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2009년부터 급물살을 탄 3D 프린팅 산업. 2013년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3차 산업 혁명을 이끌 기술로 3D 프린팅을 꼽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 기술에 대한 열기가 고조됐다. 그로부터 3여 년이 지난 지금, 3D 프린팅 산업은 막 태동기를 벗고 산업기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금속 3D 프린팅 기술을 여러 산업에 접목하는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국내서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춘 연구가 시작되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경지역본부 극한제조기술그룹 성지현 수석연구원의 ‘DMT 적층 기술 활용한 금형제조기술’이다.

글로벌 금속 3D 프린팅 트렌드에 발맞춘 연구

지난 2004년, 3D 프린팅 원천 기술에 대한 특허권이 만료됨에 따라 3D 프린팅 산업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2009년과 2014년에는 핵심 기술인 압출 적층(FDM)과 레이저 소결 조형(SLS) 특허권이 각각 만료되면서 3D 프린팅 열풍이 전 세계로 번졌다. 플라스틱 프린팅 뿐만 아니라 금속 프린팅 기술도 급부상했는데,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할 산업을 활발히 모색했다. 선발 주자는 미국의 제조 기업 GE(General Electric)였다. GE는 자사 전문 분야인 항공기 부품을 금속 3D 프린팅으로 제조해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을 꾀했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응용 산업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다. 특히 사출 금형과 주조 금형에 금속 3D 프린팅 및 모래 3D 프린팅을 접목하는 연구가 꾸준히 이뤄졌다. 반면 국내 3D 프린팅 산업은 다소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플라스틱 3D 프린팅은 활성화했지만, 정작 산업적 이용 가치가 높은 금속 3D 프린팅에 대한 활용은 미약했다. 진행 중인 과제도 대부분 시스템 연구에 한정됐고, 기술을 ‘어떻게 산업에 응용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경지역본부 극한제조기술그룹 성지현 수석연구원은 금속 3D 프린팅 응용 산업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후 금형 산업에서 길을 찾은 성지현 수석연구원은 적층 공정(쌓는 공정)으로 금형을 제작하면 기존의 자르고 깎는 공정과 비교했을 때 소재의 낭비를 줄일 뿐 아니라 고기능성 금형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이를 바탕으로 ‘DMT(Laser aided Direct Metal Tolling) 적층기술’을 활용한 금형 제조 기술 개발에 나섰다. ‘DMT 적층 기술’이란 고출력 레이저 빔을 모재(금속) 표면에 조사하여 순간적으로 용융풀(Melting pool)을 만들고 동시에 금속파우더를 공급하여 용융풀의 온도로 금속파우더를 녹여 적층하는 ‘DED(Direct Energy Deposition) 금속 3D 프린팅’ 방식 중 하나다. 성지현 수석연구원은 이 기술의 장점 중 ‘성질이 다른 두 금속을 접합할 수 있는 점’에 주목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DMT 적층 기술 활용한 금형제조기술’이다.

활용이 무궁무진한 이종소재 적층

이 기술의 가장 큰 강점은 ‘이종소재 적층’을 통해 기존 금형에 고기능 금속 소재를 덧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지현 수석연구원은 먼저 자동차 금형 분야에 이 기술을 도입했다. 최근 자동차 산업에선 연비 향상과 안전성 증대라는 목적으로 기가 파스칼(GPa, 강도 단위)급 자동차용 고강도 강판의 사용량 이 증대되고 있으며 기존 메가 파스칼급 강판을 자르던 ‘전단 금형’으로는 이러한 고강도 강판 절단 시내구성의 문제가 발생했다. 그렇다고 고강도 금속 소재로 ‘전단 금형’을 만들자니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연구팀은 ‘이종소재 적층’에서 답을 찾았다. 저렴한 일반 금속 소재로 ‘전단금형’을 만들고, 강판을 자르는 부위에만 고강도 금 속 소재를 적층하여 고기능성 ‘전단 금형’을 제조한 것이다. 아직 기가 파스칼급 강판을 전단하기엔 부족함이 있지만, 연구팀은 좀 더 강도 높은 특수소재(M2, 특수금형강 등)와의 적층을 통해 머지않은 시일에 이를 실현할 계획이다. 성지현 수석연구원은 ‘전단 금형’과 함께 또 다른 금형 제작에도 도전했다. 이번엔 1.4GPa급의 고강도 강판을 만드는 핫스탬핑(Hot Stamping) 공정에 주목했다. 핫스탬핑 공정은 900~1,000℃로 가열된 보론강판(Boron Steel)을 금형에 넣고 성형하는 과정에 급냉을 통해 강판을 고강도로 만드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선 금형 내 냉각수로가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금형에 수로 하나를 뚫는 방식으로는 1,000℃ 가까이 달궈진 강판을 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물론 열전도율이 높은 소재로 냉각수의 냉기를 고르게 분배해 열기를 식힐 수도 있었지만, 문제는 역시 비용이었다. 연구팀은 마찬가지로 ‘이종소재 적층’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강판이 닿은 표면만 열전도율이 높은 고기능 소재로 적층하여 비용을 줄이면서 냉각 기능은 향상된 ‘핫스탬핑 금형’을 고안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열전도율이 높은 고기능 ‘핫스탬핑 금형’을 경제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번 기술은 언급한 두 금형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접목됐다. 그 밖의 분야는 파손 금형 보수 및 금형 리모델링이다. 파손 금형 보수는 이종 또는 동종 소재를 파손된 부위에 채우거나 덧대는 기술이다. 이는 기존 용접 보수보다 내구성 면에서 탁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형 리모델링은 이종 또는 동종소재 적층을 활용, 오래전 쓰이던 금형을 새로운 모양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금형을 재활용할 수 있게 한 이 기술은 비용 절감뿐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뛰어나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형 산업 혁신을 이끌 원천기술 연구

‘DMT 적층 기술 활용한 금형제조기술’의 핵심은 성질이 다른 두 소재가 금속학적으로 완전한 용융접합을 이루는 것이다. 풀로 붙이듯 쉽게 잇는 것이 아니기에 이 기술은 물성의 호응을 하나하나 살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을 요구한다. 물성을 무시하고 이종 소재를 적층할 시 소재가 깨지거나 훼손되기 때문이 다. 그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작업이기에 성지현 수석연구원팀은 제로-베이스에서 물성 데이터를 분석·축적하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고기능성 ‘전단 금형’과 ‘핫스탬핑 금형’ 제조 기술은 이 작업과 병행하며 연구 중이다. 현재 ‘전단 금형’은 실제 공정에 쓰이고 있을 정도로 제조 기술을 확보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강도 부분에서 보완점이 생겨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핫스탬핑 금형’의 경우 기술을 확보한 뒤 2018년 3월 완료 예정인 국제공동과제에 참여, 더 고기능을 발휘하는 소재로 금형을 고도화하고 있다. 소재는 스페인 로발머(ROVALMA) 사에서 제작 중이다. 연구팀은 소재 개발이 완료되면 ‘핫스탬핑 금형’ 업그레이드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금속 3D 프린팅 응용 산업 연구의 본격적인 물꼬가 트였다.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금속 3D 프린팅 기술이 활성화돼 ‘제조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선 이 기술의 응용 분야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성지현 수석연구원은 구미시에 구축된 ‘3D 프린팅 제조혁신 대경지원센터’로 이동, 연구 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곳에 금속, 모래 등 다양한 3D 프린터를 도입해 3D 프린팅 기술을 제조업 전반에 확산시키겠다는 성지현 수석연구원. 그 거침없는 행보에 앞으로의 연구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연구 · 개발 기술 수준

• DMT 기술에 최적화된 사출 금형 설계 기술
• DMT 기술에 최적화된 형상 적응형 냉각 채널 금형 제조 기술
• 이종소재 적층을 통한 고기능성 판재 전단 금형 제조 기술
• 최적 냉각수로 설계 기술과 이종소재 적층을 통한 에너지 절감형 핫스탬핑 금형 제조 기술