으나, 제품을 직접 만들기보다 카피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그 수준을 벗어나 창의성, 즉 아이디어가 가미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에 창의엔지니어링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 위임부서로서 대한민국 엔지니어링, 즉 제조업의 혁신적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Q. 제조업 소프트파워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존에 소프트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물리적인 힘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교육·문화 ·예술 등 인간의 능력을 포함한 문화적 잠재력을 뜻합니다. 제조업에서의 소프트파워는 제품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무형의 생산요소, 즉 지식, 디자인, 설계, 아이디어, 소프트웨어 등을 제조업에 접목시키는 것입니다. 지난 2014년 정부에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과제 중 하나로 ‘제조업 소프트파워 강화’를 추진했고, 이에 창의엔지니어링센터는 제조업 소프트파워 생태계 조성을 위해 ‘소프트파워 강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제조 중소·중견기업들이 소프트파워를 가미시켜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한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해외에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으로 이는 결국 ‘제조업의 오픈이노베이션’과도 연계됩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다른 기업이 개발한 기술이나 디자인, 설계를 저렴한 가격에 얻으려고만 하다 보니 기업 간 벽이 높습니다. 만약 기업이 자체적으로 소프트파워를 키워 직접 설계하고 디자인한 제품을 오픈하면,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과 연계할 수 있고 이것이 곧 ‘공장 없는 제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에 따라 창의엔지니어링센터는 다양한 기업의 상황 등을 파악해 분석하고 현장과 시장,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업엔지니어링센터의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먼저 ‘엔지니어링SW 사업’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엔지니어링SW 기업이 18개 정도 있습니다. 이 기업들과 함께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 수요기업에 찾아가 소프트웨어에 대해 설명하고 교육하며 제품에 어떻게 접목이 되는지 등을 상세히 알려줌으로써 소프트웨어 제조 기업과 수요 기업을 매칭해주는 사업입니다. 실적도 상당히 많고 호응도 좋습니다. 성과사례로는 아몰레드 패널 코팅장비를 제작하는 기업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을 제작할 시 모듈 때문에 코팅이 제대로 안돼 불량이 생기곤 했어요. 모듈 디자인이 관건인데, 이때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모듈에 생긴 문제를 진단하고 미리 구현해봄으로써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불량률을 줄여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에겐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죠. 원래 진행해오던 사업인데 좀 더 구체화시켜 올해부터 2022년까지 5개년 사업으로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제조업 소프트파워 플랫폼 구축’이 있습니다. 현재 이와 관련된 기업들이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이에 사이버 공간을 마련해 기업들이 서로 만나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면 기업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또 필요로 하는 부분은 발품을 팔지 않고도 시간을 절약해서 찾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예를들어 어떤 업체가 설계하고 디자인한 제품을 생산하고자 할 때, 이에 적합한 생산기업을 찾을 때 유용하겠죠. 이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입니다. 현재 테스트 중이며 2017년부터는 구체화시키는 작업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인재양성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산업융합 특성화 인재양성 사업’은 기업의 니즈에 부합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기업과 대학이 함께 연계하여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입니다. ‘구글의 미래’라는 책에 등장하는 싱귤래러티(Singularity) 대학의 경우 자체 오픈된 공간에서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현시키고 있는데요. 이처럼 단순하게 공학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을 접목시켜 이른바 ‘융합학문’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분야의 대학교수들이 수업에 참여해 이런 공학과 인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함께 지도하고 기업은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줍니다. 전혀 다른 학문이 만나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특성화 대학의 일종입니다. 현재 10개 대학이 선정됐으며 대학마다 리얼프로젝트를 진행, 기업과 함께 이를 구체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재 94건의 논문실적 물론, 72.7%라는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미리 유능한 인재를 키우고 배출하는 것이 결국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창의엔지니어링센터는 정부 위임부서이기 때문에 정책을 산업계나 현장에 반영시키고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살피는 한편,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미래 발전 가능성이나 트렌드를 반영한 정책과 연구개발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정책과 시장, 연구개발이 함께 연결이 되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우리 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합니다. 단 1%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면, 이것이 언젠가는 나비효과처럼 서서히 번져나갈 것이라 기대합니다. 센터 직원들과는 2주에 한 번 회의를 통해 서로의 업무를 파악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직원들 스스로 좀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목표입니다. 더불어 연구원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통해 정책과 기술 개발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